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즈 ize 한수진 기자
/ 사진= 각 앨범 커버
음악 시장에서 동일한 제목의 곡이 세대별로 달리 대표되는 사례가 종종 있다. '거짓말'이라는 제목의 곡도 X세대에겐 지오디, 밀레니얼 세대에게는 빅뱅의 노래로 인식된다. 그리고 이 두 그룹의 공통점은 모두 당대를 대표했던 인기 스타였다는 점이다.
최근 '모나리자'라는 제목의 곡에서 이러한 상황이 다시 한번 연출됐다. 한시대를 풍미했던 영원한 오빠 조용필과 현 시대를 대표하는 글로벌 K팝 그룹 방탄소년단의 제이홉이 '모나리자'라는 곡 제목을 나눠쓰게 됐다. (제이홉은 영어('MONA LISA')로 곡을 발매했다.) 흥미로운 건, 이 두 곡이 세계적인 다빈치의 명작 '모나리자'를 모티프 삼고 있으면서도, 각기 다른 시대의 정서 그리고 음악적 문법에 따라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석됐다는 점이다. 같은 이름의 노래가 무엇이 다르게 구현됐는지 그 면면을 들여다봤다.
조용필 / 사진=YPC
사랑의 아쉬움, 이상형을 향한 찬사
조용필의 '모나리자'는 "미소가 없는 그대는 모나리자"라는 가사에서도 알 수 있듯, 사랑하는 이의 덤덤한 태도와 자신을 향한 냉소적인 시선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고 있다. 가사에서 "내 모든 것 다 주어도 그 마음을 잡을 수는 없는 걸까"와 같은 표현을 통해 상대의 감정을 얻지 못하는 아쉬움을 드러낸다.
제이홉의 '모나리자'는 이상형의 아름다움과 독립성을 찬양하는 내용을 담는다. 가사에서는 "I like my girls pretty, so fine(너 같은 여자가 좋아 매력적이고 멋진)"과 같은 표현을 통해 외적인 아름다움을 강조하면서, "Independent check, got her own check(독립적이야. 능력 있어)"이라는 구절로 독립성을 언급한다. 또한 "Looking just like a painting, don't need no validation(그림 같은 너 남들의 인정 따윈 필요 없어)"이라는 부분에서는 상대의 존재 자체가 예술 작품처럼 완벽하며, 외부의 인정이 필요 없음을 나타낸다.
두 곡은 '모나리자'라는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조용필은 '모나리자'를 감정 표현이 억제된 존재, 다시 말해 '미소가 없는' 차가운 상징으로 그리면서 화자에 대한 애틋함과 사랑의 결핍을 투영한다. 여기서 '모나리자'는 도달할 수 없는 거리감과 관계의 단절을 상징하는 정적인 이미지다. 반면 제이홉은 같은 이름을 가진 대상을 주체적인 아름다움과 자기 확신을 지닌 인물로 재해석한다. 그의 곡에서 '모나리자'는 예술 작품처럼 완벽하면서도 당당한 여성상이며, 이는 방탄소년단 음악에서 자주 강조되는 주체성, 독립성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이처럼 동일한 이름이지만, 조용필은 감정의 부재에 주목했고 제이홉은 그 존재 자체의 빛나는 자립성과 자기 확신에 주목함으로써 독창적인 감정 코드를 반영하고 있다.
제이홉 / 사진=빅히트 뮤직
역동적인 록 사운드, 부드러운 힙합 알앤비
조용필의 '모나리자'는 라이브 세션 기반의 입체적인 사운드가 역동적으로 펼쳐진다. 신시사이저의 화려한 질감이 공간감을 확장하고, 드럼과 일렉트릭 기타의 강렬한 조화는 곡 전반에 걸쳐 폭발적인 에너지를 불어넣는다. 특히 빠른 템포 위에서 진행되는 리듬은 상실을 주제로 다룬 가사와 대조돼 감정의 혼란과 격정을 더욱 부각한다. 조용필 특유의 치밀하게 조율된 감정선이 깃든 보컬은 절제와 폭발을 오가며 드라마틱한 흐름을 형성하고, 후반부로 갈수록 감정을 쌓아 올리는 하이톤의 열창과 일렉 기타 솔로는 깊은 여운이 있다.
제이홉의 '모나리자'는 힙합 알앤비 장르다. 그루비한 리듬과 펑키한 코드 진행 위에 청량한 탄산음료처럼 톡톡 튀는 신스와 효과음이 레이어드돼 사운드가 전체적으로 활기차다. 제이홉의 랩과 보컬은 이 위에 유기적으로 얹히며, 감탄과 찬사에 대한 가사를 자연스럽게 멜로디로 풀어낸다. 전체적으로 이 곡은 요즘 팝 시장에서 선호하는 트렌디한 사운드 디자인과 감각적인 구성을 통해 현대 힙합 알앤비가 지닌 매력을 전면에 내세운다.
조용필은 처절하고 격렬하게, 제이홉은 부드럽고 감미롭다.
이처럼 두 곡의 각기 다른 면면은 동일한 주제라도 시대에 따라 어떻게 상이한 정서와 사운드로 구현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확실한 건, 두 곡의 상이한 시선만큼 비교하며 듣는 재미가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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