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업계 '기업구매카드 기초 유동화증권 의무보유 5% 규정' 삭제가 단초
비우량 기업 “제동 없는 조달 통로 마련” 지적 나와
지난 13일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입구에 설치되어 있는 할인행사 안내문 이미지. 뉴스1 제공.
[파이낸셜뉴스]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 오른 홈플러스 사태 근본 원인이 금융당국의 정책 변경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앞서 금융당국이 2024년 시행한 자산유동화법 개정안에서 기존 기업구매전용 카드 기초 유동화증권 등 5% 의무보유 조항을 삭제하면서 사태의 불씨를 키웠다는 주장이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1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월 12일 자산유동화 개정안이 기업구매카드, 단말기 할부채권 등에 대한 ‘5% 룰’이 빠진 상태로 시행되면서 비우량 기업들의 무분별한 자금조달을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초 해당 개정안 핵심은 신용도 규제 등 자산보유자 요건을 완화하는 대신 유동화증권을 발행하는 자금조달 주체에 대해 해당 자산 발행잔액의 5% 이상을 의무 보유하도록 한 것이었다. 이는 기업이 자산을 유동화하더라도 일정 부분 책임을 지도록 해 제한 없는 자금조달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과 한국예탁결제원 등이 참여한 법 개정 과정에서 기업구매카드, 단말기 할부채권 등에 대해선 의무보유 규제(5% 룰)를 면제하는 조항이 추가됐다.
이와 관련 “신용위험 또는 이해상충 발생 가능성이 낮다고 인정되는 유형에 대해선 위험보유 의무를 면제”했다는 게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하지만 채권시장 관계자는 “미국에서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유동화증권 리스크를 시장으로 떠넘기고, 이를 반복하는 과정에서 금융사와 기업의 ‘모럴 해저드’ 문제가 심화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자산보유자가 유동화증권의 일정 비율을 보유하도록 하는 규제가 도입된 것”이라면서 “그러나 금융당국이 카드사 매출채권의 의무보유 규정을 삭제하면서 비우량 기업들이 유동화를 통해 대규모 자금을 조달하는 길이 열린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 신용등급 A3 수준에 불과한 홈플러스가 자본시장에서 6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을 융통할 수 있었던 배경에도 금융당국의 ‘봐주기식 면제조항’이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 주요국은 유동화증권 리스크 관리 강화를 위해 ‘위험보유 규제(Risk Retention Rule)’를 도입하고 있다.
이 규제는 자금조달 주체가 일정 비율의 리스크를 부담하도록 해 책임성을 높이고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한국 금융당국도 글로벌 스탠다드에 발맞추겠다는 의도로 유동화증권 개정안을 내놨지만 외려 일부 유형 채권을 5% 룰의 예외로 두면서 오히려 비우량 기업들에 제동 장치 없는 조달 통로로 마련해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무위원회 소속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자산유동화에 대한 법률을 만들면서 매출채권 담보로 유동화하는 것에 대해 규제를 완화한다고 해도 신용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유지하라고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며 “무분별한 규제 완화 속에서 금융 소비자 피해를 예상하면서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남겼어야 하는데 풀려버린 셈”이라고 한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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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im@fnnews.com 김경아 김현정 강구귀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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