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60일 이내 대선을 치러야 하는 상황에서 사회 각계는 향후 정국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한국 사회학계의 거장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헌법재판소의 판결에서 사회 통합 메시지는 빈약했다”며 개헌을 통한 정치 개혁과 국민 통합을 촉구했다. 그는 정치권의 화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대선 이후에도 혼란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4일 헌재가 탄핵안 인용을 발표한 직후 본지와 통화한 한 교수는 “헌재 판결에도 불구하고 불확실성이 상당히 크다. 그냥 모든 걸 다 잊고 대선 정국으로 넘어가는 건 없을 것”이라며 “이런 상황 속에서 어떠한 선의의 합의나 탈출구를 만들 수 있는 것은 극도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 세계일보 자료사진
한 교수는 헌재 결정과 관련해선 법률적으로 올바른 판단을 한 것이라면서도 사회 통합 또는 상처받은 국민의 마음을 치유하는 효과는 생각보다도 훨씬 적었다고 판단했다. 그는 “불법 계엄이라는 판단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헌재가 관련 항목들을 하나씩 짚어가면서 법률을 따지는 판결을 보고 대단히 고심했다는 것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고 했다.
다만 “내란은 법률적 용어라기보다 정치적 용어에 더 가까운 개념”이라며 “이번 사태를 내란으로 규정하니 반발이 극심하게 일어나 국론 분열로 이어진 것인데 헌재 판결은 이런 상처를 치유해 분열된 사람들을 하나로 모으는 사회통합의 메시지는 상대적으로 빈약했다”고 했다.
한 교수는 “사실 이번 사태는 동전의 양면과 같은데, 헌재는 불법 계엄이라는 한쪽 면만 자세히 조명했다”고 지적했다. 윤 전 대통령이 잘못했지만 다른 한편엔 비극적인 상황에 도달하는데 의회 권력을 독점하고 있는 민주당이 잘한 것만은 아니고, 그 안에 굉장한 착오 내지 과오가 있었다는 부분을 좀 더 명시적으로 드러냈어야 한다는 것이다. 비록 탄핵됐지만 헌재가 양면을 다 잘 살폈다는 의미에서 상처가 치유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면서 “아주 어려운 정치적인 과제에 직면한 지금 비극적인 사태가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선 개헌이 필요하다”고 단언했다. 한 교수는 “현재 대선 주자 중 가장 영향력이 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개헌을 통해서 이러한 사태의 재발을 막는 노력을 해보자고 한다면, 새로운 돌파구가 열리는구나 하는 기대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윤 전 대통령은 파면됐지만 헌재 판결을 겸허하게 수용한다는 메시지를 냈어야 한다. 이는 국민에 대한 의무이자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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