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만에 정부 단일 개혁안 제시…28년만에 보험료 인상 성과
비상계엄·탄핵으로 연금 구조개혁 목전에 두고 정책 동력 상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인 4일 세종시의 한 고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수업중 교실에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윤 대통령 파면을 결정했다. 2025.4.4/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김유승 기자 = 윤석열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미래 세대를 위해 연금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의지를 밝혔으나, 그의 파면과 함께 구조개혁 등 남은 과제는 다음 정부가 넘겨받게 됐다.
윤석열 정부는 21년 만에 단일 연금 개혁안을 제시하고 28년 만에 보험료율 인상을 이뤄내는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21대 국회의 연금개혁안 합의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치적 손익 계산으로 논의를 지연시키고, 비상계엄으로 개혁에 차질을 빚었다는 비판도 동시에 제기된다.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지난 4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인용하면서 그가 취임 직후 내세운 연금 개혁 과제도 막을 내렸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5월 16일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 개혁을 '미래 세대를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로 선언했으며, 정부는 2023년 10월 제5차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을 마련해 5대 분야 15개 과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어떻게 조정할지 수치는 빠뜨려 '맹탕 개혁안'이라는 지적을 자초했다. 이듬해 4월 총선 표를 의식한 여론 눈치 보기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당시 정부는 사회적 논의가 필요한 만큼 시민 대표단이 참여하는 공론화 과정을 통해 연금 개혁 방향을 결정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지난해 4월 21대 국회의 연금개혁특별위원회는 공론화위원회를 꾸렸으며, 여기서 500인의 시민대표단은 공론화 과정을 통해 보험료율(내는 돈)을 현행 9%에서 13%로, 소득대체율(받는 돈)은 40%에서 50%로 높이는 '더 내고 더 받기' 안을 제시했다.
이후에도 재정 안정을 주장하는 여당과 노후 소득 보장을 앞세우는 야당 사이에서 논의가 공전을 거듭하다, 여야가 21대 국회 임기 막바지에 가까스로 보험료율 13%, 소득대체율 43~45% 수준까지 뜻을 좁혔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4일 새벽 무장 계엄군이 국회를 나서고 있다.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재석 190명 중 찬성 190명으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 처리했다. 이에 따라 계엄령 선포는 무효가 됐다고 국회의장실은 설명했다. 2024.12.4/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그러나 대통령실이 돌연 22대 국회에서 '구조개혁'을 포함한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연금 개혁 논의는 전면 중단됐다.
연금 구조개혁이란 국민연금의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만 조정하는 '모수개혁'과 달리 기초연금, 퇴직연금 등 다층 연금 체계 전반을 아우르는 개혁 작업을 뜻한다.
당시 정부 내에도 27년 만의 보험료율 인상이라도 우선 달성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지만, 명확한 구조개혁 청사진도 제시하지 않은 채 논의를 가로막았다는 점에서 거센 비판이 일었다. 총선을 앞두고 청년의 미래를 볼모로 삼아 '표 계산'을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도 이러한 비판을 의식해 지난해 9월 21년 만에 단일 개혁안을 내놓았다. 여기서 연금 가입자 수나 기대여명 증감에 따라 연금 지급액을 조절하는 '자동조정장치'를 제안하고 연금 보험료 지출의 세대 간 불평등을 감안한 '차등 보험료 인상안'을 제시하며 화두를 던졌다는 긍정적 평가가 나왔다.
그러나 또다시 논의를 가로막은 것은 윤 전 대통령 본인이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로 연금 개혁 시계가 올해 초까지 멈춰 선 것이다. 당시 보건복지부 추산에 따르면 연금 개혁이 하루 지연되며 885억 원, 매달 약 2조 7000억 원의 적자가 쌓여 갔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통과된 뒤 박주민 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2025.3.20/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국회의 탄핵 소추안 의결로 윤 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올 1월 말 국회가 연금 개혁 논의를 재개하면서 18년 만의 연금 개혁 실마리가 싹텄다.
국회는 지난달 20일 여야 합의를 토대로 보험료율 13%·소득대체율 43%의 개혁안을 의결했고, 지난 1일 정부가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하면서 모수개혁이 확정됐다.
다만 이번 개혁은 기금 소진 시기를 2056년에서 2064년으로 8년 늦추는 데 그쳤다. 의미 있는 첫걸음이기도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이 공언한 '미래 세대를 위한 개혁'에는 결국 이르지 못한 셈이다.
연금의 지속가능성을 보완하기 위한 구조개혁이나 보험료율 추가 인상 등의 과제는 이제 다음 정부로 넘어가게 됐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다음 연금 개혁 과제와 관련해 "기초연금과 국민연금의 관계를 정리하면서 기초연금을 소득 중하위층에 집중해서 노인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연금은 (소득 재분배에서) 소득비례로 중점을 옮겨야 한다"며 "자동조정장치나 퇴직연금 개편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단체 '내가만드는복지국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제 국민연금만으로 노후소득보장의 충분성을 따지는 협소한 시야에서 벗어나 계층별로 세 연금을 조합해 적정 급여 수준을 구현하는 '연금 삼총사 전략'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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