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다리만 다친 줄 알았는데, 독감까지 걸린 상태였습니다. 79번까지 갔던 랠리, 95분간 뛰었던 결승전. 안세영 선수는 우승하고서 제대로 걷지도 못했는데요.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전영 오픈에서 가장 위대한 경기였다는 찬사가 뒤따랐습니다.
양정진 기자입니다.
[기자]
[안세영 2:1 왕즈이/전영오픈 여자단식 결승전]
마지막 3번째 게임, 9대 9로 맞선 상황.
안세영이 상대의 대각선 공격을 받으려고 몸을 던집니다.
다행히 아웃이 되면서 한 점을 달아났지만 한동안 일어나지 못합니다.
[안세영 : 아… 쥐나 쥐나.]
안 그래도 전날 준결승에서 오른쪽 허벅지를 다쳐 붕대를 칭칭 감아놨는데 이젠 왼쪽 다리마저 따라주지 않습니다.
그만큼 경기는 처절했습니다.
2세트에선 점수 하나를 따내기 위해 88초간 79번의 끈질긴 랠리를 이어갔습니다.
실점한 중국 왕즈이는 드러누워 한참을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달아나면 따라오며, 누가 이길지 알 수 없던 승부는 3세트 18대 18 상황까지 이어졌습니다.
이때부터는 누가 더 순간 순간에 몰입하느냐의 싸움이었습니다.
안세영은 네트 앞 헤어핀 대결에서 이겨 결정적 포인트를 따냈고, 왕즈이의 마지막 공격이 라인을 벗어난 순간 안세영은 그대로 주저앉아 두 손을 불끈 쥐었습니다.
1시간 35분의 승부가 끝이 난 뒤, 제대로 포효할 힘도 없었고, 제대로 걷지도 못했습니다.
그리고 짧은 한마디를 남겼습니다.
[안세영/배드민턴 대표팀 : 이제 내가 여왕이다!]
경기가 끝나고선 다리 부상 뿐 아니라 독감까지 앓고 었었다 고백했습니다.
안세영에겐 배드민턴 인생에서 가장 어렵게 따낸, 그래서 가장 기억에 남을 우승이었습니다.
배드민턴 전문 매체 '배드민턴 랭크스'는 "전영 오픈 역사상 가장 위대한 경기"라고 평가했습니다.
[영상편집 임인수 / 영상자막 홍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