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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뉴스][KISTI의 과학향기]DNA, 유전물질서 첨단 신소재로 활용

온카뱅크관리자

2025-12-21 07: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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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나선 구조를 가진 DNA(디옥시리보핵산)는 오랫동안 유전 정보를 저장하는 물질로 여겨져 왔다. 그런데 지난 수십 년 사이, 과학자들은 DNA가 지닌 또 다른 능력에 주목했다. 바로 염기 배열과 주변 조건에 따라 스스로 접히거나 펴지는 성질을 이용해 상자, 그물망 같은 미세 구조물을 만드는 소재로 사용할 수 있단 점이다.
 최근에는 DNA의 이러한 성질을 한층 더 정교하게 활용한 연구도 발표됐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를 중심으로 한 국제 공동 연구팀은 지난 10월 국제학술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에 DNA와 무기물을 결합한 마이크로미터(㎛) 크기의 ‘꽃 모양 결정 구조’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의 출발점은 자연이었다. 연구팀은 코발트이온과 피로인산염을 반응시켜 마치 꽃처럼 갈라진 결정 구조를 만들었다. 이후 특수 효소를 활용해 결정 표면에서 DNA 단일 가닥이 빽빽하게 붙도록 설계했다. 이 결정 구조는 주변이 산성이 되면 마치 꽃잎처럼 오므라들었다. 그렇다면 왜 산성 환경에서 오므라드는 것일까?
 이 구조의 핵심은 바로 단일가닥 DNA의 염기구성이다. 그중에서도 시토신(C)이 많은 단일가닥 DNA는 주변 환경 산성으로 바뀌면 ‘아이-모티프’라는 특이한 구조가 접히면서 길이가 짧아진다. 반대로 티민 DNA 가닥으로 이뤄진 DNA 가닥은 산성도에 따라 반응이 거의 없다.
 이 단일가닥 DNA는 무기물 결정 표면에 마치 지지대처럼 고정돼 있다. 이때 시토신이 많은 DNA가 접히면, 가닥이 짧아지면서 구조를 안쪽으로 잡아당기게 된다. 마치 꽃잎이 오므라드는 것처럼 보인다.
 반대로 티민이 많은 DNA 가닥은 이런 변화가 거의 없다. 즉, 결정 표면에 어떤 DNA가, 어떤 순서로 배치되느냐에 따라 구조가 움직이는 방식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이 원리를 바탕으로 세 가지 유형의 꽃 결정을 만들었다. 시토신이 많은 DNA만 붙인 C-꽃, 티민 DNA로만 구성된 T-꽃, 그리고 두 종류의 DNA를 층층이 섞은 ‘혼합 꽃’이다. 특히 혼합 꽃은 어느 층에 어떤 DNA를 배치하느냐에 따라 꽃잎이 안쪽으로 말릴지, 균일하게 오므라들지, 혹은 한쪽으로만 굽어질지도 조절할 수 있었다.
 실험 결과, 주변 환경이 산성으로 바뀔 때 C-꽃과 혼합 꽃은 DNA가 먼저 접히면서 꽃 전체가 오므라들거나 구부러졌다. 다시 중성 상태로 돌리면 원래 모습으로 펼쳐졌다. 이 과정은 여러 번 반복해도 유지돼, 구조 자체가 환경 변화에 따라 되돌릴 수 있게 설계된 것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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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 유진성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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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구팀은 꽃잎 구조가 움직이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플랫폼으로 활용한 가능성을 실험했다.
 대표적인 예시로 꽃잎 층마다 효소를 심어, 꽃이 열려 있을 때만 효소들이 서로 가까워져 반응하게 만든 것이다. 산성도를 높여 꽃이 닫히면 효소는 서로 멀어지고 반응도 멈춘다. 주변 환경이 화학 반응의 ‘스위치’ 역할을 하는 셈이다.
 이러한 원리를 응용하면 특정 조건에서만 약을 방출하는 미세 캡슐이나 오염 물질 농도에 반응해 형태나 색이 바뀌는 센서, 외부 에너지 변화 없이 환경 변화만으로 움직이는 초소형 로봇을 만들 수 도 있다. 다만 아직까진 구조 크기와 안정성, 대량 생산, 복잡한 환경에서의 동작 재현성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약 70년 전 제임스 왓슨과 프랜시스 크릭이 DNA의 이중나선 구조를 밝혔을 때 DNA가 이렇게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상상했을까. 초소형 결정 속에서 피고 지는 이 나노꽃은 DNA가 유전 정보를 담는 분자에 머물지 않고, 새로운 재료 공학과 로봇 공학의 출발점이 되고 있다.
 &lt;KISTI 제공&gt;
 이준기 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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