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양관식 役으로 열연…인생 캐릭터 호평도 얻어
병상 연기 위해 7kg 감량도 해
배우 박해준이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더팩트ㅣ김샛별 기자] 배우 박해준은 '폭싹 속았수다' 속 관식이는 어떤 배우가 왔어도 이토록 호평 받았을 것이라 말한다. 기자의 생각은 달랐다. 꾸밈없이 솔직한 답변에서 순박함이, 인터뷰 중간중간 뒷머리를 벅벅 긁는 모습에서 털털함이, 민망할 때 터지는 시원한 웃음에서 호탕함이 느껴지는 박해준이었기에 가능한 양관식이었다. 제작진의 캐스팅을 납득할 수밖에 없게 만든 박해준은 그렇게 금명이의 아빠에서 모두의 아빠가 됐다.
박해준은 최근 서울 중구 앰배서더 서울 풀만 호텔에서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극본 임상춘, 연출 김원석)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극 중 양관식의 중년을 연기하는 그는 작품과 캐릭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전했다.
지난달 7일 첫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제주에서 태어난 '요망진 반항아' 애순(아이유, 문소리 분)과 '팔불출 무쇠' 관식이(박보검, 박해준 분)의 모험 가득한 일생을 사계절로 풀어낸 시리즈다. 총 16부작으로 구성됐으며 28일 모든 회차가 공개됐다.
작품은 제주에서 함께 나고 자랐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애순과 관식, 그들의 순수했던 10대 시절과 한 치 앞을 예측할 수 없었던 청년 시절, 인생이 던진 숙제와 맞부딪히며 세월을 겪어 낸 중장년 시절까지 파란만장했던 일생을 다채롭게 그리며 호평을 얻었다.
박해준은 "공개되고 한 달 동안 많이 설렜다. 좋은 작품인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좋을 줄 몰랐다. 보고 놀랄 정도로 많은 배우들이 작가님과 감독님의 의도한 대로 정성스럽게 준비하고 보여줘서 감동적인 드라마가 완성된 것 같다"며 "그런 작품에 함께하게 돼 영광스럽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고 있다"고 종영 소감을 밝혔다.
'폭싹 속았수다', 특히 박해준의 양관식은 많은 이들에게 울컥함과 울림을 남겼다. 이에 작품을 보고 나면 부모님에게 전화를 하게 된다는 반응부터 너무 울어서 머리가 아팠다는 반응까지 다양한 후기가 쏟아졌다.
박해준의 주변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는 "드라마를 보고 나서 고맙다고 감사하다고 하는데 그런 반응이 처음이었다. 때로는 왜 이렇게 가슴을 후벼파냐면서 밉다고 하는 분들도 있었다"며 "덕분에 재밌는 한 달을 보냈다. 나 역시 여운이 강해서 아직도 먹먹하다"고 전했다.
"두 아들이 제 작품을 잘 안 봐요. 근데 하루는 와이프가 보여준 것 같더라고요. 큰아들에게서 전화고 오고 10분 후 둘째에게 전화가 왔어요. 그날따라 집에 빨리 들어오라고 하더라고요. 아빠가 진짜 아픈지 안 아픈지 확인하려고 했던 것 같아요. 작품에 전화를 하게 힘이 있는 것 같긴 해요.(웃음)"
배우 박해준이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박해준의 '폭싹 속았수다' 출연은 김원석 감독과의 인연에서 시작됐다. 두 사람은 tvN '미생'부터 시작해 '나의 아저씨' '아스달 연대기'로 함께 호흡을 맞췄다. 박해준은 "다른 작품 촬영 중 감독님의 전화를 받았다. 작품이 있다고 하는데 어떤 작품인지도 모른 채 기대했다. 사실 감독님의 대본 보는 눈이 훌륭하기 때문에 속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이 작품을 하겠다고 결정을 내렸다"며 "대본을 받고 나서는 이 캐릭터를 내게 준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고 돌이켰다.
"'나의 아저씨' 때 스님 역할이라 머리카락을 밀어야 했어요. 실제로 밀었는데 감독님은 그 부분이 미안했던 것 같아요. 제게 '내가 너 잘되게 해줄게'라고 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계속해서 좋은 작품에 캐스팅해 줬어요.(웃음) 그런데 이제는 제가 은혜를 갚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박해준은 양관식에 대한 캐릭터 설명이나 구축 과정, 디테일한 설정 등을 물을 때면 계속해서 "대본과 스태프들 덕분"이라며 공을 돌렸다. 그는 "중년 관식이 되는 과정은 다 대본에 있다. 어떤 배우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작품에서 이 대본을 갖고 연기 못할 배우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관식만 놓고 봤을 때 어떤 배우가 와서 대사를 내뱉기만 해도 관식 같은 느낌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즉 자신을 향한 호평 역시 좋은 작품을 만나서 얻은 결과란다. 박해준은 "겸손으로 말씀드리는 게 아니다. 현장에서도 훌륭한 스태프들이 계속해서 시점을 이야기해 주며 이제부터는 다리를 조금 불편하게 걸어야 한다든지 어디가 아플 수 있다든지 등 세세하게 말했다"며 "좋은 사람들과 작업을 하게 되면 이런 행운도 오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배우 박해준이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겸손이 맞았다. 박해준 또한 양관식을 표현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고 때때로 의욕 넘치게 준비하기도 했다. 그중 하나가 바로 체중 감량이다. 박해준은 죽음을 앞두고 병색이 짙어진 양관식을 연기하기 위해 짧은 시간 만에 7~8kg의 체중을 감량했다.
"권투나 격투하는 분들의 방법을 참고했어요. 아무래도 드라마 촬영은 영화처럼 시간을 기다려주지 못하고 어제까지는 다른 장면을 찍어야 하니까 어려움이 있었죠. 그래서 촬영을 D-DAY로 잡고 수분을 빼려고 했어요. 식단도 조절한 상태에서 수분도 다 빠져나가면 입이 알아서 마르더라고요. 정말 추천하고 싶은 방법도 아니고 위험한 일이에요. 하지만 연기를 하는 저로서는 이렇게 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죠. 야윈 것도 있지만 눈빛에 힘이 없더라고요. 실제로도 분장하는 버스에 오르는 것도 힘들었을 정도였습니다."
또 하나 박해준의 양관식을 완성시킨 것이 있다면 바로 '크로스백'이다. 우리네 아버지들이 종종 메는 가방을 어디 갈 때마다 챙기는 모습이 많은 이들에게 익숙함을 안겼다. 이에 박해준은 "어떻게 딱 하나 내가 한 걸 맞혔다"며 "마침 여러 준비물 중에 있었는데 이 가방 하나만큼은 계속 메고 다니고 싶었다"고 돌이켰다. 이어 "관식이를 상상하면 굉장히 오래된 지갑과 작은 수첩을 늘 들고 다닐 것 같았다. 이 모든 걸 들고 다니려면 작은 크로스백이 필요했다"며 "버스 정류장에서 착용했던 가방인데 이걸 쭉 갖고 가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배우 박해준이 <더팩트>와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 관련 인터뷰를 진행했다. /넷플릭스
박해준은 양관식을 통해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는 평가도 얻었다. 그러나 박해준은 "내 인생 캐릭터가 이걸로 끝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해준의 자신감에 기자들이 "오오"라고 호응하자 호탕하게 웃은 그는 "이런 말이라도 해야 하지 않나. 매번 겸손을 떨 순 없으니까"라면서도 민망한 듯 한 번 더 크게 웃었다.
이어 "너무 좋다. 지난해 '서울의 봄'이 있다면 올해는 '폭싹 속았수다'로 좋은 이야기를 들으니까. 그러다 보니 계속해서 좋은 작품으로 찾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시청자들에게 일단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너무 많이 우는 것 같아서. 그렇지만 '폭싹 속았수다'는 세대별로 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5년 후, 10년 후 세월이 지나면서 보이는 것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다르잖아요. 또 힘들 때마다 한 번씩 보기에도 좋고요. 그만 마음 아파하시고 잠깐 묵혀놨다가 또 생각날 때 한 번씩 꺼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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