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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P/뉴시스 |
‘빙속 황제’는 멈추지 않는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의 살아있는 전설 이승훈(알펜시아)이 녹슬지 않은 기량을 자랑했다. 9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시상대 위에 올랐다. 16일 노르웨이 하마르에서 열린 ‘2025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종목별 세계선수권대회’ 남자 매스스타트서 7분56초52를 기록, 전체 두 번째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스프린트포인트 40점을 획득하는 순간이었다.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탈리아 안드레아 조반니니(7분56초47·스프린트포인트 60점)의 뒤를 이었다.
이승훈의 뒷심이 이번에도 통했다. 레이스 초반만 하더라도 이승훈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체력을 아끼며 전체적인 경기 흐름을 지켜봤다. 레이스 막판 속도를 올리는 주특기를 발휘했다. 한 바퀴 남겨 놓은 시점부터 속도를 높인 것. 곡선 주로서 트랙 안쪽을 파고들며 순식간에 다른 선수들을 제쳤다. 선두 자리로 올라섰다. 다른 선수들의 맹렬한 추격 속에서 마지막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결승전을 앞두고 조반니니에 선두를 내준 부분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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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
이승훈은 한국 스피드스케이팅계에 굵직한 발자취를 남긴 인물이다. 동계올림픽에서만 금메달 2개와 은메달 3개, 동메달 1개를 획득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서 5000m 은메달, 1만m 금메달을 땄다.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팀추월 은메달을 수확했으며,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선 매스스타트 금메달, 팀추월 은메달을 추가했다. 2022년 베이징 대회에선 매스스타트 동메달을 땄다. 한국 선수 동계아시안게임 역대 최다 메달(9개) 기록도 가지고 있다.
흐르는 세월 속에서도 꿋꿋하다. 1988년생인 이승훈은 어느덧 만 37세가 됐다. 한때 슬럼프를 겪기도 했다. 30대에 접어들면서 내리막길을 걷는 듯했다. 메달권과 멀어지면서 은퇴가 가까워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포기하지 않았다. 피나는 노력으로 올 겨울 변곡점을 찍었다. 2025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서 후배들과 남자 팀 추월 은메달을 합작하더니 지난달 폴란드서 열린 ISU 월드컵 5차 대회 남자 매스스타트에선 깜짝 우승까지 차지했다.
안주하지 않는다. 한계를 뛰어넘고자 한다. 이승훈이 ISU 세계선수권대회서 메달을 딴 것은 2016년 2월 러시아 콜롬나에서 열린 대회 남자 매스스타트 금메달 이후 약 9년 1개월 만이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바라본다. 새 역사를 꿈꾼다. 한국 선수 중 다섯 차례 올림픽 대회에서 모두 메달을 딴 선수는 아직 없다. ‘사격 전설’ 진종오가 2004 아테네 대회부터 2016 리우 대회까지 4회 연속 메달을 땄지만 2020 도쿄 대회에선 노메달이었다.
한편, 함께 남자 매스스타트에 나선 정재원(의정부시청)은 7분57초62를 기록해 11위에 올랐다. 여자 1000m에 나선 여자 단거리 간판 김민선(의정부시청)은 1분16초11로 10위를 차지했다. 전날 주 종목인 500m에서 동메달을 딴 김민선은 1000m에서도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이혜진 기자 hjlee@sportsworl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