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침묵 지키는 사이 차출론자 움직임 본격화
'경선 건너뛰고 단일화' 추대 시나리오도 언급
중도확장성 주자 불출마 등 당내 거센 반발
"경선 흥행에 도움 안 돼" 계파 불문 우려 커져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서대문구 국립대한민국임시정부기념관 의정원홀에서 열린 제106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수립 기념식에서 임시헌장 낭독을 듣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한덕수 대행은 시대의 요구를 외면하지 말라."(성일종 국민의힘 의원)
"탄핵당한 전직 대통령이 추종자를 동원해 후계자를 낙점하려 한다."(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
6·3 대선을 앞두고 '한덕수 차출론'에 국민의힘 분란이 심화되고 있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또렷하게 입장을 밝히지 않는 사이 당내 추대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이에 경선에 나선 대권 주자들이 반발하면서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심지어 누가 한 대행을 부추기는지를 놓고 계파 갈등으로 번졌다.
한 대행은 자신의 대선 출마를 둘러싼 온갖 목소리에 입을 닫고 있다. 총리실 관계자는 13일 "당 경선 등에 대해 말씀을 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총리실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당초 출마설을 일축하던 한 대행이 8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통화에서 "고민 중"이라는 취지로 답한 것으로 전해지자 "대체 진의가 무엇이냐"라는 의구심이 커졌다.
한 대행의 침묵에 그의 차출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본격적으로 터져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의 만류로 결국 취소됐지만, 당에서는 한 대행 출마를 촉구하는 기자회견까지 거론됐다. 성일종 의원은 페이스북에 "우리 당의 정말 많은 의원들과 국민의 요구에 응답해달라"고 적었다. 한 대행 차출론을 주장하는 다른 의원은 "통화로 뜻을 같이한 의원이 60명 안팎은 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다만 15일로 국민의힘 경선 등록이 끝나는 만큼, 한 대행이 일단 경선을 건너뛰고 공직자 사퇴 시한인 5월 4일 직전 무소속으로 출마해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는 시나리오가 좀더 현실적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한 대행 추대 움직임에 당내 반발은 거세다. 전날 오세훈 서울시장이 돌연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무관치 않아 보인다. 오 시장 측 관계자는 "(한 대행이) 출마하더라도 공정한 경선에 같이 들어와야지, 당에선 당대로 하고 한 대행은 '부전승'으로 올려 나중에 단일화하라는 발상이 말이 되나"라고 일갈했다. 보수 진영의 '중도확장 주자'로 꼽히는 유 전 의원도 이날 당 경선 불참을 선언하며 "보수의 영토를 중원으로 넓히기는커녕 점점 쪼그라드는 행태가 할 말을 잃게 한다"고 지적했다. 한 대행 추대 움직임을 직격한 말로 풀이된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한덕수 추대론과 잇따른 불출마 선언이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경선에 도움이 전혀 안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계파 갈등마저 고조됐다. 친한동훈계 김종혁 전 최고위원은 "거대한 음모가 대선 경선판을 뒤덮고 있다"며 "각본은 물러난 대통령과 여사의 측근들, 감독은 친윤 지도부, 연출은 일부 '찐윤' 의원들, 주연은 한 대행"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 대표를 밀어내려는 친윤석열계가 추대론의 배후라는 주장이다. 다만 친윤계인 장예찬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전날 CBS라디오에서 "한덕수 논란이 국민의힘 경선의 김을 다 빼놓고 있다"며 "자해 행위이고 해당 행위"라고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한덕수 때리기'의 강도를 높였다. 김성회 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한 대행에게 대선 출마를 요구하는 국민의힘이나, 이를 두고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한 대행이나 국민 앞에 염치가 있냐"면서 "한 총리는 국정을 자신의 욕망을 저울질하는 일에 이용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또 "당장 스스로의 거취를 명확히 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