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시청률 3.7% 로 시작…캐릭터 서사 쌓는데 집중한 초반
종로율제병원 1년차 산부인과 전공의 ‘오이영’(고윤정)과 ‘김사비’(한예지)/tvN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98년생 레지던트(전공의) 1년차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만큼 기성세대인 교수진과 MZ세대 전공의들의 소통오류가 돋보인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언슬전’)의 1, 2화였다.
12일 첫방송 시청률 3.7%로 시작한 tvN ‘언슬전’은 본류인 ‘슬의생’의 감성을 제대로 살렸다는 시청자 평이 나오고 있다. 13일 방영된 2화에서는 처음으로 ‘슬의생’ 캐릭터 ‘추민하’(안은진 분)가 등장했다. 송도율제병원에 근무하는 산부인과 펠로우로 등장한 추민하는 종로율제병원에서 산모 전원차 찾아온 ‘언슬전’의 주인공 ‘오이영’(고윤정)을 맞이했다.
숨돌릴 틈 없는 산부인과 전공의생활에 더해진 선배 의사의 무지성 군기잡기에 완전히 마음이 뜬 이영이 트랜스퍼를 마치는대로 그만둘 생각으로 몸집만한 가방을 매고 나타난 것. 이를 한눈에 알아챈 민하가 다시 종로율제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구실을 만들어 이영을 돌려보낸다. 이영에게 커피 한잔 사주며 격려를 아끼지 않던차, 민하에게 걸려온 전화 너머에서 ’석형‘(김대명)이 점심 메뉴를 묻는다. 꿀떨어지는 목소리로 남편의 전화를 받은 민하는 이영에게 “신혼이라서 그래”라는 말로 ’슬의생‘ 속 근황을 간략히 전달하기도 한다.
2화에서 깐깐하게 드레싱을 요구하는 환자에 지쳐 충동적으로 택시를 타고 병원에서 도망을 치려한 전공의가 한 명 더 있다. ‘표남경’(신시아)은 나름 손이 야무지다고 평가받는데, 이 때문에 그에게 일이 몰린다. 밥 먹을 시간도 없이 공복으로 하루를 꼬박 보내고 있는 남경이 드디어 식사시간을 찾아 구내식당에 내려가 말그대로 급식판을 ‘흡입’한다. 그러다 병원의 검진센터를 찾은, 남경이 부러워하는 부잣집에 시집간 친구를 만난다. 샤넬 백과 최신 트위드 셋업을 입고 나타난 부잣집 며느리 친구를 앞에 두고 떡진 머리에 먹던 요거트를 흘려 얼룩진 수술복을 입고 있던 남경은 급속히 침울해진다. 근무시간에 무단으로 백화점을 가던 와중에 까다로운 드레싱을 요구하던 환자가 위독하다는 문자를 받고 급히 병원에 돌아온다.
종로율제병원 1년차 산부인과 전공의 ‘엄재일’(강유석)과 ‘표남경’(신시아)/tvN
다행히 드레싱 환자는 멀쩡하고, 남경은 자신도 모르던 책임감을 새삼 느낀다. 남경과 달리 엄재일(강유석)은 아무도 그를 찾지 않아 심난하다. 꼴찌로 가까스로 들어와 열심히 하려는 의욕이 앞섰지만 하는 족족 헛발질에 그친다. 남경에게 떨어진 까다로운 드레싱환자도 사실 재일의 환자였지만, 복수가 차 부인과를 찾은 환자를 단지 배가 부풀었다는 이유로 산모로 오인해 산과로 인계하면서 처음부터 눈밖에 났다. 선배들도 재일은 없는 사람 취급하며 아예 일을 주지 않는다. 끝내 찜질방에 가서 시간을 보내는 재일은 이대로 의사를 계속해도 되는 건지 고민한다. 재일은 ‘언슬전’에서 가장 큰 폭의 성장을 보여줄 캐릭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대문자T’ 컨셉을 잡은 ‘김사비’(한예지)는 언뜻 ‘슬의생’의 ‘장겨울’(신현빈) 캐릭터를 떠올리게 한다. 책에서 본대로, 정석대로 환자를 응대하는데 태도는 퉁명스럽고, 듣는 이에게는 가슴이 철렁할 이야기도 ‘책에서 그렇게 말한다’며 로봇처럼 읊는다. 역시나 환자가 거세게 컴플레인을 걸고, 사비는 담당교수에게 당장 가서 사과하라며 혼쭐이 난다. 하지만 자기가 잘못한게 없다는 인식에서 한발짝도 못 물러나자 사과하러 가는 길은 사비의 전교 1등, 국시 1등보다 어렵게 느껴진다. 끝내 사과 대신 깊은 환자에 대한 연구를 통해 위급상황에서 구하면서 극적으로 화해에 이른다. 즉, 앞으로도 ‘대문자T’ 캐릭터를 밀고나갈 것으로 보인다.
‘언슬전’의 수호천사 캐릭터는 ‘구도원’(정준원)이 몽땅 짊어졌다. 4년차 레지던트로 교수들의 신망을 받으면서 동시에 1년차 후배들을 살뜰히 챙긴다. 이영을 괴롭히는 못된 펠로우도 응징해준다. ‘사돈 총각’과 ‘사돈 처녀’이던 둘의 관계에 변화가 올 것 같은 암시가 2화에 등장한다. 이영이 도원을 보는 눈빛이 이전과 달리 은근히 반짝이기 시작했다.
전공의 5인방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쌓아올린 1,2화에 이어 ‘언슬전’은 앞으로 본격적인 병원 내 에피소드와 전공의들을 성장 이야기를 그려갈 예정이다. 주인공 이영은 5000만원의 빚을 갚기 위해 어떻게든 전공의 생활을 버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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