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국가대표 선발전 끝으로 은퇴... "진실되고, 성실하고, 겸손한 선수로 기억되고 파"'쇼트트랙 맏형' 곽윤기가 30년 동안 신었던 스케이트화에서 내려왔다. 선수 생활이 비교적 짧다고 알려진 쇼트트랙에서 30대 중후반의 나이에 이르기까지, 오랜 활약을 펼쳤던 곽윤기는 올림픽 선발전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다.
곽윤기는 2010 밴쿠버, 2018 평창, 그리고 2022 베이징 대회에 이르기까지 세 번의 올림픽에 출전해 두 개의 은메달을 가져갔고, 30개가 넘는 월드컵 메달을 품에 안았던 곽윤기는 한국 스포츠에 남을 '롱런'의 상징이었다. 오랜 기간 선수로 뛰면서도 후배들과 격의 없이 소통하는 모습, 나이를 잊은 활약은 후배 선수들에게 귀감이 됐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이 모두 끝난 13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취재진과 만난 곽윤기는 "진실되고, 성실하고, 겸손한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며 선수 생활을 돌아봤다.
"스물한 번째 국가대표 선발전... 행복하게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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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일 서울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국가대표 선발전을 모두 마친 곽윤기 선수가 취재진의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 |
ⓒ 박장식 |
지난 일요일까지 열렸던 2025-26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최종 15위를 기록한 곽윤기. 마지막 경기를 마친 후 취재진 앞에 선 곽윤기는 "다른 종목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배들을 보면서 여기까지 왔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듣고 여기까지 왔다"며, "너무 좋은 선수들이 나타났다. 선발전을 어느 때보다도 행복하게 치렀다"고 돌아봤다.
이어 "이번 대회가 내가 스물한 번째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한 것이더라. 이번만큼은 순위보다 나다운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팬들 앞에서 좋은 기술도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이번 대회에 앞선 마음가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은퇴에 대한 마음속 준비는 전부터 하고 있었다"던 곽윤기는 "만족스럽게 준비하지 못했던 시간 때문에, 이렇게 그만두면 후회가 남는다고 생각했다. 후회 없기 위해서 모든 것을 바친다는 마음으로 이번 대회에 임했다. 내 30년 쇼트트랙 여정이 여기서 마무리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막판 2년에는 실업팀에 소속되는 대신 일반인 신분으로 대회에 출전했다. 운동선수로서 흔치 않았던 '프리랜서 생활'은 어려움도 적잖았다. 곽윤기는 "나는 스스로 무엇인가를 찾아서 잘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소속팀이 없는 순간 훈련을 나가는 것부터 모든 것이 내 선택이 되니 생각보다 어려움이 컸다"고 털어놓았다.
이어 "현실적으로 수입이 끊기다 보니, 올림픽 선발전을 도전하는 데 있어서 될지 안 될지 모르는 승부에, 내가 잘되었을 때의 가치만을 보고 좇게 되더라"면서 "그런 마음을 갖게 되는 것이 너무나도 어려웠다"고 감정이 복받친 듯 이야기했다.
"'보물'들의 활약도 기대해"
여러 어려움 속에서도 의지가 된 것은 동갑내기 베테랑 이정수(서울시청)였다. 이정수는 지난해 국가대표에 올라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에 출전하는 등 역시 나이를 잊은 활약을 펼쳤다. 곽윤기는 "(이)정수가 작년 국가대표 선발이 되었던 것이 동기부여였다"며, "나이가 많아서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마음이 핑계라는 걸 증명한 사람이 정수"라고 말했다.
이어 "특히 1차 선발전 끝난 뒤에는 (이)정수가 '자기가 못다 한 힘을 주고 가겠다'라면서 손을 잡아주고 가더라. 내가 이 녀석 몫까지 달려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끼고 2차 선발전을 뛰었다"라며 웃었다.
마지막 선발전에서는 미묘한 감정을 느꼈다는 곽윤기. 그는 "이제 쫓아가기가 너무 버겁다는 속상한 감정, 그리고 기다리던 보물들이 드디어 나타났다는 기쁨을 모두 느꼈다"며, "쇼트트랙이 세계적으로 상향 평준화되면서 메달을 많이 획득하기가 어려워졌는데, 그 위기 속에서 '보물'들이 우리 대한민국 쇼트트랙에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젊은 선수들의 활약을 응원했다.
스케이트화를 벗고 하고 싶은 것을 묻는 질문에는 "좀 쉬고 싶다"고 말한 곽윤기. 2014년부터 운동선수 생활을 이어갈 지 고민했다는 곽윤기는 "후배들이 올라오는 가운데에서도 여기까지 왔다. 모든 상황 속에서 벗어나 비워내고 싶다"고 솔직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며 곽윤기는 "이번 선발전에서 나다운 모습을 많이 보여드릴 수 있어서 후련하다"며, "진실되고, 성실하고, 겸손했던 선수로 선수 생활을 정리하고 싶다"고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