美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연구진
특정 위치에만 소리 들리는 기술 개발
이어폰 헤드폰 없이도 주변 소리 차단
미국 펜실베이니아 주립대 연구진은 특정 위치에만 소리가 나는 신개념 음향기술을 개발했다. 연구진은 귀에 마이크가 달린 마네킹을 사용해서 초음파 궤적을 따라 소리가 나는지 여부를 측정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사용자가 늘면서 다양한 디자인의 이어폰과 헤드폰이 인기를 끌고 있다. 무선 헤드폰은 편의성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충전해야 하고 잃어버릴 위험이 있다는 단점이 있다. 미국 연구진이 헤드폰을 쓰지 않아도 주변 사람에겐 들리지 않게 하고 혼자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신개념 음향 기술을 개발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와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 연구진은 17일 특정 위치에만 소리가 들리게 하는 가청 영역(audible enclaves)이라는 국소 사운드 존 포켓 기술을 개발했다고 국제 학술지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소개했다.
국소 사운드 존 포켓은 소리가 감지되는 곳을 특정 영역으로 정확하게 좁히는 기술이다. 지정된 공간에선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영역을 조금만 벗어나도 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이 기술은 차량 같은 밀폐된 공간은 물론 대형 스피커 같은 오디오 기기 주변에도 적용이 가능하다.
연구진은 두 개의 비선형 초음파 빔을 방출해서 소리가 들리는 작은 영역을 만드는 기술을 개발했다. 소리의 방향을 휘게 하는 밀리미터 미만의 미세 구조로 이뤄진 음향 렌즈인 메타 표면을 변환기 앞에 두면 두 초음파가 서로 다른 주파수로 초승달 모양의 굽은 궤적을 따라 날아가다가 서로 만난다.
두 초음파 빔은 그 자체로는 들리지 않는다. 하지만 두 초음파 빔이 정확히 교차하는 지점에선 소리가 들린다. 초음파 빔이 교차점에서 국소적으로 상호작용하면서 사람이 들을 수 있는 소리를 생성하는 것이다. 초음파 빔은 또 사람의 머리와 같은 장애물을 우회해서 원하는 위치로 쏠 수 있다. 연구를 주도한 윤 징 교수 펜실베이니아주립대 교수는 “음향 메타 표면과 쌍을 이루는 두 개의 초음파 변환기로 굴절되는 초음파 빔을 쏘면 특정 지점에서 교차한다”며 “이 지점에 서 있는 사람에겐 소리가 들리지만 주변에 있는 사람에겐 들리지 않는 프라이버시 장벽이 생긴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귀 안에 마이크를 설치한 머리와 몸통을 가진 마네킹 인형을 이용해 새 음향 시스템을 시험했다. 초음파 빔이 만나는 지점에서 사람이 음악을 듣는 것처럼 마이크로 소리를 탐지했다. 논문 제1저자인 지아신 중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박사후 연구원은 “소리가 교차 지점을 제외하고는 들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런 방식으로 인클레이브라는 가청 영역을 형성한다”고 말했다.
그래픽=손민균
연구진은 일반적인 잔향이 있는 방에서도 이 시스템을 시험했다. 시스템이 교실, 차량 또는 실외 등 다양한 환경에서 작동하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중 연구원은 “이 기술은 본질적으로 가상 헤드셋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며 “가청 영역 내의 누군가는 자신만을 위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이 기술로 약 1m 떨어진 곳에서 60데시벨(dB) 가량의 크기로 소리가 들리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초음파의 강도를 높이면 거리와 볼륨을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음향 공간 개인화 기술은 최근 과학자들은 물론 기업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주변에 소리가 들리지 않게 하면서 소리를 듣는 방법은 지금까지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착용하는 방식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장치를 착용하는 불편함, 장시간 사용에 따른 피로나 청력 손실, 주변 상황이나 위험을 인지하기 어려움 등의 문제가 제기되면서 주목 받기 시작했다.
미국의 자동차 전장회사 하만은 차량 내에 오디오 존을 만들어 헤드폰 없이도 승객이 음악 청취와 전화 통화를 주변 소리의 방해를 받지 않고 할 수 있는 개인 사운드 존 기술을 개발했다. 신호 처리 소프트웨어와 표준 자동차 스피커와 마이크로 스피커를 결합해 차량의 특정 위치에만 소리가 들리게 하는 방식이다. 일본 NTT 컴퓨터데이터과학연구소는 주변 소리와 특정 소리를 결합해서 이어폰을 착용하지 않아도 원하는 소리만 전달하는 음향 확장현실(XR) 기술, 인공지능(AI)으로 차량 외부 소리 특성과 전파 방향을 분석해 소음은 차단하고 오디오와 구급차 소리만 전달하는 차량 공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참고 자료
PNAS(2025), DOI : https://doi.org/10.1073/pnas.2408975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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