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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대선 공약으로 '주 4.5일제'를 제시했습니다.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유연한 시간 배분을 통해 실질적 워라밸 효과를 가져온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국민의힘이 발간했던 '이재명 망언집'에 주 4.5일제 공약이 포함된 바 있어 논란이 예상됩니다. 당시 이재명 전 대표의 주장에 김문수 전 장관, 나경원 의원, 안철수 의원 등은 날 선 비판을 가하기도 했습니다. 이에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국민의힘을 향해 "자신들의 과거를 까맣게 잊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재명 망언집' 캡처·윤창원 기자
국민의힘이 '이재명 망언'으로 치부했던 '주 4.5일 근무제'를 대선 공약으로 꺼내 들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주 4.5일제를 대선 공약으로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권 위원장은 이 제도를 시범 실시 중인 울산 중구청을 예로 들며 "직원들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하루 8시간 기본 근무시간 외에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는 4시간만 근무한 뒤 퇴근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다.
총 근무시간은 40시간으로 기존과 같다. 급여도 변동이 없다. 권 비대위원장은 "업무 공백을 막고 시민에게 기존과 같은 서비스 시간을 제공하기 위해 정원의 25% 범위 내에서 모든 직원이 순환 방식으로 제도를 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주 5일 근무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유연한 시간 배분을 통해 주 4.5일제의 실질적인 워라밸 효과를 가져오는 현실적인 대안"이라며 "다양한 방안을 검토해서 대선 공약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 가운데 지난달 국민의힘이 권성동 원내대표 주도로 발간했던 책자 '이재명 망언집'이 다시 조명되고 있다. 이 전 대표가 과거 주 4.5일제 도입을 주장한 바 있는데, 국민의힘은 이 발언을 '망언집'에 포함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올라온 '이재명 망언집 (이재명의 138가지 그림자)'에는 지금까지 이 전 대표가 △경제 △복지 △노동 △법치 △외교 △안보 등을 주제로 했던 발언 138개가 정리돼 있다.
38페이지부터 46페이지에는 이 전 대표 노동 관련 말들이 모여있다. 44페이지에서 '주 4.5일제'에 대한 발언을 찾을 수 있다.
'이재명 망언집 (이재명의 138가지 그림자)' 44페이지 中 |
"창의와 자율이 핵심인 첨단과학기술 시대에 장시간의 억지 노동은 어울리지 않는다. 첨단기술사회로 가려면 노동시간을 줄이고 주 4.5일제를 거쳐 주 4일 근무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
이 전 대표가 올해 2월 10일 교섭단체 대표연설 당시 했던 말이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표는 민생 회복과 경제 성장을 짚으며 이른바 '잘사니즘'을 비전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22회 국회(임시회) 제02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하며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윤창원 기자
당시 국민의힘 측에선 거세게 비판했다. 김대식 국민의힘 원내수석대변인은 "잘사니즘이 아닌 뻥사니즘으로 표현하고 싶다"고 비꼬았다.
국민의힘 소속으로 제21대 대통령 선거 출마를 선언한 후보들도 '주 4.5일제'를 콕 집어 지적했다.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은 "현재 근로 시간을 더 줄여야 한다는 게 국가적으로 가장 중요한 문제인가, 아니면 지금 너무나 많은 기업이 해외로 탈출하는 게 문제인가"라고 반문했다.
김 전 장관은 이어 "해외 기업이 투자를 안 하고 우리 기업이 많이 탈출하고 있다"며 "주 4일제까지 법제화하면 이게 우리 국민, 경제, 젊은이들 일자리에 도움이 될지 안 될지 깊이 숙고해달라"고 요구했다.
나경원 의원 역시 "노동시간 단축, 주 4.5일 주장은 더 자유롭게 일하고 싶은 사람들의 기회마저 빼앗는 규제를 하자는 것"이라고 했다. 안철수 의원은 "'먹사니즘'에 이어 '잘사니즘'도 양두구육(羊頭狗肉)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와 관련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같은 날 자신의 SNS에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단히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는 듯이 '주 4.5일 근무제'를 언급했다"며 "민주당의 민생과제에 국민의힘이 드디어 호응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밝혔다.
한 의원은 "민주당의 정책이 '달콤한 측면만 부각하는 불량정책'이라고 비난했던 자신들의 과거는 까맣게 잊은 것인가"라며 "정작 단세포적인 것은 국민의힘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이 내놓은 주 4일제 및 4.5일제와는 차이가 있는 공약이라며 선을 그었다. 귄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의 안에 대해서 "근로 시간 자체를 줄이지만 받는 급여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비현실적이고 포퓰리즘적인 정책"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노동시장에 큰 혼란을 줄 수 있다"며 "(국민의힘은)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은 유지하되 유연근로제를 통해 실질적인 주 4.5일제 도입의 이점을 늘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또 '주 52시간 근무제 폐지'도 언급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주 4.5일제 도입 검토와 함께 업종과 직무의 특성을 반영한 다양한 형태의 유연근무를 방해하는 주 52시간 근로규제 폐지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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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이우섭 기자 woosubwaysandwiches@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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