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마이크로소프트·앤트로픽 전략적 접근
한국, AI 기술 인프라·인재·수용력 삼박자 갖춰
'글로벌 실험장'으로 각광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 속 기술 자립 중요성 대두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올해 1분기 글로벌 AI 빅테크들이 한국을 주목하고 있다.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앤트로픽, 스노우플레이크, 코히어 등 주요 기업들이 잇달아 방한해 ‘빌더 랩’, ‘MS AI 투어’ 등 대규모 행사를 개최하며 국내 기업과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한국의 우수한 디지털 인프라와 AI 수용력, 인재풀 등이 배경으로 작용했지만,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자생적 플랫폼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AI 기술 종속 우려도 제기된다.
케이트 얼 젠슨(Kate Earle Jensen) 엔트로픽 매출 총괄 책임자를 비롯한 핵심 인사들이 참석해 3월 19일 ‘코리아 빌더 서밋(Korea Builder Summit)’을 열고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진=콕스웨이브
한국행 열차에 올라탄 글로벌 AI 리더들
16일 업계에 따르면 오픈AI 샘 올트먼 CEO는 한국에서 첫 개발자 워크숍 ‘빌더 랩’을 열고 카카오(035720), 오픈리서치, 투플랫폼, 튜링 등과 협업을 강화했다. 코히어의 에이딘 고메즈 CEO는 LG(003550) CNS AX세미나에 연사로 참여해 자사 기업용 AI 플랫폼 ‘노스’를 소개하고, 뤼튼테크놀로지스·투플랫폼과 연대해 한국 진출 기반을 마련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 CEO는 ‘MS AI 투어 인 서울’을 통해 KT(030200), 베슬AI, AI스페라, 라이너 등과의 협력으로 AI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밖에 앤트로픽은 콕스웨이브와 ‘코리아 빌더 서밋’을 개최하고 로앤컴퍼니와 실질적 협력에 나섰으며, 스노우플레이크는 트웰브랩스·렛서와 파트너십을 논의하며 ‘데이터 포 브렉퍼스트’를 열었다.
비용과 기술 장벽 낮아지고, 뛰어난 인재풀
글로벌 빅테크가 한국 시장에 주목하는 배경에는 딥시크 등장 이후 가속화된 오픈소스 확산과 함께 AI 기술 진입장벽과 운영비용이 크게 낮아진 점이 있다. 스탠퍼드대 인간중심AI연구소(HAI)의 ‘AI 인덱스 2025’에 따르면, 최근 2년간 AI 운영 비용은 99.65%나 감소했으며, 경량화된 AI 모델이 초대형 모델에 버금가는 성능을 보이면서 기술 접근성이 대폭 향상됐다. 여기에 인구당 AI 특허 수 세계 1위(17.3건)를 기록한 한국은 뛰어난 인재풀까지 갖춰 글로벌 빅테크에게 매력적인 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유종일 성장과통합 상임공동대표가 1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성장과 통합 출범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AI 기술 종속 안 돼”… 자립과 협력 사이, 한국형 AI 전략 시급
하지만 글로벌 빅테크의 AI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서비스와 솔루션 분야에서 협력을 통해 국내 인공지능 전환(AIX)을 가속화할 필요는 있지만, 동시에 AI가 국가 안보 기술로 부상한 만큼 기술 자립 역량도 함께 키워야 한다는 의미다.
김병욱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AI 기술이 구글, MS, 오픈AI 등을 중심으로 급속히 발전 중이며, 주도권을 놓치면 데이터와 산업, 비즈니스 전반이 외국 플랫폼에 종속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정부는 인프라와 제도 기반을 서둘러 마련하고, 민간은 혁신적 AI 서비스 개발과 데이터 확보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이재명 전 대표의 씽크탱크 ‘성장과통합’의 유종일 상임공동대표(전 KDI국제정책대학원 원장)는 “1.5%대로 하락한 성장잠재력을 3%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제조업의 AI 대전환이 핵심”이라며 “제조업에 AI를 결합해 자율제조 기반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디지털 트윈, 자율주행처럼 새로운 고부가가치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현아 (chao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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