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은 남자탁구대표팀 감독(오른쪽)과 아들인 남자단식 세계랭킹 20위 오준성이 지난 2일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챔피언스 인천 2025가 열린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인터뷰하며 미소 짓고 있다. 인천 | 황민국 기자
올림픽 메달 딴 오 감독 뒤이어
최근 국제대회 첫 우승 ‘급성장’
좀체 실수 않는 탄탄한 기본기
아빠의 ‘힘’ 겸비 땐 세계 정상도
“이젠 아들이 메달 가져오길”
“3년 뒤 올림픽 목표로 최선”
수줍은 미소로 국제대회 정상에 오른 오준성(19·수성방송통신고)은 오상은 남자탁구대표팀 감독(49)의 아들이다.
한국 탁구의 새 역사를 쓰면서 3년 뒤 LA 올림픽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지난 2일 월드테이블테니스(WTT) 챔피언스 인천 2025가 열린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만난 오준성은 “자랑스러운 아빠에 어울리는 아들이 되고 싶다. 한국에서 탁구를 잘했던 선수를 떠올리면 제 이름이 나올 정도로 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준성은 국내외에서 주목받는 샛별이다. 2023년 종합선수권대회에서 역대 최연소(17세)로 남자 단식 우승, 지난해 10월 아시아선수권대회 4강에 이어 지난달 인도 첸나이에서 열린 WTT 스타 컨텐더 남자 단식에서 한국 선수 사상 최초로 우승했다.탁구 국가대표 오준성과 오상은 감독(오른쪽).
지난 1월부터 국가대표 사령탑을 맡은 아버지와 함께한 첫 대회에서 이룬 성과라 기쁨이 두 배였다.
오준성은 “SNS에서 ‘좋아요’를 눌러주시는 분들이 국내 대회에서 300~500명이었다면, 이번 대회는 1만명이었다”며 웃었다.
오준성의 탁구 인생은 8세 때 집 근처 탁구장에서 시작됐다. 그 당시만 해도 또래에게 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던 그는 매섭게 성장했다. 진천선수촌에서도 훈련을 제일 일찍 시작해 제일 늦게 마치는 선수로 유명하다. 아버지를 가장 흐뭇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오준성은 “탁구를 처음 시작했을 때는 아빠라는 든든한 존재가 있어서 그저 좋기만 했다. 탁구만 바라볼 수 있었던 비결”이라면서 “지금도 아빠 뒤를 따라가려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수줍은 미소를 지었다.
오 감독은 한국 탁구의 간판스타였다. 종합선수권대회에서 6차례 우승했고 남자 단체전에서 2008 베이징 올림픽 동메달, 2012 런던 올림픽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오 감독은 아들이 자신의 현역 시절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종합선수권대회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대회”라면서 “난 첫 우승을 22세에 했다. 아들은 나보다 5년 빠르다. WTT 스타 컨텐더 우승으로 국제탁구연맹(ITTF) 랭킹이 벌써 20위까지 올랐는데, 난 그 나이에 랭킹이라는 게 없었다”고 말했다.
탁구 스타일은 상반된다. 시원시원한 공격이 오 감독의 강점이었다면, 오준성은 빈틈을 내주지 않는 철저한 탁구로 상대를 무너뜨린다. 유남규 대한탁구협회 경기력향상위원장은 “아들에게는 현역 시절 고민이던 단점을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것 같다. 준성이는 기본기가 탄탄해 좀처럼 실수를 하지 않는다. 준성이를 이기려면 압도적인 기량차가 필요하다”고 평했다.
오 감독은 아들이 힘 있는 탁구까지 습득한다면 런던 올림픽 이후 끊긴 한국 남자탁구 올림픽 메달의 맥을 다시 살릴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5월 눈앞으로 다가온 도하 세계선수권대회가 시금석이 될 수 있다.
오 감독은 아들의 어깨를 감싸며 “이젠 우리 집에 준성이가 메달을 가져올 거라 믿는다. 내 올림픽 메달과 같이 전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준성은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선배들과 함께 목에 걸었지만 주역이 아니었다.
당시를 떠올린 오준성은 “처음 큰 무대를 경험하면서 목표도 확실해졌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선 내가 제일 못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도전해 좋은 결과를 가져오고 싶다. 그러면 내년 아시안게임이나 3년 뒤 올림픽도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더 큰 성장을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