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가] ‘톡파원 25시’ 홍상훈 PD
홍상훈 PD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전 세계의 교류가 막혔을 때 한국인 교민들을 통해 해외의 소식을 전하자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관광지, 맛집 소개에서 나아가 그 나라·도시의 역사와 비화, 현실적인 한 달 살기 비용 등 '현지에서만 알 수 있는' 정보로 차별화했다. 홍 PD는 "해외에 나갔을 때 '어 이거 '톡파원 25시'에서 봤는데' 하며 떠올려주시면 가장 뿌듯할 것 같다"고 했다. JTBC 제공
코로나 팬데믹은 전 세계 사람들의 일상을 수년간 멈추게 했었다. 집 밖 외출도 쉽지 않았던 탓에 사람들의 해외여행 욕구는 어느 때보다도 높았다. 당시 방송가도 해외 촬영 길이 막힌 건 마찬가지였다. 그때 ‘전 세계 곳곳에 살고 있는 한국인들을 통해 전 세계의 모습을 대신 보여주면 되겠다’는 데에 생각이 미쳤다.
그렇게 탄생한 게 ‘톡파원 25시’다. 유학, 취업, 결혼 등 다양한 이유로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는 한국인들이 ‘톡파원’이 되어, 각 국가를 대표해 다양한 도시를 직접 돌아다니며 영상으로 담아 소개하는 것이다. 여행 욕구를 대리만족시켜주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던 ‘톡파원 25시’는 코로나 팬데믹 종식 이후에도 차별화된 콘텐츠로 순항하며 JTBC의 효자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10일 서울 마포구 중앙일보빌딩에서 ‘톡파원 25시’를 연출하고 있는 홍상훈 PD를 만났다. 홍 PD는 “첫 방송의 주제가 ‘코로나 시대 전 세계의 랜드마크들은 어떨까’였던 게 기억 난다. 그때는 그런 영상만 보여드려도 시청자들이 좋아했다”며 “방송 후 1년쯤 됐을 때 코로나가 종식되면서 ‘우리만의 강점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어느덧 올해로 3주년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152회차가 방영된 ‘톡파원 25시’는 꾸준히 3%대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톡파원 25시’는 미국, 일본, 동남아시아, 유럽 국가 등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국가와 도시들부터 아직 한국인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중앙아시아나 아프리카, 남미 혹은 유럽의 작은 국가들까지, 세계 곳곳의 모습을 전하고 있다. 일반 여행 콘텐츠에서 볼 수 있을 법한 관광 명소, 맛집 소개뿐 아니라 새로 뜨는 관광지, 각 국가의 집값, 국제적 이슈에 대한 현지 소식에 다양한 역사까지 다루며 ‘여행+인문학’ 콘텐츠로 차별화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시청자의 여행 계획을 톡파원이 직접 현장 검증해주는 ‘톡파원GO’도 시작했다. 홍 PD는 “이런 다양한 코너들은 모두 프로그램이 오래가기 위해 했던 노력들”이라고 짚었다.
홍 PD는 ‘톡파원 25시’의 꾸준한 인기 요인으로 패널들 간 케미스트리와 인문학적 콘텐츠를 꼽았다. 방송이 4년 차에 접어든 만큼 스튜디오에서 톡파원들과 소통하는 패널들은 편안한 ‘티키타카’를 선보인다. 전 세계 톡파원들이 전해오는 해외 영상들에 패널들이 주고받는 이야기들이 얹어지며 콘텐츠의 재미를 높인다. 여기에 더해지는 특정 국가나 인물의 역사, 미술사, 건축사, 음악사 등 다양한 인문학 이야기들은 다른 여행 콘텐츠에서는 볼 수 없는 지식과 정보까지 전달한다. 지난 3일 방송에서는 삼일절을 맞아 독립운동가들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역사적 장소를 탐방하는 콘텐츠를 방송했다. 홍 PD는 “시청자들이 인문학적인 내용을 좋아하시더라. 코로나 종식 이후 인문학 영역을 강화하기도 했다”며 “해외에 나갔을 때 ‘어 이거 ‘톡파원 25시’에서 봤는데’ 하신다면 가장 뿌듯할 것 같다”고 말했다.
‘톡파원 25시’가 이런 콘텐츠들로 타 프로그램과 차별화할 수 있었던 건 전 세계에서 활약 중인 ‘톡파원’들 덕이다. 국내에서 검색으로 알 수 있는 정보들보다 빠른 소식을 생생하게 다양한 국가에서 전해주기 때문이다. 방송 시점의 국제 이슈나 계절, 의미 있는 기념일 등을 고려해 주제를 정하면, 그에 맞게 각 국가의 톡파원들이 영상을 촬영해 보내준다고 한다. 이때 톡파원들의 역량은 매우 크게 작용한다. 제작진이 장소 섭외 공문을 작성해주기도 하지만, 결국 현지에서 설득하는 건 톡파원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제작진들도 놀랐던 때는 스페인에 있는 프라도 미술관을 오픈 전, 통으로 대관했을 때다. 2년 전 이맘때, 스페인 톡파원은 미술관을 설득해 오픈 전 1시간 동안 미술관을 돌아봤다. 홍 PD는 “방송국 차원에서 최대한 지원하는 편이지만, 톡파원들이 놀라운 섭외력으로 뚫어내는 것도 정말 많다. 특히 프라도 미술관 통 대관은 저희도 소식을 듣고 ‘아니 진짜로 빌려준다고?’ 하며 놀랐었다”고 말하며 웃었다.
프로그램이 어느덧 4년 차에 접어들면서 자주 찾는 국가들은 30~40회가량 방송되기도 했다. 콘텐츠 고갈 혹은 기시감에 대한 우려는 없었을까. 홍 PD는 “일례로 미국 뉴욕은 최소 30~40번은 방송에서 다뤘다. 뉴욕엔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 자유의 여신상만 있을 것 같지만, 계속 새로운 게 생겨나고 없어진다”며 “자주 등장하는 곳들은 주로 메가시티이기 때문에 매번 못 봤던 것들이 나온다. 그래서 생각보다 특정 도시에 대한 피로감은 없는 것 같다”고 답했다.
물론 자주 다루지 못하는 지역에 대한 아쉬움은 있다. 아프리카와 남미가 그렇다. 특정 국가에 아예 정착하지 않은 이상 이직, 취업, 귀국 등 다양한 이유로 톡파원 활동을 그만둬야 하는 경우들이 생기는 탓에, 아프리카와 남미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꾸준히 콘텐츠를 제작하기가 어렵다. 홍 PD는 “낯선 지역은 기회가 될 때마다 다루려고 한다. 하지만 현지에 사는 교민이 적고, 안전 문제가 있어서 자주 다루지 못해 아쉽다. 그래도 안전이 제일 우선”이라며 “아프리카와 남미 지역을 잘 알고, 안전에 대한 위협 없이 하실 수 있는 분이라면 언제나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톡파원 25시’는 다채로운 해외 영상들로 다녀왔던 여행지에 대한 추억을 불러일으키거나 아직 가보지 못한 나라에 대한 호기심을 유발한다. 하지만 다양한 나라의 소식을 전하다 보니 해외 이슈의 영향을 크게 받기도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참상을 전해줬던 톡파원이 전사하는 일도 있었고, 2년 전 하와이에서 발생했던 큰 산불로 하와이편을 방송에서 뺀 적도 있었다. 홍 PD는 “‘톡파원 25시’를 한 뒤로 항상 해외 뉴스를 본다. 큰 사고가 나면 늘 바로바로 확인하는 편”이라며 “누구보다 전 세계가 평화롭길 바라게 됐다”고 말했다.
유튜브에서는 수많은 여행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쏟아지고,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다양해지면서 경쟁은 치열해졌다. 그럼에도 홍 PD는 ‘톡파원 25시’만의 매력과 경쟁력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온 가족이 둘러앉아 보기 좋은 슴슴한 편안함이 그것이다. 홍 PD는 “분명히 유튜브처럼 세고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데는 한계와 제약이 있지만, 그럼에도 방송 플랫폼만이 할 수 있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며 “출연자들 간의 케미와 재미와 웃음, 정보, 그리고 가끔은 감동까지 드릴 수 있는 게 ‘톡파원 25시’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밥 친구’라고 불러주실 때 가장 기분이 좋다”고 했다.
홍 PD는 ‘톡파원 25시’를 JTBC의 간판 예능인 ‘아는 형님’을 넘어 MBC의 장수 드라마 ‘전원일기’처럼 만드는 게 목표다. 그는 “다양한 가정에서, 다양한 연령층이 함께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한다”며 “MC들도, 제작진도 ‘톡파원 25시’가 JTBC의 ‘전원일기’가 되자고 말하곤 한다. 핫한 드라마는 아니었을지언정 전 국민에게 사랑받으며 오래 방송됐던 ‘전원일기’처럼 오래 사랑받는 예능 프로그램이 되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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