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 선고일을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4일 오전 11시, 12·3 비상계엄 사태로 탄핵소추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온다. 지난해 12월14일 헌재에 사건이 접수된 지 111일 만이다.
2022년 5월10일 취임 이후 ‘불통’으로 일관하며 비판받은 윤 대통령이 스스로 일으킨 비상계엄으로 짧은 정치 생활을 마무리하고 법의 심판을 받을 것인가, 대통령 직무 정지 넉 달 만에 다시 복귀해 국정을 운영할 것인가가 헌법재판관 8인의 손에 달렸다. 계엄 이후 헌재 안팎의 핵심 장면들을 숫자로 다시 짚어봤다.
111일: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중 최장 평의…사회 혼란 가중
지난해 12월3일 밤 10시23분, 윤 대통령이 약 6분에 걸쳐 긴급담화문을 발표하며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계엄군이 국회의사당 유리창을 깨고 진입하는 모습이 생중계됐고, 도심에 등장한 헬기와 군용차량 사진이 SNS에서 빠르게 퍼졌다. 전 국민이 이 사태를 지켜본 탓에 애초 윤 대통령 탄핵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으리라고 전망됐다.
하지만 선고가 늦어지면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64일),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92일) 탄핵심판 기간을 훨씬 넘어서는 역대 최장기간 평의를 기록했다. 최종변론 이후 선고까지의 기간을 비교해봐도 노·박 전 대통령이 각각 14일, 11일인데 비해 윤 대통령은 38일이 걸려 2~3배 이상의 시간이 지체됐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수많은 해석이 분분했고, 사회 혼란이 가중됐다.
16명: 탄핵 변론 출석 증인들…계엄 실체 규명될까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가 경찰 차벽과 병력 등으로 통제되고 있다. 성동훈 기자
2차례 준비기일을 거친 뒤 총 11차례 열린 탄핵 변론 기일에 출석한 증인은 총 16명이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부터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부총리, 조지호 경찰청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에 이르기까지 군경 고위공직자와 정부 주요인사들이 심판정에 섰다. 이들은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의 위법성, 윤 대통령의 정치인 체포 지시 등 사태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는 유의미한 증언을 내놨다.
조성현 수도방위사령부 1경비단장은 당시 이진우 사령관에게 “국회 내부에 들어가서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했고, 곽종근 전 육군특수전사령관은 “윤 대통령이 ‘빨리 국회 문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는 지시를 했다”고 했다.
반면 김 전 장관은 ‘비상입법기구’ 관련 쪽지에 대해 자신이 작성해 윤 대통령이 최상목 부총리에게 건넨 것이고, 계엄 당시 ‘포고령 1호’ 역시 자신이 썼다고 밝히는 등 책임을 떠안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증인 중 유일하게 두 번 출석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체포 명단 메모’가 큰 화제가 됐다. 이 메모는 홍 전 차장이 계엄 당시 여 전 사령관으로부터 정치인 등 체포 대상 명단을 통화로 듣고 적어뒀다는 것으로, 계엄이 위헌적이었음을 입증할 증거로 지목됐다. 윤 대통령 측은 관련 진술과 메모의 신빙성을 문제 삼았지만, 홍 전 차장은 두 번째 증인 출석 당시 실제 메모지를 들고나와 “명단이 존재했던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5가지: 탄핵 주요 쟁점 중 하나라도 “중대한 위헌·위법” 판단 땐 파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를 하루 앞둔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과 안국역 앞이 경찰 차벽과 병력 등으로 통제되고 있다. 성동훈 기자
탄핵 주요 쟁점은 ‘비상계엄 선포’ ‘계엄포고령 1호’ ‘군경을 동원한 국회 방해’ ‘영장 없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압수수색’ ‘정치인·법조인 등 체포 지시’ 등 5가지다. 이 중에서 국회 측과 윤 대통령 측이 가장 크게 충돌한 부분은 비상계엄 선포의 정당성이다. 국회 측은 계엄 선포 당시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가 아니었는데도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했다고 봤다. 반면 윤 대통령은 야당의 줄탄핵, 예산 삭감 등이 국가비상사태에 준했고 당시 상황은 ‘경고성’ 계엄이었다고 주장했다.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을 투입하는 등 구체적 실행이 있었다는 지적에 대해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는 궤변으로 일관했다.
윤 대통령 측이 계속 주장한 탄핵심판의 ‘절차적 하자’에 대해서도 헌재가 어떻게 판단할지 주목된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국회 측이 소추 사유에서 ‘내란죄’를 철회한 것이 소추의 동일성이 상실됐다며 각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회 측은 이에 대해 “탄핵심판은 범죄 성립 여부를 입증하는 형사재판이 아니다”라며 소추 사유 핵심인 ‘내란의 국헌문란 행위’에 대해선 바꾼 적 없다고 반박했다.
재판관 8인 중 6인 이상이 5가지 사유 중 하나라도 중대한 위헌·위법 사항이고, 국민의 신임을 저버린 행위라고 판단하면 대통령은 파면된다. 일부 재판관이 기각이나 각하 의견을 냈다면 결정문에는 소수의견으로 기록된다. 재판관 3인 이상이 탄핵 사유 중 중대한 위헌·위법 행위가 하나도 없다고 판단하면 기각된다.
☞ 계엄 선포·국회 봉쇄·체포 지시…탄핵 가를 ‘위법·하자’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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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비상사태는 몽상” vs “부정선거 의심”…‘계엄 목적’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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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화 기자 cle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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