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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순식간에 물 차올라”…전남 진도·해남, 새벽의 악몽

온카뱅크관리자

2024-07-18 09:13:29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전남 진도·해남, 폭우에 무방비 주택·논·하우스·APC 등 침수 “수문개방 늦어 피해커” 주장도 도 “농약대 1㏊당 100만원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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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일 내린 비로 전남 서진도농협 하나로마트 조도지점이 침수돼 물에 젖은 물건들이 널브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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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식간에 물이 허벅지까지 차올랐습니다. 두려움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습니다.” 
 16일 전남 진도군 의신면 만길리. 김태우 이장(55)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새벽에 시간당 100㎜가 넘는 기습 폭우로 마을 전체가 잠기는 모습을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0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오전 2시께 하늘을 찢을 듯한 천둥 번개를 동반하며 쏟아졌다. 집 안까지 빗물이 차오르자 마을주민들은 혼비백산했다. 물살을 뚫고 움직이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다. 마땅히 대피할 곳도 없어 주민들은 안간힘을 다해 집 안에 찬 물을 퍼냈다. 
 오전 3시를 넘겨서야 비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지만 이미 아수라장이 된 뒤였다. 주택 12채와 경운기 5대가 물에 잠겼다. 논은 흙탕물로 뒤덮였다. 옷·이불·가전제품 등 세간살이가 모두 물에 잠겨 순식간에 쓰레기가 됐다. 현재 자원봉사자들이 진흙탕이 된 마을에서 수해 복구에 나서고 있다. 
 김 이장은 “지난해에도 큰비가 내려 피해를 겪었지만, 이번엔 그때보다 수위가 6∼7㎝나 더 높았다”며 “현재 복구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마을 구석구석에 쌓인 잔해들과 흙더미를 치우는 데만 며칠은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 예보가 또 있어 걱정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일부 논은 물론 인근 서진도농협 벼건조저장시설(DSC)과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도 물에 잠겼다. 벼는 출고를 끝낸 상태라 다행히 피해를 보지 않았지만 APC에 보관하고 있던 포장박스 등이 물에 젖어 못 쓰게 됐다. 침수 피해를 본 하나로마트 조도지점의 상황은 처참했다. 라면·음료수·생활용품 등이 종아리 높이까지 차오른 흙탕물 위를 둥둥 떠다녔다. 각종 박스는 마치 지진으로 쓰러진 듯 여기저기 널브러져 있었다. 
 김세훈 서진도농협 상무는 “DSC와 APC를 비롯한 경제사업장에 빗물이 토사와 함께 밀려 들어왔다”며 “물살을 이기지 못해 사무소 근처에 있는 도로 옆 담벼락이 무너졌으며 주유소는 낙뢰로 한때 정전됐다”고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진도군에 따르면 16일 오전 10시까지 읍·면별 평균 누적 강수량은 133.9㎜에 달한다. 의신면(178.5㎜)과 조도면(165.5㎜)엔 강우가 집중돼 피해가 컸다. 
 전남 해남에선 논과 함께 시설하우스 침수 피해가 발생했다. 농가는 행정당국의 미흡한 대처를 지적하고 나섰다. 
 해남군 북평면 오산리에 거주하는 이성연씨(63)는 하천 수문이 제때 열리지 않아 시설하우스 5동이 침수됐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오전 2시께부터 폭우로 빗물이 무릎 높이만큼 차올랐다”며 “상추는 물론 시설하우스 안에서 말리던 쪽파 종구도 빗물에 젖어 피해가 막심하다”고 시름했다. 
 이씨는 상습 침수 구역임에도 장마철 수문을 완전히 개방하지 않은 행정당국의 안일한 대처가 피해를 키웠다고 짚었다. 
 그는 “담당 기관인 면사무소에 30차례나 수문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방치했다”며 “새벽에 이미 물난리가 났는데 수문 개방은 점심 때쯤에 했으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비가 많이 온 것은 자연재해로 인정하지만 수문 관리 소홀로 문제가 발생했다면 인재가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북평면사무소 관계자는 “당일 새벽 순찰 때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며 “평소에도 수문은 일부 개방된 상태였으나, 갑작스러운 폭우로 빗물이 급격히 불어나고 쓰레기 등이 수문 입구를 막아 문제가 커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습 침수지역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 이장은 “우리 마을은 매년 물난리를 겪고 있다”며 “배수펌프시설 보강 등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남도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17일 오전 8시 기준 전남지역에서 주택 침수 피해가 161건 발생했다. 논 침수면적은 진도 150㏊, 완도 100㏊, 해남 13㏊, 고흥 10㏊, 강진 6㏊ 등 총 279㏊다. 도는 피해농가에 1㏊(3000평)당 농약대금 10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낙뢰 사고도 잇따랐다. 16일 광주지방기상청에 따르면 0시부터 오후 2시까지 전남 22개 시·군에 낙뢰가 4576차례 관측됐다. 이 때문에 기온·바람·온도 등을 관측하는 자동 기상관측장비(AWS)에 송신 오류가 발생했다. 여수국가산업단지에 있는 석유화학업체는 정전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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