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KT그룹 미디어토크'…티빙·웨이브 합병 "KT 의사와 무관"
주주가치 측면서도 시너지 크지 않아…사업적 가치도 훼손
KT, '미디어 뉴 웨이' 전략으로 독자노선…AI·콘텐츠·비즈 모델 도입
KT 미디어부문장 김채희 전무가 'KT그룹 미디어토크'에서 'KT 미디어 뉴웨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KT
KT가 티빙-웨이브 주도의 '토종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연합'에 대해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기업결합은 티빙 2대 주주인 KT(KT스튜디오지니) 의사와 무관하게 추진됐으며, 주주가치 제고 측면에서도 회의적이라는 입장이다.
16일 서울 강남구 안다즈 서울 강남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 ‘KT그룹 미디어토크’에서 김채희 KT 미디어부문장(전무)는 티빙-웨이브 합병에 따른 KT 전략 변화를 묻는 질의에 "양사는 KT 의사와는 무관하게 합병을 전제로 한 길을 걷고 있다. 어떤 특정 측면에서는 합병효과에 준하는 활동도 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티빙과 웨이브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임원 겸임 기업결합' 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양사는 지난해 말 공정위에 임원 겸임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했다. 공정위의 기본 심사 기간(30일 이내)과 최대 연장 가능 기간(90일)을 고려할 때, 승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티빙의 최대주주는 CJ ENM(48.9%), 웨이브의 최대주주는 SK스퀘어(36.7%)다. 공정위의 '임원 겸임' 승인 시 양사는 경영진을 상호 파견해 실질적인 통합 작업을 준비할 수 있다. 웨이브 운영사인 콘텐츠웨이브가 지난달 26일 주주총회에서 이헌 SK스퀘어 매니징 디렉터(MD)를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한 것도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이다.
이날 김채희 부문장의 '합병을 전제로 한 길', '합병 효과에 준하는 활동' 언급은 임원 겸임 기업결합 신청, 경영진 교체 등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 발언을 미루어 볼 때 이번 합병은 KT가 실질적인 협의 과정에서 배제됐거나, KT의 의사와 무관하게 추진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김 부문장은 주주가치 측면에서도 양사 합병 시너지가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웨이브의 지상파 콘텐츠 독점력이 상당히 많이 떨어져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합병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성장 방향, 가능성이 티빙 주주가치에 부합하는 것인지 의문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웨이브가 지상파 3사(KBS·MBC·SBS)와의 독점 계약을 종료한 이후, 방송사들이 넷플릭스·티빙·쿠팡플레이 등 외부 OTT에 콘텐츠를 공급하면서 웨이브 경쟁력 약화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아이지에이웍스의 앱 통계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웨이브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 12월 437만명에서 올 1월 429만명, 2월 418만명이다. 이처럼 경쟁력이 떨어지는 OTT와의 합병이 주주가치에 도움이 되는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김 부문장은 당초 KT가 티빙에 주주로 참여한 것은 단순한 재무적 투자가 아니라, 사업적 시너지를 고려한 전략적 결정이었다고도 강조했다.
김 부문장은 "KT 입장에서는 미디어 사업 전반에 걸쳐 상당히 타이트한 사업적 시너지를 고려한 전략적 투자자로서 (티빙과)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며 "그 때의 사업적 협력에 대한 의지와 가치가 지금은 많이 훼손된 것 아닌가"라고 밝혔다.
앞서 KT와 CJ ENM은 2022년 국내 미디어·콘텐츠 산업 내 OTT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자사 OTT 플랫폼 seezn(시즌)과 티빙을 통합했다. 당시 KT스튜디오지니는 티빙의 3대 주주가 됐으며, 양측은 콘텐츠 공동제작, 유통, 글로벌 진출 등 사업적 시너지를 기대했다.
티빙·웨이브 로고. ⓒ각 사
그러나 지난해부터 티빙과 웨이브 중심으로 합병이 추진되면서, 기대했던 사업적 협력 시너지는 사실상 훼손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콘텐츠 및 방송 협상력이 약화되고 CJ·SK 중심의 콘텐츠 생태계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KT가 합병에 순순히 동의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김 부문장은 "티빙-웨이브 합병이 산업계 큰 이슈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것과 무관하게 우리 스스로 가야할 길에 대해 고민이 많고, 더 많이 집중하고 있다"며 새로운 미디어 전략을 소개했다.
이날 KT는 넷플릭스 등 소수 글로벌 OTT 중심으로 재편되는 밸류체인과 유료방송 시장 정체 등 미디어 생태계 변화에 대응해, 새 미디어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외부 연합이 아닌 KT만의 자체 해법으로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방침인 셈이다.
KT가 밝힌 'KT 미디어 뉴웨이'는 미디어 콘텐츠 사업 전반에 AI 기술을 접목하고 플랫폼 이용 경험을 혁신하기 위한 전략으로 크게 ▲AI 플랫폼 ▲AI 콘텐츠 ▲사업 모델 혁신의 세 가지 축으로 전개된다.
먼저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IPTV 플랫폼 지니 TV에 미디어 AI 에이전트를 상반기부터 단계적으로 탑재한다. 이를 통해 지니 TV 가입자는 대화형 LLM 기반으로 콘텐츠 탐색 및 시청을 더욱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KT는 지니 TV의 AI 플랫폼을 그룹사에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KT HCN을 시작으로 지니 TV와 같은 IP 방식을 적용할 계획이며, 약 1400만 KT그룹 미디어 서비스 고객이 기존과 다른 새로운 수준의 AI 서비스를 TV로 이용할 수 있다.
콘텐츠 밸류체인 전반에 AI 기술을 도입해 제작 효율성과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디어 콘텐츠 AX 전문 조직인 ‘AI 스튜디오 랩(AI Studio Lab)’도 신설했다.
AI 스튜디오 랩은 ▲투자 심사(AI 기반 흥행 예측 보조 심사관) ▲기획(AI 보조작가, AI 스토리보드 등) ▲제작·편집(AI 음악, CG, 편집 등) ▲마케팅·유통(AI 숏폼, 자막, PPL 등)에 이르기까지 콘텐츠 사업 전 과정에 AI 기술을 적용한다.
기존 IPTV 기반 유료방송 시장의 성장한계 극복을 위해 FAST(광고 기반 무료 스트리밍 채널), 숏폼 등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도 적극 도입한다. 상반기 중 FAST 서비스를 지니 TV를 통해 시범 운영하며 KT스튜디오지니를 ‘숏폼 전문 스튜디오’로 포지셔닝해 AI 기반 숏폼 제작 인프라를 구축할 계획이다. KT스튜디오지니는 현재 국내외 주요 플랫폼과 약 20편의 공동제작을 협의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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