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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엔 박수인 기자]
※스포일러가 포함돼 있습니다
배우 설경구가 '하이퍼나이프' 덕희 캐릭터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설경구는 4월 14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진행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하이퍼나이프'(극본 김선희/연출 김정현) 인터뷰에서 최덕희에 대한 캐릭터 해석과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한 노력 등을 털어놨다.
'하이퍼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는 천재 의사였던 ‘세옥’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와 재회하며 펼치는 치열한 대립을 그린 메디컬 스릴러.
최덕희에 대해 사이코패스라 생각하고 접근하지는 않았다는 설경구는 "자기 분야 외에는 어설프고 홀로 떨어져 있는 섬 같은 인물이 정세옥(박은빈)부딪히는 거라 생각했다. 세옥에 대해 'DNA가 있다면 한 핏줄'이라는 대사를 하지 않나. 세옥이 양경감을 죽이고 피가 뚝뚝 떨어지는데 그때 슬픈 감정이 확 오더라. 세옥이 이렇게 피 터지게 싸우면서 사는구나 싶더라. 나의 청춘이 오버랩되면서 '또 살인했어'가 아니라 되게 슬펐다. 저렇게 치열하게 부딪히면서 사는 모습인가로 받아들였다. 덕희도 그렇게 받아들였을 것 같다. 고뇌하는 덕희가 오버랩되면서 그런 마음이 되더라. 뇌 이외에는 바보같은 모든 게 어설픈 비정상적인 괴물 같았다. 사이코패스 성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제가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애써 부인했다. (세옥과) 둘은 감정이 오고 가지 않나. 둘만의 소통이 있어서 사이코패스라 생각하지 않았다. 사이코패스라 생각했다면 다르게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그랬다면 보는 분들이 캐릭터에 정을 안 줄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고 한다면 시청자들이 안 따라올 것 같다고 생각했다. 비정상적인 역할이라 호불호가 있을 거라는 염려는 했다. 그거에 비하면 많이 따라와주셔서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영화였으면 전체적으로 틀을 잡고 크게 벗어나지 않은 범위내에서 움직일텐데 OTT는 좀 다른 것 같더라. 대본이 다 안 나온 상태에서 그대로 해버리면 지루할 것 같아서 변주를 줘야겠다 생각했다. 신경외과 외적으로는 바보같이 표현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특히 세옥과 부딪혔을 때 툭 했을 때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표현했다. 세옥이 나리식당 주인의 동생을 처리했을 때 '너무 낮게 판 거 아니야?'라는 말을 뱉어버리기도 하고 형사가 찾았을 때 버벅대는 모습들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뒤로 갈수록 세옥에게 얻을 건 없나 생각했다. 세옥에게 두들겨맞고 한현호(박병은)한테 어른스럽지 않은 대사들을 하지 않나. 중간중간 그런 모습을 넣고 싶었다. 한현호한테도 과하게 표정을 써서 변주를 주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작가님께 제안하기보다는 그냥 했다. 별 얘기 없으셨다. 세옥을 지팡이로 때릴 때도 갑자기 지팡이가 왜 나오냐 했는데 세옥이 못 쫓아오게 후려치는 장면을 넣어달라고 했다. 실제로는 안 때렸다"고 설명했다.
죽어가는 최덕희를 표현하기 위해 촬영 중 10kg을 감량하기도. 설경구는 "엔딩 욕심이 생기더라. 처음 에피소드 네 개만 나온 상황에 개인적으로는 서운했던 게, 제작 PD에게 욕도 엄청했다. 죽여버린다고"라며 너스레를 떨며 "저는 덕희가 죽어가는 걸 표현하고 싶었는데 처음부터 스케줄이 안 된다고 하더라. 되다가 안 된다고 하면 좋은데 무턱대고 안 된다고 하더라. 그때부터 그냥 빼기 시작해보자 했다. 과거, 현재가 있는데 현재-과거 -현재를 하루 만에 찍는 신이 있었다. 막 끌어오르는데 막판에는 '죽어도 못해 바꿔줘' 했다. 양심 상 그렇게는 못하겠더라. 엔딩을 위해 하고 싶었는데 상황이 안 되더라. 그래서 억지로 했는데 지금도 분하다. 엔딩 찍기 전 3일 단식을 했는데 촬영하면서는 진짜 힘들더라. 에너지를 쓰면서 해야 하니까 힘들더라. 첫 시작부터 따지면 10kg 정도를 뺀 것"이라며 "체중 감량은 어떻게 설득을 못 시킨다. 제가 창피해서 (안 빼고는) 못 하겠더라. 아파보이기는 해야 하지 않나. 그 전과는 다른 얼굴을 보여줘야 된다는 책임감이라기보다는 안 부끄러우려면 빼야 한다. (상황이) 이해는 되면서 (감량 과정을 보여줄 수 없으니) 마음이 쓰렸다. 전체적인 시놉에서 최덕희는 죽어간다고 나와서 거기서부터 빼야겠다 생각했다. 그런데 현실은 그게 안 되니까 (현재 신을 찍을 때도) 일단 빼자고 생각했다. 엔딩이 중요하니까"라고 털어놨다.
하루에 과거, 현재를 오가는 신은 어떻게 촬영했는지 물음에는 "과거 신에서는 안경을 썼고 벗을 때는 현재로 나타냈다. 분장의 도움도 받았다. 다른 작품 촬영할 때 흰머리를 칠한 적이 있었는데 화면으로 못봐주겠더라. 자연스럽지 않고 떡져있는 부분도 있어서 이번에는 분장팀한테 한올한올 심어달라고 했다. 1시간 반 걸리고 했다. 그거는 끝까지 좀 심어달라고 했다. 그런 변화를 주려고 했다"
첫 의사 역할을 맡으며 뇌 수술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던 설경구는 "수술 장면이 많이는 없어서 다행이었다. 실제 의사 선생님이 수술 장면 때마다 오셔서 감수를 해주셨는데 상당히 전문적이라고 하더라. 뇌 수술할 때 동작이 크지 않더라. 되게 조심스러웠다. 실제 뇌수술 장면을 모니터링으로 봤는데 심장 뛰듯 뛴다. 인서트로 들어갔을 때 훅훅 해버리면 가짜다. 제가 하는 장면의 인서트는 교수님이 직접 해주신 거다. 박은빈 씨는 직접 했다. 수술 용어가 적어서 다행이다 싶었던 게, 이해를 통해서 입으로 뱉어지지 않으면 잘 못 외운다. 걱정을 많이 했는데 많이 없어서 다행이었다"고 촬영 당시를 떠올렸다.
최덕희처럼 작품을 선택할 때 평범하지 않는 캐릭터에 대한 끌림이 있을까. "예상에서 벗어나는 희열이 있는 것 같다. '하이퍼나이프'도 두 인물이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디즈니 플러스와 첫 경험인데 일주일에 한 번씩 에피소드 두 개씩 푸니까 다음을 가늠하지 못하는 재미가 있더라. 예상을 빗나갔을 때 오는 재미가 있는 것 같다. 저희도 마찬가지로 평범한 것보다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에 대한 재미가 있다. 배우들이 빌런을 할 때 생각할 게 많아지고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재미인 것 같다. 선택지가 많은 캐릭터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인터뷰 ②에서 계속)
뉴스엔 박수인 abc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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