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개발 문서처리기술·거대언어모델로 글로벌 진출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자사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비즈워치
"2025년은 인공지능(AI)이 모든 부분에서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는 한 해가 될 겁니다.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에게는 큰 축복이죠. 업스테이지는 많은 분야 중에서도 사람들의 일, 노동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16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미디어데이를 열고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직접 영수증과 진단서를 바탕으로 리포트를 작성하고, IR 자료를 요약하고 정리하는 일을 '수제'로 하는 건 2025년이 마지막이 될 것"이라면서 이처럼 말했다.
이날 김 대표는 업무용 AI를 통해 누구나 더 가치있는 일에 집중하고, 업무효율성을 높일 수 있도록 해 '일의 미래'를 앞당기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2900만 경제활동인구의 업무생산성이 단 1%만 향상돼도 연간 약 14조 원 규모의 경제적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업스테이지는 핵심 전략으로 AI 기반 광학문자인식(OCR) 문서처리기술 '도큐멘트 파스'(DP)와 거대언어모델(LLM) '솔라'를 내세웠다. 김 대표는 "OCR부터 LLM까지 풀스택 AI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한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면서 DP와 솔라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특히 아무리 고성능의 LLM이라도 잘못된 정보를 입력한다면 '바보'가 된다며 DP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DP는 문서 내 텍스트뿐만 아니라 그래프, 표를 사람처럼 읽고 정확한 데이터로 전달한다. DP는 정확도와 속도 면에서 아마존웹서비스(AWS) 텍스트랙트, 구글 도큐멘트 AI 등을 넘어섰으며 국내 4대 금융지주에 사용되고 있다.
김 대표는 산업별로 특화된 경량언어모델(SLM)에서 자사 모델의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자신했다. 지나치게 많은 GPU(그래픽처리장치)가 필요한 LLM보다, GPU 한 장으로도 필요한 성능을 낼 수 있는 모델로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공개된 '솔라 1.3'은 국제적인 AI 성능 지표인 MMLU에서 82.4로, 직전 모델인 솔라 1.2(81.4)보다 한층 진일보했다.
오는 6월 공개되는 솔라 1.5의 경우, 자체적으로 성능을 평가한 결과 솔라 1.5은 중국 알리바바의 큐원(Qwen) 2.5을 뛰어넘는 수치가 나왔다. 같은 시기 선보이는 '솔라 DocVLLM'은 OCR과 LLM을 융합한 멀티모달 모델이다. 솔라 DocVLLM은 문서처리에 특화되어 있으며, 한번에 20페이지가 넘는 문서 이미지를 처리할 수 있다. 문서 이해 데이터셋·평가 지표인 DUDE가 63.6으로, 동종 사이즈 최고모델(58.09)을 뛰어넘었다.
일에 특화된 AI로 미국·일본 집중공략
업스테이지는 지난해 솔라를 출시한 후 한컴, 로앤컴퍼니 등과 AI 모델을 구축하며 약 250억원 규모 게약을 체결했다. 최근에는 KT와 함께 태국의 IT 전문기업 자스민 테크놀로지 솔루션에 태국어 특화 LLM을 구축했다. 해외 국내 기업이 소버린 AI를 구축한 건 업스테이지가 첫 사례다.
미국에도 글로벌 확장을 위한 전진기지로 '업스테이지 US'를 설립하고, 국내에서 검증된 DP 레퍼런스를 기반으로 S&P 500 보험사나 텔레헬스 기업을 공략하고 있다. 김 대표는 "한국은 좋은 게 있으면 먼저 써보는, '얼리어답터'인 만큼 국내 보험사에 많은 레퍼런스가 있다"면서 "현재 PoC(성능검증) 중"이라고 말했다.
동남아시아에 이어 일본 시장에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업스테이지는 지난달 일본에서 '업스테이지 재팬'을 설립, 일본 챗봇 스타트업과 일본어 특화 LLM인 '신'(Syn)을 출시했다. 초대 법인장은 파나소닉과 아마존웹서비스(AWS)에서 근무했던 마츠시타 히로유키 대표가 맡았다.
마츠시타 히로유키 일본 법인장은 "일본의 AI 시장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2030년에는 약 2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일본어에 최적화된 콤팩트하면서도 고성능의 모델을 추구하는 만큼, 일본 엔터프라이즈 고객에게 더 효율적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일본 시장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굳건한 목표를 강조했다. 네이버 '라인' 사태와 같은 일이 없겠느냐는 우려에 대해 "일본 업스테이지가 일본 회사로 인식될 만큼, 철저한 현지화를 목표로 노력하고 있다"면서 "로컬 파트너를 통해 진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스테이지는 지난해 401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139억원)보다 두 배 이상 적자 규모가 커진 셈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대부분 GPU와 관련된 것이니만큼 올해는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솔라 1.5와 멀티모달 솔루션이 나오면 마이너 학습을 할 수 있으므로, 비용이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이활석 최고기술책임자(CTO) 또한 "'맨땅에 헤딩'하다보니 시행착오로 인한 비용이 컸는데, 이제는 그 비용이 줄어들고 GPU 가격도 떨어지고 있다"면서 "정해진 예산 내에서 기술력으로 풀어낼 것"이라고 밝혔다.
편지수 (pjs@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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