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하고 있다. /오사카(일본)AP=뉴시스
중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에 대한 대응으로 모든 국가에 대해 희토류 지난 4일부터 수출 통제를 시작한 것이 확인되면서 국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업체가 영향권에 들었다. 첨단 제품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 수급에도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트럼프 '관세 정책'의 불확실성에 엎친 데 덮친 격이어서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수출 통제에 들어간 품목은 △사마륨 △가돌리늄 △테르븀 △디스프로슘 △루테튬 △스칸듐 △이트륨 등 중희토류 금속 7종과 자석이다. 희토류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전기차, 스마트폰 등 첨단 산업의 핵심 광물이다. 중국은 전 세계 희토류 생산의 약 70%, 정제·가공의 90%를 차지하며 사실상 글로벌 공급망을 독점하고 있는데 이번에 통제한 중희토류 역시 중국이 독점적으로 채굴중이다. 이러한 희토류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지배적인 위치를 활용해 무역 분쟁이 발생할 때마다 중국은 '희토류의 무기화'를 꾀했다. 이번 조치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 전반에 대해 145%의 고율 관세를 부과한 데 대한 보복 차원이다.
미국을 겨냥했지만 국내 기업도 덩달아 피해를 본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중국산 희토류 수입 의존도는 79.8%에 달했다. 중희토류는 AI(인공지능) 서버와 스마트폰 칩의 부품인 커패시터(축전기)의 핵심 재료다. 특히 디스프로슘은 내열성이 강해 AI(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이다.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테르븀과 이트륨 등의 희토류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와 LCD(액정표시장치)의 백플레인, 색 필터, 형광체 등에 활용돼 화질과 에너지 효율 개선에 기여한다. 특히 LCD 패널은 희토류 의존도가 높아 공급 차질 시 타격이 클 수 밖에 없다.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업계는 그동안의 학습 효과로 공급망 다변화를 추진해 왔고, 현재 3~6개월 분량의 희토류를 비축하고 있어 단기적인 타격은 미미하다.그러나 장기화할 경우는 얘기가 달라진다.원가 상승으로 인한 부담이 커지는 등 공급망 리스크가 불거질 수 있어 고민이 적지 않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희토류 통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라 공급망을 계속 다각화해 왔다"며 "고래 싸움 사이에 낀 새우처럼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CD에는 희토류가 많이 들어가는 반면 OLED에는 그보다 적게 들어간다"며 "디스플레이 성능 향상을 위해서는 소량이라고 해도 희토류가 핵심적으로 들어가는데 장기간 통제가 지속되면 영향이 없을 수 없다"고 했다.
김호빈 기자 hob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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