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주 책방 “민주주의 날, 책으로 함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 결정 직후, 광주와 전주 지역의 독립책방들이 소박한 이벤트로 시민들과 기쁨을 나눴다. 파면이라는 역사적 순간을 책과 함께 기록하고 공유한 이들은 “광장에서 몸으로 지킨 민주주의를 책으로 함께 기억하자”고 말했다.
5일 아시아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전주 한옥마을 청년몰에 자리한 ‘책방 토닥토닥’은 헌법재판소의 파면 선고 직후 가게 입구에 ‘윤석열 파면 기념 책 구입 시 8% 할인합니다’라는 안내문을 붙였다.
전주 한옥마을 청년몰에 위치한 '책방 토닥토닥'의 문주현 대표가 "윤석열 파면기념 책 구입시 8% 할인가로 판매합니다"라고 적힌 안내문을 손에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책방 토닥토닥 페이스북 갈무리
책방을 운영하는 문주현 씨는 본지에 “작년 말 계엄 선포 이후 손님들이 정말 많이 줄었다”며 “책을 펴기도 어려운 사회 분위기였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파면 결정으로 시민들이 다시 삶의 여유를 찾기를 바라는 마음, 그리고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서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했다.
8%라는 할인율에는 헌재 결정이 8 대 0 만장일치였다는 의미와 4월 4일이라는 날짜가 함께 담겼다. 문 씨는 “책을 사러 오신 분들이 이 안내문을 보고 웃으시면서 ‘이런 이벤트 좋다’며 축하 인사를 건네기도 하셨다”며 “할인 금액보다 마음을 주고받는 즐거움이 훨씬 더 컸다”고 전했다.
광주 동구의 골목 서점 ‘소년의서’ 역시 “윤석열 탄핵(파면) 축하 기념! 전도서 5% 할인합니다!”라는 손글씨 안내문을 입간판에 내걸었다.
광주 동명동에 위치한 독립서점 '소년의서' 앞에 세워진 입간판. "오늘은 민주주의가 승리한 날입니다! 윤석열 탄핵(파면) 축하 기념! 전도서 5% 할인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소년의서 인스타그램 캡쳐
임인자 대표는 “계엄이라는 공포 속에서도 거리와 광장에서 시민들이 온몸으로 민주주의를 지켜냈다고 생각했다”며 “이분들이 바로 이번 파면의 주인공”이라고 말했다. 이어 “동네 책방 운영이 어려운 건 사실이지만, 이 기쁨을 함께 나누고 싶었다”며 “파면 다음날 비가 와서 가게 화분들을 꺼내 비를 쐬었다. 민주주의에 대한 갈증이 해소되는 날들이 오길 바라는 마음도 함께였다”고 덧붙였다.
‘소년의서’는 파면 이전부터 시민들과의 연대를 이어왔다. 지난 3월부터 5·18민주광장에서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함께 읽는 야간 독서모임을 제안해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책은 시민들의 선결제와 기증으로 마련됐으며, 임 대표는 “탄핵이 안 됐다면 또 다른 책을 읽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달 5·18민주광장에 마련된 농성천막 아래, 시민들이 한강 작가의 '소년이 온다'를 들고 야간 독서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이 모임은 광주 독립서점 ‘소년의서’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 외에도 파면 직후 광주 서구의 정육식당 ‘목사골농장’은 점심시간, 식당을 찾은 손님 100여 명에게 무료로 식사를 제공했다. 광산구 월곡동 ‘우와돈고기백화점’은 “파면하는 날 소주·맥주 공짜”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손님들과 기쁨을 나눴다.
시민이 지켜낸 민주주의. 그 감격을 지역의 책방과 식당이 소박한 방식으로 나누고 있다.
송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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