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들의 제주 이주, 그 섬의 시간은 무엇을 품고 있나 배우 이동건이 제주 애월에 카페를 열었다. 이름은 ‘오아시스 80’. 직접 메뉴와 서비스를 소개하며 정식 오픈을 앞두고 있음을 예고했고, 방송 촬영도 함께 준비 중이다. SNS를 통해 이 소식이 전해지자 방송인 이상민은 “슬슬 가볼까 한다”고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고, 배우 구본승은 “딱 횟집 하기 좋아 보인다”는 농담으로 웃음을 더했다.
이동건의 카페 오픈은 단순한 사업 개시라기보다는, 하나의 경로 이탈 선언처럼 보인다. 더 빠르고, 더 자극적인 환경으로 내몰리는 서울 중심의 연예 활동에서 벗어나, ‘다른 삶의 리듬’을 선택하겠다는 조용한 선언. 그는 “만족하실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며 운영자 이상의 자세로 새출발을 알렸다.
이효리·이상순 부부는 그 흐름의 상징적인 출발점이다. 2013년 결혼 이후 제주에 정착했던 두 사람은 ‘효리네 민박’을 통해 제주 일상을 공개했고, 그곳에서 보여준 삶은 단순한 방송 콘텐츠가 아니라 하나의 새로운 삶의 가치 제안이었다. 소비 중심에서 관계 중심의 삶으로, 속도의 경쟁에서 느림의 사유로 전환한 삶이었다.
김나영은 제주에서 결혼식을 올린 뒤 제주도에서 생활해온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꾸준히 제주 생활을 공유했고, 제주의 바람과 해변, 자연을 삶의 중심에 두려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전했다. 최근에는 제주의 감성을 담은 브랜드들과 협업을 이어가며 자신만의 라이프스타일을 구축하고 있다.
구본승 또한 제주에 정착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이동건의 카페 오픈 소식을 전하며 “진짜 오픈하네”라는 언급은 단지 친분에서 나온 반응이 아니었다. 그것은 같은 섬에서 살아본 사람만이 이해하는 변화의 무게에 대한 공감이었다.
왜 그들은 제주로 향하는가 첫째, 노출로부터의 탈출이다. 연예인은 ‘드러남’이 직업이지만, 동시에 그만큼 ‘소진됨’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 카메라를 끈 뒤에도 계속되는 사생활 노출과 감정 노동 속에서, 제주는 물리적 거리만큼이나 정서적 여유를 선사한다. 숨을 쉴 수 있는 곳. 섬은 바로 그런 공간이다.
둘째, 삶의 재구성 가능성이다. 방송이나 무대가 아닌, 카페나 민박, 혹은 단순한 정착을 통해 시작되는 ‘일상형 프로젝트’는 연예인의 자기 정체성을 다시 쓰는 일이다. 더 이상 브랜드의 얼굴이 아니라, 한 사람의 호스트로서 자신을 소개하는 것이다.
셋째, 선택적 노출이 가능한 공간이다. 제주도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으면서도, 자발적 거리두기가 가능한 특이한 구조를 갖는다. 방문자는 많지만, 이웃은 드물다. 이 구조는 대중성과 사생활을 적절히 분리하고 싶은 연예인들에게 매혹적인 조건이다.
넷째, 과거를 거두고 새로운 시작을 꺼낼 수 있는 서사의 무대다. 이동건은 이혼 이후 딸과의 일상을 조용히 이어가는 중이다. 이번 제주 카페는 과거를 되돌리는 것이 아니라, 다르게 살아내겠다는 삶의 재정의이기도 하다.
연예인의 제주 이주는 유행이 아니다. 그것은 방향을 바꾸는 움직임이고, 내면을 수습하는 쉼표다. 그들은 팬이 아닌 손님과 마주하고, 대본이 아닌 레시피를 쓰며, 조명 대신 저녁노을 아래 앉는다. 이 섬은 단지 머무는 곳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이다. 그 선택이 사업이든 침묵이든, 제주는 연예인들에게 ‘타인의 시선’이 아닌 ‘자기 삶의 속도’를 되찾을 기회를 제공한다. 그것이 제주가 특별한 이유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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