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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뉴스]가자전쟁 6개월 사상자 11만명…AI가 정해준 ‘살상표적’

온카뱅크관리자

2024-04-04 14:5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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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일 이스라엘군 탱크가 가자지구 경계에서 이동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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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스라엘방위군(IDF)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박멸”을 목표로 내걸고 지난해 10월 7일 전쟁을 시작한 이후 가자지구에서 11만여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나왔다. 오는 7일(현지시각) 발발 6개월을 맞는 가자 전쟁에서 주민 피해가 이처럼 대규모로 일어나는 배경에는 이스라엘군이 처음으로 본격 활용하기 시작한 인공지능(AI) 표적 시스템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스라엘군 사이버 정보 ‘8200부대’ 전직 장교이자 사이버 기업 ‘센트라’ 공동 창립자 론 라이터는 “이스라엘군은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사람들(표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공격하는 데 인공지능 표적 시스템 ‘하브소라’(‘복음’이란 뜻의 히브리어) 시스템을 사용한다”고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최근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군이 전쟁에서 인공지능을 본격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고 표현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 전쟁 발발 2년 반 전인 지난 2021년 5월에 11일 동안 벌어졌던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의 무력 충돌 때도 머신 러닝과 첨단 컴퓨팅을 사용한 ‘최초의 인공지능 전쟁’을 치렀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이스라엘군의 인공지능 활용이 시험 단계에 가까웠다면, 가자 전쟁에서 하브소라는 이스라엘군 최전선의 중추신경 구실을 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표적 산출 능력은 하브소라 활용 이전 ‘1년 50개’ 정도였는데, 이 인공지능 시스템의 도입 뒤에 ‘하루 100개’씩으로 폭증했다고 영국 가디언은 전했다.
 하브소라의 이런 표적 산출 능력은 ‘살상 표적 생산 공장’에 비유되며, 가자지구 주민 사상자 11만여명 발생 원인 중 하나라는 우려가 인다. 이스라엘군의 인공지능 표적 생성 시스템에 각국의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실체는 베일에 싸여 있다. ‘살상 표적’을 설정할 때 전투원과 민간인을 구분하는 능력이 있는지도 검증되지 않았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가 ‘이스라엘의 인공지능 목표 설정 능력’을 다룬 보고서를 보면, 이스라엘은 지난 2019년 육군과 공군이 전쟁 때 쓸 표적을 생산하기 위해 ‘표적물 관리국’을 설립했다. 이전 전쟁들에서 오랜 기간 마련해온 표적들이 전투 시작 뒤 몇주 만에 소진되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표적 은행’을 만들 조직을 설립한다는 계획이었다. 군인 수백명과 분석가들이 드론 영상이나 감청 통신·감시 데이터·오픈 소스 정보·집단 움직임·개인 행동 데이터 등을 모았지만 한계가 있었고, 이후 인공지능의 힘을 빌렸다.
 하지만 영국 왕립합동군사연구소는 이 보고서에서 “이스라엘군이 설명하는 하브소라의 구실은 여전히 모호하며, 시스템이 어떻게 표적을 생성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이 없다”며 “이전에도 인공지능을 이용해 첩보를 수집·처리하는 시스템이 있었지만, (하브소라처럼) 공격 가능한 목표물을 (기계가) 출력하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3일 이스라엘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이스라엘군 8200부대가 하마스 무장조직과의 연관성을 기반으로 3만7000명에 이르는 적 무장대원을 잠재적 표적으로 식별하는 인공지능 기반 데이터베이스를 공습 과정에 사용했다”며 “이 시스템은 이전에 공개된 적이 없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스라엘 쪽은 인공지능을 활용해 ‘정밀 공격’을 하기 때문에 전쟁에서 민간인 희생을 줄이는 데 오히려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고개를 갸웃거린다. 사이버 보안 업체 ‘트레일 오브 비트’의 하이디 클라프 이사는 폴리티코에 “아직 인공지능 시스템의 오류가 높은 점을 고려하면, 현재 상황에서 인공지능으로 표적을 자동화하는 것은 무차별적 공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꼬집었다. 이스라엘 전 국가정보국장실 대테러 담당 앤드류 보린도 “지금의 인공지능 전쟁은 실전에서 어떤 인공지능 기술이 작동하고, (인공지능 활용에) 어떤 규칙이 있어야 하는지 알아내기 위한 시험장일 뿐”이라고 우려했다.
 실제 가자전쟁에서 피해 상황은 참혹하다. 팔레스타인 중앙통계청(PCBS)에 따르면, 3일 기준 가자지구 사망자는 3만2975명에 이른다. 이런 희생자 집계는 민간인과 하마스 무장조직을 구분하지 않은 것이지만,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등은 사망자 가운데 여성 9천여명, 어린이 1만3천여명이 포함됐다고 집계하고 있다. 사실상 민간인 희생을 고려치 않는 무차별 살상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까닭이다.
 국제사회가 주목했던 대규모 전쟁이 ‘무기 실험장’으로 이용돼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2차 대전 당시 미국이 일본에 떨어뜨린 원자폭탄을 비롯해 미국 등이 걸프전에서 스텔스기와 정밀 유도탄 등을 실전 테스트했던 게 대표적이다. 2022년 2월 말 일어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부분적으로 적용된 드론이나 전투 지원 로봇, 자율주행 군용 차량 등이 실전에 투입됐다. 얼굴인식이 가능한 인공지능으로 적국 전사자를 확인한 뒤 이를 역추적해 상대 기지를 타격하거나, 소총에 이미지 추적용 인공지능 장비를 설치해 한 번 포착한 적을 끝까지 자동 추적해주는 정밀 돌격 조준경 ‘스매시’(SMASH) 등도 활용되고 있다.
 하지만, 가자전쟁에서 인공지능 활용은 그동안 인간의 통제 영역이었던 ‘살상 표적’ 선정까지 인공지능 쪽으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차원이 다르다. 가자전쟁이 이전과 전혀 다른 성격의 전쟁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피터 싱어 애리조나 주립대학교 교수는 지난달 24일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자전쟁을 통해) 인공지능이 민간 생활에서 쓰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전장에서 인간의 의사 결정 보조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며 “미국, 러시아, 중국, 일본 자위대를 포함한 대부분 주요 국가의 군대가 이런 유형의 전투를 연구하고 있다”고 짚었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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