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독한 삼성인' 메시지]
이재용, 임원교육서 '독한 삼성인' 메시지
"이전과 차원 다른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
"삼성, 새로운 도전 없고 현상 유지 급급"
[이데일리 김정남 공지유 기자] ‘독한 삼성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강도 높은 질책성 메시지를 냈다. 최근 메모리를 비롯한 반도체 사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주력인 TV, 스마트폰 사업이 중국에 따라잡히는 등 총체적인 위기에 빠지자, 고강도 쇄신을 주문하고 나선 것으로 읽힌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의 부사장 이하 임원 2000명을 대상으로 한 ‘삼성다움 복원을 위한 가치 교육’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기술 혁신이 지속되고 있고, 국가총력전의 양상이 펼쳐지고 있다”며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번 영상은 올해 초 전체 사장단 세미나 때 공개한 신년 메시지를 이번 임원 세미나 때 다시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장은 이어 “삼성전자는 과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면서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찾아볼 수 없고 판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은 “‘사즉생(死卽生·죽기로 마음 먹으면 산다는 뜻)’의 각오로 과감하게 행동할 때”라고 말했다. 이 회장이 사장단이 아닌 전체 임원들을 대상으로 이 정도의 위기의식을 전한 것은 전례를 찾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픽=김정훈 기자)
삼성은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 각자의 이름과 함께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크리스털 패를 줬다. 삼성의 한 임원은 “이전 교육들과는 차원이 다른 절박함이 느껴졌다”며 “독한 삼성인이 이 회장이 던진 핵심 화두라고 본다”고 전했다.
이는 반도체, TV, 스마트폰 등 삼성을 이끌었던 ‘세계 1등’ 사업들이 동시에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의 상징인 반도체의 경우 메모리,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스템LSI 등 모든 사업부가 위기에 빠졌다. 실제 이 회장은 이번 영상을 통해 “메모리는 자만해 인공지능(AI)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등 반도체 사업은 대규모 투자에도 성과를 내지 못했다”고 언급했다. 이 회장은 메모리 외에 다른 각 사업부의 문제점 역시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의 한 고위인사는 “뉴삼성을 위한 이 회장의 승어부(勝於父·아버지를 뛰어넘는 것) 전략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내야 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삼성전자는 이 회장의 메시지 직후인 오는 19일 주주총회를 통해 주주들과 소통에 나선다. 삼성 위기론이 주로 다뤄질 가능성이 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삼성전자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5.3% 급등했다. ‘AI 황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오는 21일(현지시간)까지 개최하는 연례 개발자 회의 ‘GTC 2025’에서 삼성전자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관련한 언급을 할지도 관심이 모아진다.
김정남 (jung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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