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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뉴스]린가드와 포옛, 두 외국인이 남긴 메시지

온카뱅크관리자

2025-12-21 04:00:00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12/21/0000054431_001_20251221040010497.gif" alt="" />2025시즌을 끝으로 K리그를 떠난 거스 포옛 전북 현대 감독이 지난 12월 6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광주FC와 전북현대의 2025 하나은행 코리아컵 결승전에서 2 대 1로 승리하자 포효하고 있다. photo 뉴시스</div> 한국을 먼저 찾은 건 제시 린가드(33·잉글랜드)였다. 린가드가 K리그로 온다는 소문이 돌았을 때 많은 이가 "린가드가 여길 왜 와"라며 웃었다. 2024년 2월 8일 FC 서울이 린가드 영입을 발표했다. 그때의 반응은 이랬다. "자신의 사업을 확장하는 등의 다른 뜻이 있는 건 아닐까"라며 린가드의 서울행에 의구심을 표했다. 린가드는 1983년 출범한 K리그에서 가장 화려한 경력을 자랑하는 선수다. 린가드는 한국 축구 영웅 박지성이 전성기를 보냈던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출신이다. 린가드는 맨유 유소년 팀에서 기량을 갈고닦아 프로에 데뷔했다. 린가드는 맨유에서만 232경기에 출전해 35골 21도움을 기록했다. 린가드는 레스터 시티, 버밍엄 시티, 브라이턴 앤 호브 앨비언, 더비 카운티, 웨스트햄 유나이티드, 노팅엄 포레스트(이상 잉글랜드) 등에도 몸담았다. 린가드는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핵심으로 2018 러시아월드컵 4강 진출에 앞장섰던 미드필더였다. 린가드는 잉글랜드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A매치 32경기에서 6골을 기록했다. 그런 린가드가 서울 공격 핵심으로 2시즌 동안 뛰었다. 린가드는 2년 동안 K리그1 60경기에 출전해 16골 7도움을 기록했다. '린가드가 K리그 역사상 축구를 가장 잘했던 선수냐'고 묻는다면 대다수가 '아니다'라고 답할 거다. 하지만 린가드의 가치는 기록만으로 나타낼 수 없다. 서울은 2024시즌 18차례 리그 홈 경기에서 50만 관중(50만 1091명)을 돌파했다. 2018년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유료 관중 집계를 시작한 이후 최초의 기록이다. 서울은 지난 시즌 홈 경기당 2만7838명(1위)을 불러모았다. 서울은 2025시즌에도 K리그 평균 관중 1위를 차지했다. 서울은 올 시즌 19차례 홈 경기에서 평균 2만3185명(총 44만516명)의 팬과 함께했다. 서울의 흥행 중심엔 린가드가 있었다. 서울 선수들은 린가드와 생활하며 보고 배운 게 많았다. 린가드와 전방에서 호흡을 맞췄던 조영욱은 "린가드의 큰 장점 중 하나는 멘탈이었다"며 "승리욕이 대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린가드는 어떤 상황에서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나아갔다. 린가드는 상황이 어떻든 텐션을 낮추지 않았다. 린가드는 높은 텐션을 유지하면서 자기 능력을 최대한 발휘했다. 린가드는 주변 동료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내는 리더십도 갖췄다"고 했다. 부주장 김진수는 "린가드는 항상 웃으면서 팀을 이끌었다"며 "어떤 경기에서든 지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보기 힘든 스타일의 주장이자 리더였다. 린가드는 주변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퍼뜨렸다. 린가드의 고별 경기 전 호텔에서 따로 만나서 선물을 전했다. 서로 울면서 대화를 나눴다. 린가드는 훌륭한 선수이자 좋은 사람이었다"고 했다. 올 시즌 서울 주전 선수 가운데 나이가 가장 어렸던 황도윤은 "린가드 형은 어린 선수들에게 아주 편하게 대해줬다. 우린 린가드 형을 친한 형처럼 대할 수 있었다. 린가드 형은 어린 선수들이 궁금해하는 게 있으면 친절하게 가르쳐주곤 했다. 린가드 형이 경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자세로 실전에 임하는지 등을 보면서 많이 배웠다"고 했다. 린가드는 자신의 명성을 앞세우지 않았다. 린가드는 자신이 몸담았던 잉글랜드 팀들보다 열악한 환경에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프로답게 훈련장에서부터 매 순간 성실한 자세를 유지했다. 린가드는 팀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도록 파이팅을 외치고, 주변 동료를 독려하면서 팀과 함께 나아가고자 한 서울의 주장이었다. 그가 떠나는 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눈물바다였다. 린가드와 그의 동료들, 팬 모두가 작별을 진심으로 아쉬워했다. <div style="text-align:center"><img src="https://imgnews.pstatic.net/image/053/2025/12/21/0000054431_002_20251221040010670.gif" alt="" />FC서울 린가드가 지난 12월 10일 서울 마포구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2026시즌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리그 스테이지 6차전 FC서울 vs 멜버른 시티 경기 겸 서울 고별전을 마친 뒤 팬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다. photo 뉴시스</div> 1년 만에 K리그 접수하고 떠난 명장 포옛 2024년 12월 24일 전북 현대는 새 사령탑으로 거스 포옛(58·우루과이)을 선임했다. 축구계가 깜짝 놀랐다. 포옛은 전북 감독 선임 5개월 전 한국 대표팀 감독 최종 후보에 올랐던 인물이었다. 포옛의 경력은 화려하다. 그는 EPL 첼시와 토트넘 홋스퍼에서 선수 생활을 했다. 은퇴 후엔 리즈 유나이티드와 토트넘에서 수석코치로 지도자의 기초를 쌓았다. 브라이턴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한 후엔 선덜랜드(이상 잉글랜드), AEK 아테네(그리스), 레알 베티스(스페인), 지롱댕 드 보르도(프랑스), 그리스 국가대표팀 등에서 지도자 경력을 이어갔다. 포옛이 처음 전북 지휘봉을 잡았을 때만 해도 그를 향한 시선엔 의구심이 가득했다. 포옛의 경력이 제아무리 화려하다고 한들 최악의 한 해를 보냈던 전북을 재건하는 데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데 의견이 모였다. 전북은 2024시즌 구단 최초 강등 위기에 내몰리며 승강 플레이오프를 경험했다. 포옛은 최악의 한 해를 보냈던 전북을 단 1년 만에 최정상의 자리로 복귀시켰다. 포옛은 고(故) 박종환(1995년), 김호(2002년), 황선홍(2013년), 조세 모라이스(2020년)에 이어 K리그 역사상 다섯 번째로 리그와 코리아컵에서 동시에 우승하는 역사를 썼다. 직전 시즌 강등권으로 추락했던 팀에 우승컵을 안긴 건 K리그 역사상 최초의 사례다. 포옛이 처음부터 승승장구(乘勝長驅)했던 건 아니다. 포옛은 올해 초 전지훈련에서 강인한 체력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단순히 운동만 많이 한 게 아니었다. 포옛은 선수단 식단을 엄격하게 관리했다. 기름지거나 맵고 짠 음식을 금지했다. 보통 전지훈련 중 식단 관리를 철저하게 한다고 해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삼겹살이나 김치찌개와 같은 음식을 먹기 마련이다. 포옛은 '단 한 번'의 예외도 허용하지 않았다. 올 시즌 전북의 고비는 예상보다 일찍 찾아왔다. 2월 공식전(리그+ACL2) 4경기에서 3승 1무를 기록했던 전북이 3월 1일 울산 HD전을 시작으로 공식전 4연패를 기록했다. 전북이 반등을 꾀한 건 같은 달 30일 열린 FC 안양 원정이었다. 전북은 직전 포항 스틸러스전에서 2 대 2 무승부를 기록하며 4연패에서 탈출하긴 했지만, 승리가 절실했다. 포옛은 안양전에서 승부수를 띄웠다. 전북은 후반 시작 직전 교체로 투입한 스트라이커 콤파뇨의 결승골(후반 8분)이 터진 뒤 극단적인 수비 전략을 폈다. 중앙 수비수 김영빈·홍정호를 공격수 전병관, 미드필더 강상윤과 바꿔서 이른바 '식스백'을 세웠다. 전북이 승격 팀인 안양을 상대로 수비수 6명을 내세운 것이다. 전북은 이날 안양을 1 대 0으로 이겼다. 전북 주장 박진섭은 "승리 외엔 답이 없는 경기였다"며 당시 안양전을 돌아봤다. 이어 "무조건 승점 3점을 가져오려고 했다. 우리 팀엔 자신감이 필요했다. 그 자신감은 승리로부터 나온다. 결과를 가져오느냐 마느냐에 따라서 선수단 심리가 크게 바뀐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가져와야 할 땐 거기에 올인해야 하는 게 축구다. 포옛 감독님은 결과로 자신이 옳았다는 걸 증명했다"고 했다. 포옛이 전술가는 아니었다. 전북 선수단의 공통된 얘기다. 단 포옛은 선수 개개인이 그라운드 안에서 무얼 해야 하는지 확실하게 주지시켰다. 포옛을 만나 프로 데뷔 후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전진우는 "감독님은 선수들이 믿고 따를 수밖에 없는 지도자"라며 "선수가 운동장에서 무얼 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짚어주시고 잘하면 칭찬, 못하면 채찍질을 확실하게 하셨다"고 말했다. 이어 "포옛 감독님은 공과 사가 명확했다. 감독님은 선수들에게 축구에 관해서만 이야기했다. 훈련장이나 경기장에선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했다. 축구 외적으론 터치가 전혀 없었다. 포옛 감독님은 선수들이 훈련장과 경기장에서 100%를 쏟아내면, 그 뒤로 무얼 하든 자율에 맡겼다"고 했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경험한 전 국가대표 수비수 홍정호도 비슷한 얘길 했다. 홍정호는 "포옛 감독님이 오시기 전엔 스트레스가 상당히 많았다. 언제나 위에 있어야 하는 전북이 힘든 시기를 겪은 까닭이다. 포옛 감독님은 축구 외적으로 전혀 터치하지 않았다. 선수들에게 자유를 주셨다. 감독님은 선수들의 스트레스를 상당히 줄여주셨다"고 했다. 홍정호는 덧붙여 "동계 훈련 때 감독님의 수비 철학에 의심이 있었다. 솔직히 '이건 안 된다' 싶었다. 연습경기에서 실점도 많았다. 시즌 들어가면 탈이 날 것으로 의심한 선수도 많았다. 하지만 시즌을 치르면서 우리 팀이 달라지는 걸 느꼈다. 정말 끈끈해졌다. 포옛 감독께 아주 많이 배웠다. 예를 들면 맨투맨 수비 시 어떻게 해야 실점이 줄어드는지 알게 됐다. 올해 무실점 경기가 많았다. 포옛 감독님 덕분"이라고 했다. 전북은 올 시즌 K리그1 38경기에서 32실점만 허용했다. K리그1 최소실점 1위였다. 직전 시즌 전북은 K리그1 38경기에서 59실점이나 허용했던 팀이었다. 포옛이 얼마나 끈끈한 팀을 만들었는지 한 번에 알 수 있는 기록이다. 기본에 충실했던 EPL 출신 두 남자 린가드와 포옛 모두 2025시즌을 끝으로 한국을 떠났다. 둘은 화려함과 거리가 있었다. 대신 '기본'을 아주 중시했다. 이들은 훈련장에서부터 모든 걸 쏟아냈다. 한국 선수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독려하면서 팀이 명확한 방향성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쏟았다. 린가드는 자신이 선발 명단에서 제외되면 김기동 감독을 찾아가 그 이유를 묻곤 했다. 김 감독은 "2년 동안 내 방을 가장 많이 찾아온 선수는 린가드"라고 웃었다. 린가드는 김 감독과 전술을 논의하기도 했다. 김 감독은 "한국 선수들도 린가드처럼 자신감을 가지고 나를 찾아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했다. 린가드의 자신감은 기본에 충실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것이었다. 포옛은 '자신감'에 대한 자기 생각을 밝힌 적이 있다. "승리하지 못했을 때 많은 팀이 '자신감이 부족했다'고 패배의 원인을 돌린다. 가장 중요한 건 '기본을 얼마나 잘 지켰느냐'다. 자신감은 부수적인 요소다. 자신감은 기본에 충실히 할 때 그 위에 쌓이는 덤이다. 나는 선수들에게 '기본'을 가장 강조한다. 기본이 쌓여야 팀이 안정된다." 언제 어디서나 유럽 축구를 접할 수 있는 시대다. 때론 유럽 축구의 단면만 바라보며 화려함에 빠져들곤 한다. 그런데 프로의 세계에서 기본을 등한시한 화려함은 존재할 수 없다. EPL 출신 두 남자가 한국에서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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