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노보.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사람은 단어를 조합하는 방식으로 언어를 사용한다. 단어 조합이 나타내는 의미는 2가지로 구분된다. 하나는 각 단어의 의미를 단순하게 합친 이중 의미와 다른 하나는 새로운 의미다. 예를 들면 영어에서 'Blond'와 'Dancer'를 합친 'Blond Dancer'는 금발인 댄서를 뜻한다. 반면 'Bad'과 'Dancer'를 합친 'Bad dancer'는 단순히 성격이 나쁜 댄서가 아닌 수준이 떨어지게 춤추는 사람을 뜻하는 의미가 된다.
지금껏 사람만 단어를 조합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고 알려져 있었다. 최근 보노보가 이 같은 방식으로 언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보노보는 침팬지와 함께 인간과 유전학적으로 가장 가까운 동물 중 하나다.
스위스 취리히대 연구팀은 보노보 30마리가 내는 소리를 분석해 사람과 비슷한 방식으로 단어를 조합하며 언어를 사용한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3일(현지시간) 사이언스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에서 보노보 30마리의 소리를 약 400시간 동안 녹음했다. 발성을 300여개 상황으로 나누고 분석했다. 이 중 소리를 조합해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4개의 소리조합을 찾아냈다. 연구팀은 인공지능(AI) 모델이 언어를 학습할 때 조합된 단어가 서로 어떤 의미를 가졌는지 분석하는 수학적인 기술을 사용해 보노보 소리조합의 의미를 찾아냈다.
소리조합 중 하나는 멀리 있는 다른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내는 고음과 흥분했을 때 내는 저음의 조합이다. 연구팀은 이 소리조합은 '내가 곤경에 처해 있으니 내 말을 들어줘'라는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하자'라는 뜻으로 추측되는 소리와 '내가 뭘 하고 있는지 봐'라는 의미의 소리를 합치면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같이 하자'라는 의미가 된다. 연구팀은 실제로 보노보가 이 소리조합을 이용해 한 보노보가 다른 보노보가 함께 둥지를 만드는 데 참여하도록 유도했다.
연구팀은 연구결과가 사람의 언어가 어떻게 진화돼 왔는지 연구하는 데 단서를 준다고 설명했다. 언어가 사람이 출현하기 수백만 년 전부터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요한 볼하위스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연구원은 뉴욕타임즈에 "사람은 더 복잡한 문법 규칙에 따라 단어를 조합하고 조립한다"면서 "현재 연구결과로서는 언어의 진화에 대해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채린 기자 rini11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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