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문을 전자 피부에도 새길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지문을 전자 피부에도 새길 수 있는 기술이 나왔다. 전자 피부에 새긴 인공 지문이 같을 확률은 사람 지문이 같은 확률인 640억분의 1보다 10³²배 더 낮다. 인공지능(AI) 로봇에 전자 피부를 이식해 고유 식별이 가능한 지문을 부여하는 시대가 열릴 전망이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심교승 화학과 교수팀이 사람 지문보다도 더 고유한 주름 패턴을 새길 수 있는 손가락 전자 피부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손가락 부분을 덮는 손가락 전자 피부는 지문처럼 고유 패턴까지 갖춘 피부가 되기 어렵다. 유연한 유기물로 주로 만들어지는 데다 물체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해 고유 패턴을 피부에 새기는 과정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심 교수팀은 유연 고분자(SEBS) 전자 피부에 무작위 주름 패턴을 쉽게 새길 수 있는 제작 기술을 개발했다. SEBS란 스티렌-에틸렌-부틸렌-스티렌으로 이루어진 열가소성 고무계 고분자다. 고무처럼 유연하면서도 플라스틱처럼 가공이 쉬운 특성을 갖고 있어 전자 피부, 웨어러블 디바이스, 의료기기 등에 적합한 소재로 널리 사용된다.
심 교수팀은 SEBS에 주름을 형성해 유연성과 식별성, 감각 기능을 동시에 구현했다. 구체적으로 SEBS를 화학 처리해 전자 피부를 1차로 제작한 뒤 톨루엔 용매를 떨어뜨렸다. 전자 피부를 고속 회전시켰더니 피부 표면에 무작위 주름이 생겼다. 톨루엔 용매로 부풀었던 피부 표면이 용매가 증발하면 쪼글쪼글하게 수축하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인공 지문이 똑같은 모양으로 다시 생성될 확률은 1mm² 기준으로 10⁻⁴³에 불과하다. 사람 지문이 같은 확률보다 10³²배 더 낮은 수치다. 이를 사람 지문 크기로 확장하면 같은 패턴이 생길 확률은 사실상 0에 수렴한다. 또 물리적 충격, 열, 습도에도 강해 지문 형태를 오래 유지할 수 있다.
개발된 전자 피부를 로봇 손에 이식하면 사람처럼 사물을 잡고 표면의 질감을 인식하거나 살아 있는 생명체를 구분하는 일도 가능해진다. 연구팀은 온도 센서가 내장된 전자 피부를 부착한 로봇이 사람처럼 뜨거운 물체가 가까이 오면 피하는 물리적 상호작용도 시연했다.
심 교수는 “간단한 공정을 활용하면서도 동일한 패턴이 생성될 확률이 실제 지문보다도 낮아 개인용 전자 피부, 전주기 관리형 소프트 로봇, 차세대 휴먼 기계 인터페이스 등 보안과 고유 식별이 중요한 미래 기술에 폭넓게 적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연구 논문 1저자는 이주영·박해찬 UNIST 화학과 연구원이다. 정웨이 리 미국 휴스턴대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도 연구에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3월 5일 출판됐다.
<참고자료>
-https://doi.org/10.1038/s41467-025-57498-y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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