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지연구소 조경호 박사 연구팀
기후변화로 북극해 고온·고염화
한달간 북극해서 쪽잠 자며 연구
기후변화 가장 민감한 곳이 극지
“韓 차별화된 연구로 경쟁력 쌓아야”
조경호 극지연구소 박사(사진 왼쪽), 정진영 박사가 연구가 이뤄진 북극해에서 방한복을 입고 있다. [사진 제공 = 극지연구소]
북극은 한여름이라 해도 기온이 영하 10도에 머물다보니 인간의 발길은 여전히 땅이 아닌 빙하에 머문다. 극한의 환경이다보니 일반 배는 정박할 수 없고, 쇄빙선을 타고 빙하를 깨며 진입해야 겨우 북극해를 항행할 수 있다. 이런 극한의 곳에서 세계 최초로 기후변화가 서북극해에 미치는 영향을 관찰한 한국 연구팀이 있다. 극지연구소의 조경호・정진영・양은진 박사 팀이다.
이들은 온도가 높고 염분이 많은 대서양 바닷물이 기후변화 영향으로 서북극해로 번지고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이들은 지난 2월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즈’에 논문을 게재했다.
조 박사는 15일 매일경제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그간 동북극해에서만 관측됐던 대서양화(대서양 바닷물이 북극해로 올라오는 현상)가 서북극해에서도 시작됐다는 점을 발견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특히 빙하가 많아 관측이 어려운 해역에서 연구팀만의 노하우를 살려 관측했다”고 밝혔다.
북극 연구는 빙하가 줄어드는 여름에 주로 진행된다. 조 박사를 비롯한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간 매년 한 달 넘게 북극에서 보냈다. 40~50개 정도의 측정점을 돌며 지난 1년간 북극 바다에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데이터를 확인하고 기록했다. 수심 50m가량 되는 지점에 측정 기기를 설치하는 것부터 노하우가 필요하다. 너무 얕아도 너무 깊어도 안 된다. 너무 얕으면 해빙이 설비를 끌고 가 유실될 확률이 높아진다.
조 박사는 “이 시기, 이 지점에는 해빙이 없고 수심 몇 미터 정도에 설치하면 기기를 잃어버리지 않으면서 데이터를 잘 측정할 수 있는지 경험으로 쌓인다”며 “관측하는 연구자로서 생명이라고도 할 수 있는 관측자료를 지키기 위해 농사를 짓는다는 마음으로 측정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북극해에 나가면 가장 연구팀을 괴롭히는 것이 ‘잠과의 사투’다. 조 박사는 “측정점과 측정점 사이의 거리가 보통은 4~5시간, 짧게는 1~2시간 정도”라며 “쇄빙선 위에 있는 동안은 밤낮이 없고 일단 측정점에 도착하면 야외로 나와 측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측정점 사이 거리가 짧으면 잠에 채 들지도 못하고 다음 측정점으로 이동하다보니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는 경우도 잦다
그런데도 연구를 이어갈 수 있는 동력은 “지구에서 기후 변화에 가장 민감한 곳이 극지이기 때문”이라고 조 박사는 말했다. 조 박사는 “학부 때 해양학을 공부하면서 폭풍 피해, 하천이나 연안의 범람, 해수면 상승 등 기후변화에 따른 재난 연구를 했는데 그 원인을 공부할 수 있는 극지 연구를 하면 재해나 재난의 원인을 파악하고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서북극해의 대서양화 연구 결과에 대해서도 지속적인 연구결과가 수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후변화뿐만 아니라 북극이라는 위치의 차별성으로 얻을 수 있는 데이터도 희소하기 때문에 한국을 비롯해 많은 국가가 생명과학, 인공지능, 딥러닝 등 연구도 극지에서 경쟁적으로 펼치고 있다.
조 박사는 “우리는 북극해 연구를 2017년부터 시작했지만 캐나다, 미국, 노르웨이 등 선진국은 관측 자료가 30년 정도 축적이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차세대 쇄빙 연구선이 건조되면 다른 국가가 관측하기 힘들었던 고위도 북극점 등을 관측할 수 있다”며 “그게 일종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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