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자 주 = 한국국제교류재단(KF)의 지난해 발표에 따르면 세계 한류 팬은 약 2억2천5백만명에 육박한다고 합니다. 또한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초월해 지구 반대편과 동시에 소통하는 '디지털 실크로드' 시대도 열리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류 4.0'의 시대입니다. 연합뉴스 동포·다문화부 K컬처팀은 독자 여러분께 새로운 시선의 한국 문화와 K컬처를 바라보는 데 도움이 되고자 전문가 칼럼 시리즈를 준비했습니다. 시리즈는 매주 게재하며 K컬처팀 영문 한류 뉴스 사이트 K바이브에서 영문으로도 보실 수 있습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연합뉴스 자료사진
오픈AI(OpenAI)의 58조원 투자, 혁신의 가속화인가, 사용자 부담의 증가인가?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표현이 있다. 물질적으로는 풍요로워졌지만, 정신적으로는 오히려 빈곤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OpenAI가 최근 소프트뱅크를 주축으로 한 투자자들로부터 400억 달러(약 58조4천600억원)라는 천문학적인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을 접하며 이 역설적인 표현이 떠올랐다.
기술적 풍요는 가져오게 될지 모르지만, 그 과정에서 잃게 될 가치는 무엇일까 고민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가장 주목받는 기업이 풍부한 자본력까지 갖추게 됐지만 이 '풍요'가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생각해보게 된다.
OpenAI의 이번 투자는 자금 확보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지난달 31일 공식 발표된 이 투자는 소프트뱅크가 주도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를 비롯한 여러 투자자 그룹이 참여했다.
투자 조건을 보면 OpenAI가 연말까지 영리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이 이번 대규모 투자의 조건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할 경우 투자금의 상당 부분을 받지 못하거나, 더 낮은 기업 가치로 재협상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인류 전체를 위한 인공지능 개발'이라는 OpenAI의 초기 의제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
2015년에 설립될 당시, OpenAI는 비영리 단체였다. 기술의 독점을 경계하고 인공지능의 혜택이 소수에게만 집중되는 것을 막고자 했다. 그러나 2019년 '수익 제한'(capped-profit) 구조의 자회사(OpenAI LP)를 설립하며 영리화의 첫발을 내디뎠다. 이 구조는 투자 수익을 투자액의 100배로 제한하는 방식이었는데, 이번 투자는 그마저도 사실상 종말을 고하는 조치로 보인다.
마치 순수한 이상을 품고 출발했던 대학 동아리가 어느새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과정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처음의 순수함은 어디로 갔을까?
사용자에게 전가되는 비용: 이미 시작된 변화
독자 여러분은 최근 챗GPT를 사용하면서 변화를 느낀 적 있는가?
초기에는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던 서비스에서 유료 서비스가 나오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월 200달러짜리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API 사용 요금 역시 예외일 수는 없다, 한글과 같은 비영어권 언어는 영어 대비 토큰 수가 많아 비용이 약 2배에서 최대 5배까지 높은 것이 현실이다.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400억 달러라는 투자금은 반드시 회수돼야 한다. 투자자들은 제한된 수익에 만족하지 않을 것이고, 결국 그 비용은 사용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걱정되는 부분은 기술 접근성의 격차다. 스타트업, 교육기관, 개인 개발자는 이전처럼 혁신적인 AI 기술을 부담 없이 실험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마치 처음에는 모두에게 열려있던 놀이터가 점점 입장료를 올리며 특정 계층만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변해가는 모습이라고 할까?
소프트뱅크가 이번 투자를 주도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손정의 회장은 'AI 혁명'을 지속해 강조해왔고, 다양한 산업 분야에 AI를 접목하려는 전략을 펼쳐왔다.
그들의 투자 포트폴리오를 생각해보면 이번 투자는 수익 기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통신, 금융, 물류, 로봇, 콘텐츠 등 소프트뱅크가 손을 뻗은 모든 산업에 OpenAI의 기술을 접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렇게 대규모 자본이 유입되면, 기술 개발의 방향성도 자연스럽게 투자자의 이해관계에 맞춰질 가능성이 크다. "어떤 기술이 인류에게 더 도움이 될까"라는 질문보다 "어떤 기술이 더 많은 수익을 가져올까"라는 질문이 우선시될 수 있다는 말이다.
기술과 윤리 사이의 균형
기술의 방향성이 수익 중심으로 기울면서 또 다른 우려가 제기된다. 바로 기술 윤리의 문제다.
AI 기술은 그 특성상 윤리적 판단과 철학적 고려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투자수익률 압력이 커질수록, 이러한 윤리적 고려는 뒷전으로 밀려날 위험이 있다.
예를 들어 데이터 수집 기준이 '필요성'이 아니라 '수익성' 중심으로 변질할 위험이 있다. 또한 기술의 투명성과 공정성보다 시장 점유율과 매출 증대가 더 중요한 지표가 될 수도 있다.
현재 OpenAI는 사용자가 원할 경우 자신의 데이터가 AI 훈련에 사용되지 않도록 하는 'Opt-Out'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그러나 과거 여러 기술 기업이 사용자 친화적인 정책을 갑자기 변경한 사례를 생각해보면 미래에 이 정책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만약 OpenAI가 현재의 'Opt-Out' 정책을 버리고 모든 사용자의 대화를 의무적으로 수집하겠다고 발표한다면, 그것을 이유로 챗GPT의 사용을 그만둘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마도 대부분의 사용자는 편리함 앞에서 개인정보 보호라는 가치를 쉽게 포기하게 되지 않을까?
OpenAI의 대규모 투자 유치는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23년에 100억 달러(약 12조원)를 투자하며 OpenAI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했다.
그러나 최근 양사의 관계는 복잡한 국면을 맞고 있으며, 이번 소프트뱅크 중심의 대규모 투자는 기존 협력 관계에도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한편, 중국과 유럽도 자체적인 AI 전략을 발전시키고 있다. 이처럼 AI는 이제 기술을 넘어 국가 간 전략 자산이 됐다. 그러나 이런 경쟁 구도가 심화할수록 기술의 공공성과 개방성은 약화할 위험이 있다.
현명한 '사용자 되기'가 우선
OpenAI가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유치하며 글로벌 AI 생태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일반 사용자가 이러한 글로벌 기업의 움직임에 직접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 따라서 일반 사용자는 가장 현실적이고 의미 있는 대응 방법은 AI를 현명하게 소비하고 활용하는 전략을 갖추는 것이다.
첫째, 사용자 입장에서 비용과 효율성을 중심으로 AI 서비스를 선택하고 소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최신 기술이나 서비스에 휘둘리지 않고 실제 자신의 필요와 목적에 맞게 서비스를 선택해야 한다.
가령 개인이나 기업이 꼭 프리미엄 서비스나 고가의 API를 사용할 필요가 없다면 무료 서비스나 오픈소스 모델과 같은 경제적이고 효과적인 대안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둘째, 기술 의존도를 관리하는 방안이 중요하다. 특정 기업의 AI 기술에 전적으로 의존하면 해당 기업의 정책 변화나 비용 증가에 쉽게 흔들릴 수 있다. 따라서 여러 기업의 AI 서비스나 오픈소스 기반의 기술을 병행해 활용함으로써 리스크를 분산하고, 기술적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사용자의 AI 리터러시를 강화해야 한다. AI가 만능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것에 종속된다. AI는 도구일 뿐 인간의 사고를 완전히 대체할 수 없다. AI가 제시하는 답변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검증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와 직장에서는 AI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그리고 책임감 있게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특히 다음 세대들에게는 AI를 단순히 사용하는 법뿐만 아니라 AI와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가르쳐야 한다.
마지막으로, 자체 역량 강화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AI에 너무 의존하면 사용자 개개인의 능력이 약화할 수 있다. 계산기가 보편화되면서 암산 능력이 떨어졌듯이 AI의 산출물에 필요 이상으로 의존하게 되면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이 퇴화할 위험이 있다. AI를 활용하되 핵심 역량은 스스로 키워 나가는 균형이 필요하다.
AI를 조력자로 삼되 주도권은 항상 사용자가 가져야 한다. 결국 AI가 아닌 각 개개인 스스로가 미래를 만들어가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사용자의 현명한 선택이 AI와 공존 결정
OpenAI의 막대한 투자 유치와 영리적 움직임은 이미 예정된 현실이다. 이러한 변화는 사용자가 직접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하지만, 충분히 현명한 소비자로서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기술은 목적이 아니라 도구이며, 특정 기술이나 기업에 매몰되지 않고 다양한 AI 기술을 균형 있게 활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각 사용자가 AI 리터러시를 높이고, 기술 의존도를 관리해야 한다.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
결국 AI와의 관계를 주도하는 것은 거대 기업의 결정이 아니라, 각 개개인의 현명한 선택과 전략적 판단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기술 민주주의'를 이루는 길이다.
임기범 인공지능 전문가
▲ 현 인공지능경영학회 이사. ▲ ㈜컴팩CIO. ▲ 신한 DS 디지털 전략연구소장 역임. ▲ ㈜나루데이타 개발총괄 이사.
<정리 : 이세영 기자>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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