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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미술로 보는 세상] 무서운 그림들

온카뱅크관리자

2024-04-06 09: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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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무서움 혹은 두려움은 인간의 원초적인 감정 중 하나다. 
 두려움이 엄습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죽음'과 관련될 때 가장 크고 깊다. 주변에서, 뉴스에서, 익명으로부터 매일 마주치는 죽음이지만, '나의 죽음'은 추상적이기 때문이다. '언제, 어떻게'일지 모르기 때문에 무섭다.
 자연 재해와 관련한 무서움으로는 영국 화가, 조지프 말로드 윌리엄 터너(1775~1851)가 그린 '노예선'(1840)이라는 작품에서 엿볼 수 있다. 폭풍우 바닷속 위태로운 선박과 바다에 빠진 사람들을 그렸다.
 실로 이 작품이 무서운 이유는 인간이 인간에게 범한 죄악 때문이다. 당시 규정 상 배에 타고 있던 노예는 실종된 경우에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었다. 선원들은 병에 걸린 노예들을 이처럼 바다에 버렸다. 인간의 탐욕과 악마성을 고발한 걸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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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노예선' 보스턴 미술관 소장"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06/yonhap/20240406090015491moor.jpg" data-org-width="480" dmcf-mid="FL81QUHE3Q"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06/yonhap/20240406090015491moor.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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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예선' 보스턴 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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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독교가 지배하던 중세에는 신과 지옥이 두려움을 이어받았다. 단테 알리기에리(1265~1321)가 쓴 '신곡'은 문학을 통한 사유의 장이었으며, 네덜란드 화가 히에로니무스 보스(1450~1516)가 그린 '세속적인 쾌락의 정원'(1500년께)은 화폭에 옮긴 상상의 터였다.
 삼면화인 이 작품에서 오른쪽에 그린 지옥 풍경은 당대 사람들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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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세속적인 쾌락의 정원' 프라도 미술관 소장"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06/yonhap/20240406090015645whmv.jpg" data-org-width="690" dmcf-mid="3YHk5sNf0P"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06/yonhap/20240406090015645whmv.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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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속적인 쾌락의 정원' 프라도 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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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세기 전후부터 인간을 지배하는 두려운 존재로 꿈과 무의식 세계가 등장했다. 내면에 담겨 있으나, 자신도 어찌할 수 없는 난바다 같은 대상으로 밀착했다.
 스위스 출신으로 영국에서 활동한 헨리 푸셀리(1741~1825)의 '악몽'(1781)이 이를 대변한다. 순백의 옷을 입고 잠든 미녀 몸 위로 악마 같은 괴물이 앉아 있고, 붉은 커튼 뒤 머리를 내민 말의 모습은 다시 만나고 싶지 않은 세계다. 제목처럼 악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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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악몽' 디트로이트 미술관 소장"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06/yonhap/20240406090015777thnv.jpg" data-org-width="419" dmcf-mid="0kyNGDLK06"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06/yonhap/20240406090015777thnv.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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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악몽' 디트로이트 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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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때론 역사적 사실을 화폭에 재현함으로써 감상자들을 무섭게 한다. 러시아 사실주의 대가, 일리야 레핀(1844~1930)이 그린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1885)은 사실을 더 사실답게 그려 섬뜩하기까지 하다.
 자신에게 대드는 아들을 죽인 후 정신을 차린 이반 뇌제가 아들을 껴안고 후회하는 모습을 그린 작품인데, 황제의 눈엔 광기와 후회, 연민이 뒤섞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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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소장"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06/yonhap/20240406090016211jaxk.jpg" data-org-width="966" dmcf-mid="p2PFM7Zwz8"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06/yonhap/20240406090016211jaxk.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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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반 뇌제와 그의 아들'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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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연, 신, 무의식, 역사를 넘어 가장 무서운 그림을 만났다. 러시아 화가, 바실리 페로프(1833~1882)가 그린 '지상에서의 마지막 여행'(1865)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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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mg alt="'지상에서의 마지막 여행'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소장" class="thumb_g_article" data-org-src="https://t1.daumcdn.net/news/202404/06/yonhap/20240406090016382dvfp.jpg" data-org-width="640" dmcf-mid="UDQ3Rz5ru4" dmcf-mtype="image" height="auto" src="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404/06/yonhap/20240406090016382dvfp.jpg" width="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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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상에서의 마지막 여행' 트레티야코프 미술관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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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여행'을 하는 사람은 관 속에 누운 아버지다. 달구지를 끄는 어머니는 뒷모습이지만, 모든 것을 잃은 듯한 처연한 자세다. 수레를 끄는 말의 자세와 닮아 더 가냘프다. 딸은 아버지를 꼭 안고 있다. 병색이 완연한 아들은 담요에 싸여 아버지를 곁눈질할 뿐이다. 그렇게 배웅할 수밖에…….
 묘역으로 가는 마지막 여행인데, 도와줄 이웃 한 명 없이 이들 세 명에게만 지워진 짐이라는 사실에서 참혹함이 느껴진다. 그래서 무섭다. 
 1861년 알렉산드르 2세가 농노해방령을 내렸지만, 부실한 내용 탓에 농민들 삶은 더 팍팍해졌다. 수많은 사람이 허무하고 비참하게 죽어 나갔다. 페로프는 현실을 직시했다. '러시아 비판적 사실주의' 화가로 길이 이름을 남겼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존재는 자연도, 신도, 무의식도, 역사도, 죽음 자체도 아니라는 생각을 한다. 
 사람이다. 가족이다. 가장 사랑하기에 제일 무섭다. 이는 상상과 회의가 만든 막연한 무서움이 아니다. 껴안아야 하고, 품어야 하며, 마주 봐야 하는 실존이므로 무섭다. 
 가족이 무섭다는 건 사랑한다는 말의 다른 표현이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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