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세미나서 "생존 위기, 경영진부터 통렬하게 반성해야" 주문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 기념패 전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미국 출장을 마치고 13일 오후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지니스항공센터를 통해 귀국하고 있다. 2024.6.13/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이 최근 임원들에게 "삼성다운 저력을 잃었다"고 질책하면서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최근 삼성전자를 비롯한 전 계열사 임원을 소집해 진행한 세미나에서 이 회장의 이런 메시지를 공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지난달 말부터 2000여 명의 임원을 대상으로 '삼성다움 복원 및 가치 교육'이라는 주제의 세미나를 진행 중이다.
삼성이 세미나에서 상영한 영상에는 고(故) 이병철 창업 회장, 고 이건희 선대 회장의 경영 철학과 이 회장의 메시지를 함께 공유했다.
이 회장은 영상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았지만 주요 내용은 메시지로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 전달됐다.
이 회장은 "21세기를 주도하며 영원할 것만 같았던 30대 대표 기업 중 24개가 무대에서 밀려났다"며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변화에 제때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삼성이 죽느냐 사느냐 하는 생존의 문제"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전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훼손됐다"며 "과감한 혁신이나 새로운 도전은 찾아볼 수 없고 판을 바꾸려는 노력보다는 현상 유지에 급급하며 위기 때마다 작동하던 삼성 고유의 회복력은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 회장은 "전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이 보이지 않는다"며 주요 사업 부문에 대해서도 질책했다. 메모리 사업부에 대해선 "자만에 빠져 인공지능(AI) 시대에 대처하지 못했다"고 했고 파운드리 사업부에는 "기술력 부족으로 가동률이 저조하다"고 했다. TV와 스마트폰, 가전제품 등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에는 "제품의 품질이 걸맞지 않다"고 했다.
이 회장은 "첫째도 기술, 둘째도 기술, 셋째도 기술"이라며 "경영진보다 더 훌륭한 특급인재를 국적과 성별을 불문하고 양성하고 모셔 와야 하며 필요하면 인사도 수시로 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중요한 것은 상황이 아니라 상황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라며 변화를 주문했다.
또한 세미나에 참석한 임원들에게는 '위기에 강하고 역전에 능하며 승부에 독한 삼성인'이라고 새겨진 명함 크기의 크리스털 패도 주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다움 복원'을 주제로 한 세미나이기에 삼성다움이 곧 독한 삼성인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응에 실기했다는 지적을 받으면서 고전을 거듭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부문 매출은 111조 1000억 원이지만 영업이익은 15조 1000억 원에 그쳤다.
게다가 지난해에는 TV와 스마트폰 등 삼성전자 주요 상품의 세계 점유율이 모두 하락했다. TV의 경우 지난해 세계 시장 점유율은 28.3%로 전년(30.1%)보다 하락했다. 스마트폰은 2023년 19.7%에서 작년에는 18.3%로, D램 점유율은 42.2%에서 41.15%로 떨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AI와 기술력으로 위기를 돌파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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