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 20년..같은 날 부산-서울서 개가
“기수,조교사,관리사,농민 덕분” 겸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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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회 헤럴드경제배 대상경주에서 우승한 석세스백파(4세·수말)의 이종훈 마주(사진 왼쪽)가 최진영 헤럴드경제 대표이사의 축하를 받고 있다. 3세 이상 경주마가 출전하는 이번 대회는 2000m 장거리 레이스로 총상금 5억 원이 걸려있다. 과천=박해묵 기자 |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부산에서 한국 경마 역사상 처음으로 300승을 올린 날, 서울 헤럴드경제배라는 큰 경주에서 301승을 연달아 올려, 너무 기분이 좋습니다. 헤럴드경제배는 워낙 쟁쟁한 경주마들이 출전하는데, 우승하게 돼, 꿈을 꾸는 것 같습니다.”
이종훈 마주는 일요일인 16일 낮 부경 4경주에서 ‘벌마킹’으로 마주 최초 300승을 달성했다. 그리고 약 3시간 뒤, 일요일의 태양이 서쪽으로 기울던 시점, 서울 렛츠런파크 8경주 헤럴드경제배에서 ‘석세스백파’로 301승째를 올렸다.
점잖은 자태의 기업 경영인인 이종훈 마주는 ‘석세스백파’의 뒷심이 좋아, 헤럴드경제배, YTN배, 부산광역시장배 등 장거리(스테이어 시리즈) 경주에 적합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경주 초기 2위에 나선 점을 미동도 없이 지켜보는 듯 했다.
경주가 후반 무빙 스테이지에 들어서, ‘석세스백파’가 ‘미라클 마린’을 제치고, 이어 치고 올라오는 ‘스피드영’과 초접전을 벌일 때, 다소 상기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간발의 차로 자식 같은 자신의 말, ‘석세스백파’가 1위로 골인하자 이종훈 마주는 활짝 웃음을 지었다. 경마는 점잖은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재주가 있는 종목이다.
현장에서 헤럴드경제 최진영 사장으로부터 “축하합니다. 역사적인 일입니다”라는 덕담을 건네받은 이종훈 마주는 “모든 것은 기수와 조교사, 관리사들이 잘 해주시고, 저는 그 분들에게 감사 인사나 하는 위치인데, 헤럴드경제배로 큰 영광을 얻었습니다”라고 화답했다.
아델스코트C.C와 ㈜에이스나노켐의 대표이사로 재임 중인 기업인이기도 한 이종훈 마주는 2005년 마주 활동을 시작해 대상경주를 17번(이번 헤럴드경제배 포함)이나 우승할 만큼 한국경마의 대표 마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종훈 마주는 “새로운 한주가 시작되면, 화요일 제주에서 열리는 말 경매장에 갈 계획”이라면서 “농축산업에 종사하시는 분을 만나 ‘고생 많으시다’고 인사도 하고, 그 분들이 땀흘려 기르신 좋은 말을 잘 살펴 볼 계획”이라며 말을 키우는 제주도 농민들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마주가 좋은 말을 간택하면 농민들의 주머니도 두둑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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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세스백파 |
이종훈 마주가 애지중지하는 ‘석세스백파’는 작년 KRA컵 마일(G2, 1600m)과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G2, 2000m)를 우승하고 트리플크라운(최우수 국산 3세마 선발 시리즈)을 차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배에서는 무려 9마신(馬身, 말의 몸 길이로 1마신은 2.4m) 대차승을 보여줬고, 그랑프리(G1, 2300m)에서는 3위를 기록했다. 장거리 능력은 충분히 검증됐다는 전문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석세스백파의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엄마 말은 2000년대 대상경주 3회 우승에 빛나는 암말 중장거리 강자 ‘백파’이다. 혈통적으로도 거리 적성이 장거리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현재 다수의 말을 보유하고 있는 이종훈 마주는 기업 경영에 전념하다가도, 기회가 있을때 백파, 석세스백파 같은 준마의 새로운 혈통을 찾기 위해 제주로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