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내 유일한 개인전 금메달최민정(가운데)과 김길리가 16일(한국시각) 중국 베이징 캐피털 경기장에서 열린 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500m 결승에서 금메달, 동메달을 목에 걸고 기뻐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유럽·북미 선수들의 틈에서도 ‘살아있는 전설’의 레이스는 빛났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 간판 최민정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내년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했다.

최민정은 16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경기장에서 열린 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500m 결승에서 2분27초136의 기록으로 1위에 올랐다. 2위는 캐나다의 코트니 사로(2분27초194), 3위는 김길리(2분27초257)가 차지했다.

최민정의 금메달은 이번 대회에서 한국 대표팀이 캐낸 유일한 금맥이어서 더욱 값졌다. 트랙 13바퀴 반을 돌아야 하는 1500m 경기에서 최민정은 7바퀴를 앞두고 선두로 올라섰다. 곧바로 사로에게 1위를 내줬지만, 3바퀴를 앞두고 다시 특유의 장기인 바깥쪽 코스로 돌며 추월해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뒤에서 추월 기회를 보던 김길리는 앞선 선수 3명이 한데 엉켜 넘어지면서 사로에 이어 결승선을 통과했다.

최민정(왼쪽)이 16일(한국시각) 중국 베이징 캐피털 경기장에서 열린 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1500m 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고 있다. 베이징/AFP 연합뉴스
대표팀은 전날(15일) 남자 500·1500m, 여자 1000m, 여자 3000m 계주에서 ‘노 메달’로 우려를 키웠다. 에이스 박지원이 주종목인 남자 1500m 결승에서 4위(2분15초922), 함께 출전했던 장성우와 김건우는 준결승에서 탈락했다.

여자 1000m에서는 최민정이 5위였고, 김길리는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여자 3000m 계주 역시 결승에 오르지 못했다. 대표팀은 남아 있는 개인전(남자 1000m, 여자 500·1500m)에 주력하고자 혼성 계주 출전을 포기했다.

이날 여자 1500m에서 최민정의 금메달 획득으로 대표팀은 쇼트트랙 강국으로서 체면을 세웠다. 하지만 남자 1000m에서는 장성우·박지원이 준결승에서 실격 처분을 받았고, 김건우도 결승에 올라서지 못했다. 남자 선수 중 이번 대회 개인전에서 메달을 차지한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대표팀은 네덜란드, 캐나다, 내년 올림픽 개최국인 이탈리아를 상대로 고전했다.

박지원(맨 앞)이 16일(한국시각) 중국 베이징 캐피털 경기장에서 열린 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질주하고 있다. 베이징/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다음 시즌 국가대표 출전권이 걸려 있어 가벼이 여길 수 없는 대회였다. 대한빙상연맹은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 중 가장 높은 포인트를 기록한 남녀 각 1명을 차기 시즌 국가대표로 자동 선발한다. 자동 선발된 선수는 내년에 예정된 2025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최민정을 제외한 나머지 태극 전사들은 자동 선발 요건을 갖추지 못해 4월 열리는 2025∼2026시즌 국가대표 1∼2차 선발전에서 밀라노행 티켓을 노려야 한다. 올림픽을 앞두고 치러지는 국가대표 선발전인 만큼 심석희, 황대헌 등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포함해 정상급 기량을 갖춘 선수들이 출전을 예고하고 있다. 이번 시즌 국가대표들은 이들과 치열한 경쟁을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