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마라토너 하프투 테클루(오른쪽)가 16일 열린 ‘2025서울마라톤 겸 제95회 동아마라톤’에서 잠실올림픽주경기장 인근에 마련된 결승테이프를 가장 먼저 끊으며 환호하고 있다. 양회성 동아일보 기자 yohan@donga.com
하프투 테클루 아세파(25·에티오피아)가 2025서울마라톤 겸 제95회 동아마라톤(서울시·대한육상연맹·동아일보·스포츠동아 공동 주최) 국제 엘리트 남자부 정상에 섰다.
하프투 테클루는 16일 광화문광장을 출발해 잠실올림픽주경기장으로 골인한 대회 국제 엘리트 남자 부문에서 2시간05분42초의 기록으로 우승했다. 2위는 펠릭스 킵트 키르와(30·2시간05분44초), 3위는 버나드 킵롭 코에치(37·2시간05분50초·이상 케냐)였다.
서울마라톤은 국내 유일의 플래티넘 라벨 대회로, 역대 최고 기록은 모시네트 게레메우 바이(에티오피아)가 2022년 작성한 2시간04분43초다. 이는 국내 마라톤대회를 모두 통틀어 최고 기록이다.
새벽부터 내린 비와 영상 4~6도에 불과한 날씨의 영향으로 하프투 테클루는 아쉽게 대회기록을 경신하진 못했으나, 에티오피아에 4년 연속이자 대회 통산 5번째 금메달을 안겼다. 에티오피아는 하계올림픽 통산 메달 순위에서 금 5, 은 1, 동메달 3개로 케냐(금3·은3·동2)와 치열한 각축전을 벌여온 전통의 마라톤 강국이다.
역대 서울마라톤 국제 엘리트 남자부에선 케냐 선수들이 최다인 11차례 우승을 일궜으나, 최근에는 에티오피아 선수들이 강세를 보였다. 지난해에는 제말 이메르 메코넨이 개인최고기록(2시간06분08초)으로 우승했다.
메코넨은 부상으로 올해 불참했으나, 에티오피아 마라톤은 여전히 강했다. 외국인 초청선수 중 2번째로 개인최고기록(2시간04분42초)이 좋은 하프투 테클루는 강력한 우승 후보였다. 13일 입국해 코스를 점검하고 컨디션을 끌어올린 그는 “오직 우승만을 생각하고 있다. 정말 신나게 대회를 준비했다. 메코넨이 빠진 만큼 내가 더 열심히 뛰겠다”며 강한 의지를 보인 끝에 결실을 봤다.
쉬운 레이스는 아니었다. 국제 남자부에선 골인 직전까지 치열한 경합이 펼쳐졌다. 40㎞ 지점까지 1~3위의 기록이 1시간58분58초로 똑같았다. 여기서부터 미세한 균열이 생겼다. 기록은 같지만, 3위에서 달린 하프투 테클루가 2㎞를 남기고 무섭게 스퍼트하며 경쟁자들을 따돌렸다.
5000m, 1만m 등 중장거리가 주력 종목이었으나 2020년대 들어 마라톤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하프투 테클루는 “서울마라톤과 같은 플래티넘급 대회를 꾸준히 우승해야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강한 진심으로 대회에 임했다. 올림픽 메달에도 도전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국제 엘리트 여자부는 에티오피아가 독식했다. 베켈레치 구데타 보레차(28)가 개인최고기록인 2시간21분36초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고, 25세 동갑내기 피크르테 웨레타 아드마수와 메스타우트 피키르 트루네가 각각 2시간22분54초, 2시간23분10초로 그 뒤를 따랐다. 베켈레치는 “오늘의 레이스는 85점이다. 최종 목표는 올림픽 도전”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국내 엘리트 남녀부에선 전년도 우승자 김홍록(23·한국전력공사)과 임예진(30·충주시청)이 나란히 2연패에 성공했다. 김홍록은 2시간12분29초, 임예진은 2시간30분14초로 우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