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잠룡들 일제히 개헌론 제기
反明, 개헌 고리로 연대 가능성
중도층 표심 향방이 핵심변수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가 7일 중앙당사에서 열린 사무처당직자 조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선판을 흔들 주요 변수 중 하나로 '개헌'이 떠올랐다. 특히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반명(반이재명) 세력이 개헌을 고리로 연대할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개헌은 대한민국의 국가 시스템을 새롭게 짜는 일로 단지 권력 구조를 분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며 "국민의 뜻을 제대로 반영하는 개헌안을 마련해 대통령 선거일에 함께 국민투표에 부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이미 개헌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자체적인 개헌안을 준비하고 있다"며 "국민과 함께 대한민국을 다시 세우는 개헌의 길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전날인 6일 "이번 대통령 선거일에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에 시행할 것을 제안한다"고 한 것에 대한 화답이다.
보수 진영 잠룡들도 일제히 개헌에 긍정적인 뜻을 내비쳤다. 보수 진영은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결정이 나오기 전부터 개헌론에 힘을 실어 왔다. 지난 2월 책 출간과 함께 정계 복귀한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87년 헌법 체제 극복을 위한 개헌과 함께 시대 교체를 내세우며 '차기 대통령 임기 3년 단축과 4년 중임제'를 추진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는 대선주자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 오세훈 서울시장, 유승민 전 의원, 안철수 의원 등도 마찬가지다. 홍준표 대구시장의 경우 4년 중임제에 찬성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은 대통령 권력을 분산하는 내용에는 유보적이지만 지난 5일 자신을 지지하는 시민단체연합의 출마 선언 촉구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윤 전 대통령 다음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이런 식으로 해서는 이게 민주주의인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실상 출마에 무게를 둔 개헌을 언급했다.
보수뿐 아니라 진보 진영에서도 비명(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개헌 논의의 필요성에 공감대 형성이 이뤄지고 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이날 "우 의장의 대선과 개헌 동시투표 제안에 적극 동의한다"며 "분권형 4년 중임제 등 공감대가 큰 사안은 대선과 동시투표하고 국민적 동의가 더 필요한 부분은 대선 공약을 통해 단계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선 출마를 공식화한 김두관 전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등도 개헌론에 동참했다. 보수와 진보 진영을 떠나 잠룡들이 개헌에 찬성하는 배경은 대통령 임기까지 양보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여 이 대표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내고 당선 가능성을 높이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대표와 민주당은 개헌이 필요하다면서도 "지금은 내란 종식이 먼저"라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5·18 정신 헌법전문 수록·계엄요건 강화 등 일부에는 논의 가능성을 열어두긴 했으나 우 의장 제안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이 대표도 지난 대선 당시 4년 중임제를 골자로 하는 개헌을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를 고려하면 개헌이 이번 대선의 당락을 가를 변수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번 대선은 중도층의 표심이 승패를 가를 핵심 변수로 주목되는데 개헌 지지 여론이 높은 상황에서 독주 체제를 굳히고 있는 이 대표가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건 부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선 국면에서 '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가 선명해질수록 이 대표의 고민은 깊어질 전망이다. 당장 전병헌 새미래민주당 대표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진영과 이념을 뛰어넘어 87체제 종언을 위한 '개헌 연대'를 구성해야 한다"며 "조기 대선을 통해 구성되는 정부는 중립적 과도 연립정부로 출범시키고 개헌과 양당제 개혁이라는 투포인트 정치 혁신을 마무리하고 퇴임하는 한시적 제한적 정부 출범에 합의하고 연대하자"고 촉구했다. 김부겸 전 총리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헌과 내란 종식은 동전의 앞뒷면으로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다"라며 "진정한 내란 종식, 개헌으로 완성해야 한다"고 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디지털타임스와 통화에서 "계엄 사태가 벌어지게 된 과정에는 여야의 극한 대립은 물론 권력의 사유화와 독점, 제왕적 대통령제 문제 등도 있기 때문에 개헌의 방법과 시기가 중요한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이어 "동시에 이 대표와 친명(친이재명)계는 비명계와 달리 내란 종식이 먼저이고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인 만큼 민주당 내부에 균열을 낼 수도 있는 사안"이라며 "이번 대선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는 데 있어 변별력을 보여줄 수 있는, 중도층이 이탈할 가능성까지 고려해야 하는 하나의 중요한 지점이라고 보여진다"고 부연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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