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양육 개발업체 '업사이드 푸드'가 개발한 배양육이 접시에 담겨있다. 업사이드푸드 홈페이지 캡처
미국 미시시피주가 배양육의 생산 및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플로리다와 앨라배마에 이어 미국에서 세 번째로 배양육 금지 조치를 시행한 주가 됐다. 미시시피주 하원은 최근 배양육을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경우 500달러(한화 72만 6750원)의 벌금과 최대 3개월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16일 미국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테이트 리브스 미시시피 주지사는 조만간 이 법안에 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조치는 배양육 시장을 규제하려는 미국 여러 주의 움직임 중 하나로 평가된다. 현재 미국에서는 배양육 제품이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되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주에서는 선제적으로 이를 금지하는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배양육은 식물성 원료로 만든 대체육과는 달리 살아있는 동물에서 채취한 세포를 배양해 근육, 조직, 지방 등 실제 고기의 구성 요소를 생성하는 과정을 거쳐 생산된다. 살아있는 동물의 조직에서 고기의 구성 요소를 생성하는 세포를 추출한 후 영양소가 풍부한 배양액 속에서 증식시키는 방식이다.
배양육 지지자들은 배양육 기술이 도축 없이도 고기와 유사한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환경 보호와 동물 복지 측면에서 기존 축산업이 가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축산업이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토지와 수자원을 과도하게 소비하는 점을 고려할 때 배양육이 지속 가능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 내 일부 주에서는 신기술이 기존 육류 산업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법적 제한을 실시하고 있다. 미시시피주 역시 이러한 흐름에 동참하며 배양육이 전통적인 육류 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함께 밝혔다. 미시시피주 외에도 플로리다주와 앨라배마주가 배양육 생산과 유통을 금지한 바 있다. 현재 네브래스카주, 조지아주 등에서도 배양육 금지를 검토 중이다.
배양육 업계와 법률 전문가들은 이러한 금지 조치가 헌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한다. 전미소고기협회(NCBA)와 미국육류연구소 등 일부 축산업 단체들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은 자유시장 원칙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며 배양육 금지에 반대하고 있다.
최근의 미국 내 배양육 금지 조치가 배양육 업계에 당장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업계가 대규모 생산을 위한 기술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에서 배양육 판매 승인을 받은 기업은 ‘업사이드 푸드(Upside Foods)’와 ‘굿미트(Good Meat)’ 두 곳뿐이다. 이들 기업은 소규모로 레스토랑에 배양육을 공급했지만 현재까지 판매량은 미미한 수준이다.
올해 초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미션 반스(Mission Barns)’라는 기업이 개발한 배양 돼지 지방 배양육 제품을 승인하면서 배양육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다시 한번 보여줬다. 그러나 여전히 상업적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대량 생산 및 원가 절감 기술이 발전해야 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현재 기술로는 다진 고기 형태의 배양육 생산은 상대적으로 쉽지만 스테이크 같은 형태의 고기를 만드는 것은 어렵다.
소비자들은 배양육에 긍정적인 분위기다. 미국 퍼듀대가 2024년 실시한 소비자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분의 2가량이 배양 치킨이나 배양 소고기를 식당에서 먹어볼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조셉 발라그타스 퍼듀대 식품수요분석센터 소장은 “결국 소비자들은 가격과 맛이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답한다”며 배양육 산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이 두 가지 요소를 충족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축산업계 내부에서도 배양육이 반드시 기존 산업을 위협하는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시그리드 요하네스 전미소고기협회 대변인은 “미국인들은 여전히 우리의 소고기를 사랑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이를 소비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배양육 금지는 단순한 식품 규제 문제를 넘어 정치적·이념적 논쟁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배양육이 환경 보호와 동물 복지를 고려한 대안이라는 점에서 이를 반대하는 정치인들은 보수층 유권자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잔나 거버 미국육류가공협회 전무이사는 “배양육을 금지하는 법안들은 정치적 쇼에 불과하다”고 뉴욕타임스에 전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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