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경' 11회 예고 / tvN X TVING 영상 캡처
[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tvN X TVING 오리지널 드라마 '원경'이 여전히 역사왜곡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품 공개 전부터 실존 인물과 사건을 재구성하는 과정에서 많은 지적을 받았지만, 이번에는 원경왕후(차주영)가 세자 양녕(문성현)의 폐위를 주장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논란이 다시 한번 불거졌다.
오는 10일 방영될 '원경' 11회 예고편에서 원경왕후가 "세자는 군왕이 될 자질이 없다"며 양녕 폐위를 주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이는 실제 역사와 정반대되는 설정이다.
역사적으로 원경왕후는 세자 양녕의 폐위를 적극적으로 반대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그녀는 장자계승 원칙을 강조하며 태종이 양녕을 폐위하려 할 때도 반대 입장을 견지했다. 세자의 안위를 걱정하며 끝까지 그의 지위를 지키려 했던 것이 역사적 사실이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원경왕후가 양녕의 폐위를 직접 주장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는 단순한 '재해석'이 아니라, 역사적 사실과 완전히 반대되는 설정이라는 점에서 비판이 거세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원경왕후가 한글까지 창제하겠다"는 비아냥 섞인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사실 '원경'은 방영 전부터 역사왜곡 논란에 휩싸였다. 제작진은 공개적으로 "실존 인물이지만 역사적 사료가 부족한 부분이 많아 새로운 상상력을 더한 사극"이라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김상호 감독은 제작발표회에서 "실존 인물이지만 남아 있는 기록이 많지 않다. 실록에서 표현된 사건들은 그대로 두되, 인물들의 심리를 극대화했다"라며 "색다른 사극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주연 배우 차주영 역시 "역사가 불친절한 부분이 많아 원경왕후의 입장에서 빈 부분을 채워가며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극 초반부터 홀터넥 스타일의 의복을 등장시킨 것부터 태종(이현욱)을 비정상적으로 무능한 인물로 그린 설정까지, '원경'은 시청자들의 불만을 끊임없이 자아냈다.
사극이 반드시 실존 역사를 그대로 따라야 한다는 법은 없다. 많은 창작물이 실존 인물과 사건을 재해석하며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문제는 역사적 사실을 완전히 뒤집어버릴 경우, 시청자들에게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특히 원경왕후와 세자 양녕의 관계는 조선 왕조에서 중요한 역사적 사건 중 하나다. 원경왕후가 양녕 폐위를 주장했다는 설정은 단순한 창작을 넘어 역사 자체를 왜곡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시청자들은 "제작진이 '새로운 상상력'이라는 명목으로 역사적 사실을 너무 쉽게 바꾸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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