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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스무 살의 나는 이 영화를 좋아하지 않았겠지 [비장의 무비]

온카뱅크관리자

2024-07-18 05:55:05

<div id="layerTranslateNotice" style="display:none;"></div>  <strong class="summary_view" data-translation="true">〈퍼펙트 데이즈〉 <br>감독:빔 벤데르스 <br>출연:야쿠쇼 고지</strong> 
        <div class="article_view" data-translation-body="true" data-tiara-layer="article_body" data-tiara-action-name="본문이미지확대_클릭"> 
         <section dmcf-sid="GUSVWtMUts">
          <figure class="figure_frm origin_fig" data-idxno="100363" data-type="photo" dmcf-pid="HuvfYFRuXm" dmcf-ptype="figure">
           <p class="link_figure"><img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7/18/sisain/20240718055134269trfy.jpg" data-org-width="1280" dmcf-mid="YaBc2xOJHO"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7/18/sisain/20240718055134269trfy.jpg" width="658"></p>
          </figure>
          <div dmcf-pid="X8FiU9A8Gr" dmcf-ptype="general">
           <p>그는 부자였다. 그는 불행했다. 술을 많이 마셨고, 인생이 망가지고 있었다. 어느 날 아침 지저분한 호텔방에서 눈을 떴을 때, 어쩌다 여기로 왔는지 간밤의 일이 하나도 기억나지 않을 때, 그는 결심했다. 이 거지 같은 삶을 끝내기로.</p> 
          </div>
          <div dmcf-pid="Z63nu2c6Xw" dmcf-ptype="general">
           <p>그때, 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한줄기 빛을 보았다. 창문 앞 작은 나무의 가지 사이로 새어 들어온 햇빛이었다. 이파리와 햇살이 서로 장난치듯 함께 일렁이는 그림자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그는 울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아름다운 광경은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p> 
          </div>
          <div dmcf-pid="5P0L7VkPXD" dmcf-ptype="general">
           <p>하지만 ‘본 적이 없다’는 건 착각일 거라고 그는 곧 생각했다. 비슷한 풍경을 분명 보았을 테지만 눈치를 못 챘겠지. 나뭇잎 사이로 비끼는 햇살 따위 신경 쓰는 인간이 아니었으니까. 그래서, 그 한줄기 햇살 앞에서, 그는 결심했다. 이런 걸 눈치채는 사람이 되어보기로.</p> 
          </div>
          <div dmcf-pid="1XwuOy2XGE" dmcf-ptype="general">
           <p>사업을 접고 정원사가 되었다. 작은 공원의 나무를 보살피다가 공원마다 설치된 화장실을 보살피는 사람이 되었다. 남들이 꺼리는 일을 하면서도 거리낌이 없었다. 깨끗이 닦아낸 화장실 벽에 떨어지는 햇살, 화장실 창문 너머 한들한들 흔들리는 나뭇잎, 화장실 청소를 끝내고 나와 올려다본 하늘의 구름….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걸 매일매일 눈치채는 자신의 삶이, 그는 썩 마음에 들었다.</p> 
          </div>
          <div dmcf-pid="tZr7IWVZZk" dmcf-ptype="general">
           <p>여기까지가 주인공 히라야마(야쿠쇼 고지)의 전사(前史). 감독 빔 벤더스가 혼자 마음속에 써둔 프리퀄. 영화는 그다음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른 아침 출근을 준비하는 히라야마의 단정한 아침에서 시작한다. 이부자리를 개고 세수하고 옷을 갈아입는 바쁜 아침인데도 작은 화분에 물 주는 걸 잊지 않는 남자. 현관을 나서자마자 하늘 한번 올려다보고 미소를 짓는다.</p> 
          </div>
          <div dmcf-pid="F1sqhG41Yc" dmcf-ptype="general">
           <p>차에 올라 카세트테이프를 뒤적여 그날의 팝송을 트는 출근길. 밤새 남들이 더럽힌 화장실을 싹싹 닦아낸 뒤 근처 공원 나무 그늘 아래에서 보내는 점심시간. 찰칵. 나뭇잎 사이로 숨바꼭질하는 햇살을 필름 카메라에 붙들어두고는 다시 일에 몰두하는 오후. 퇴근한 뒤 동네 목욕탕에서 피곤을 씻어내고 아사쿠사 지하상가 식당에서 볶음국수를 먹는 저녁을 지나, TV가 없는 방에 누워 윌리엄 포크너의 소설을 읽다가 잠드는 밤.</p> 
          </div>
          <div dmcf-pid="3tOBlH8t1A" dmcf-ptype="general">
           <p>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히라야마의 삶을 보며 생각했다. 스무 살의 나는 이 영화를 지금처럼 좋아하진 않았을 거라고.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란 ‘지루함’의 다른 표현일 뿐이라고 믿던 그때의 나는, ‘매일 반복되는 루틴’을 완성한 삶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 알 턱이 없었다. 오늘 한 일을 내일 또 할 수 있고, 오늘 마주친 사람과 내일도 스쳐갈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그때의 나는 눈치챌 수 없었다.</p> 
          </div>
          <div dmcf-pid="0FIbSX6FGj" dmcf-ptype="general">
           <p>일상이란 달걀보다도 깨지기 쉬운 것이더라. 루틴이란 나무처럼 단단해서 제법 버팀목이 되기도 하더라. 그걸 조금 알고 나니 이 영화의 모든 장면에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같이 울다가 웃다가, 나도 어느새 히라야마가 되고 만다. 그가 눈치챈 것들을 나도 같이 눈치채는 이 영화의 시간이 너무 좋았다. 고모레비(木漏れ日). ‘흔들리는 나뭇잎 사이로 일렁이는 햇살’을 뜻하는 일본어. 영화 〈퍼펙트 데이즈〉가 가르쳐준 이 멋진 말을 기억하며, 요즘엔 자주 하늘을 올려다본다. 더 많이 눈치채고 싶어진다.</p> 
          </div>
          <p dmcf-pid="pUSVWtMUYN" dmcf-ptype="general">김세윤 (영화 칼럼니스트) editor@sisain.co.kr</p>
          <div dmcf-pid="UuvfYFRuZa" dmcf-ptype="gener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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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ction> 
        </div> 
        <p class="" data-translation="true">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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