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군대' 명령어에 불안점수 2배 상승, '일몰'에는 35% 하락
"AI가 스트레스 요인 인식, 완화 방법 판단…맞춤형 지침 처방"
생성형 AI 'GPT-4'에 불안을 유발하거나 긴장을 이완하는 명령어를 입력하고 불안 점수를 산출하는 연구 방식 도식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파트너 저널 '디지털 의학'(Digital Medicine) 갈무리)
(서울=뉴스1) 신은빈 기자 = 생성형 인공지능(AI)도 불안을 학습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스트레스 상황을 인식하고 완화 요인에 반응하는 AI를 활용하면 인간의 정신 건강 관리법 처방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6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파트너 저널 '디지털 의학'(Digital Medicine)에 게재된 연구논문에 따르면 오픈AI의 AI 모델 'GPT-4'에 불안을 자극하는 명령어를 입력했을 때 산출된 불안 점수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2배 가까이 높았다.
연구팀은 △기본 △불안 유도 △불안 유도·완화 3가지 조건의 명령어를 GPT-4에 각각 입력한 뒤, 인간의 불안을 진단할 때 쓰는 표준 불안 설문지 'STAI-s'의 20개 항목에 답하도록 했다.
이 과정을 5번 반복한 결과 기본 상태에서 GPT-4의 불안 점수 평균은 30.8점으로 집계됐다.
생성형 AI 'GPT-4'에 불안을 유발하는 명령어를 입력하고 불안 점수를 산출한 결과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의 파트너 저널 '디지털 의학'(Digital Medicine) 갈무리)
반면 불안 유도 상태에서는 67.8점으로 올랐다. 사고와 관련된 텍스트를 입력했을 때는 61.6점, 군대와 관련된 텍스트의 경우에는 77.2점까지 치솟았다.
불안 유도·완화 상태는 스트레스를 한 차례 겪게 한 뒤 긴장을 완화하는 텍스트를 입력하는 방식으로 조성했다. 사고, 매복, 재난, 폭력, 전쟁의 5가지 외상적 경험을 담은 시나리오를 먼저 입력한 뒤 일몰이 지는 하늘과 겨울의 자연 풍경을 묘사했다.
이 같은 이완 과정을 거치자 불안 점수 평균은 44.4점으로 약 35% 낮아졌다.
연구진은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불안 점수 측정 방식이 인간 중심적이라 거대언어모델(LLM)에의 적용성은 제한될 수 있다"면서도 "향후에는 LLM이 인간의 불안과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정신 건강 치료를 보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닥터프레소의 '레디'(REDI)를 통해 우울감을 진단하는 모습. 2025.03.05. ⓒ 뉴스1 신은빈 기자
전문가들은 연구로 나타난 AI의 정신 상태 인식 기능을 확장하면 인간의 정신 건강 관리 서비스를 고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다.
AI가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외부 요인이 무엇인지 인식하고, 이를 완화하려면 어떤 방안이 필요한지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멘탈 테크(mental-tech) 기업 닥터프레소의 정환보 대표는 "불안을 느끼거나 완화할 줄 아는 AI의 기능을 확장한다면 인간의 스트레스 해소법을 마련하는 데도 적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AI가 사용자의 생체 데이터를 학습하고 디지털화하면 맞춤형 행동 지침을 처방해 줄 수 있다"고 말했다.
닥터프레소는 이미 AI 기술을 기반으로 정신 건강을 관리하는 음성 일기 서비스 '레디'(REDI)를 제공한다. 목소리로 하루를 기록하면 음성을 분석해 우울감을 파악하고 행동 지침을 처방해 준다.
정 대표는 "정신과 의사의 상담 내용을 토대로 우울의 요인과 완화 방안을 학습한 AI가 사용자의 상태를 분석하고, 적절할 것으로 예상되는 처방을 자동으로 배치한다"고 설명했다.
우울감은 목소리와 어조, 세기, 속도 등을 종합 고려해 측정하며 정확도는 약 80%다.
실제로 레디에 "지금 우울해"라고 말하자 레디는 '기분을 전환하는 음악 듣기, 마음을 편안히 하는 산책하기, 자기 공간을 정리하기' 등 여러 처방을 내놨다.
정 대표는 "AI는 입력값을 바탕으로 우울감을 분석하고, 해소에 도움이 돼 보이는 결괏값을 내놓는 식으로 정신 건강을 관리한다"며 "앞으로 AI를 적용하는 정신 건강 분야가 넓어질수록 더 정교하게 건강을 관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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