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뉴스1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하면서 관가의 긴장감도 높아진다. 탄핵 선고 하루 전 발표된 미국의 상호관세 조치로 시장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중될 경우 시장 혼란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경제팀'을 중심으로 탄핵 선고 이후 시나리오별 대응 전략을 마련하느라 분주한 모습이다.
3일 관가에 따르면 정부 경제 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는 4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과가 나온 직후 다양한 회의체를 가동하기 위한 내부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구체적인 일정은 외부에 밝히지 않고 있다. 공개하는 회의체 성격에 따라 정부가 특정 결과를 예단하고 있단 시그널(신호)로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내부적으로는 탄핵 인용과 기각 2가지 가능성을 모두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먼저 탄핵이 인용될 경우 경제팀은 '비상근무체제'로 전환된다. 이럴 경우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와 유사한 행보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정부는 경제부처를 중심으로 주말 내내 장차관 주재 긴급회의를 열고 국내외 금융시장과 실물경제 상황을 점검했다.
실제 기재부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인용 선고 직후 유일호 당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긴급 확대간부회의를 소집했다. 이튿날인 토요일에는 당시 최상목 1차관 주재로 확대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었고 그 하루 뒤에는 유 부총리와 산업통상자원부,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이 모이는 경제관계장관 간담회를 개최했다.
산업통상자원부도 당시 주형환 장관이 탄핵 인용 선고 직후 삼성·SK·현대차·LG 등 4대그룹 부회장단과 회동을 갖고 흔들림 없는 경영 활동을 당부하기도 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도 합동회의를 열고 외국인 자금 유출입 동향 등을 점검했다.
반대로 탄핵이 기각 또는 각하되면 2004년 사례를 준용할 것으로 보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심판 선고가 있었던 2004년 5월14일 이헌재 당시 부총리는 "불확실성이 제거돼 앞으로 정책이 속도감을 갖게 됐다"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후 경제팀 차원의 뚜렷한 대응은 없었다.
기재부 관계자는 "여러가지 상황에 대비해 실무적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 내에선 결과와 관계없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선고 이후 사회적 갈등이 확산되는 것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크다. 예상보다 더 센 미국의 상호관세 부과 조치로 통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국내 정국 변수까지 더해져 상호관세 대응 여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미국은 2일(현지시간) 다른 나라의 관세 및 비관세 무역장벽에 따라 미국 기업이 받는 차별을 해소하겠다며 상호관세 조치를 발표했다. '기본관세 10%'(5일 시행)와 이른바 최악 국가에 대한 '개별관세'(9일 시행)로 구분되는데 한국은 최악 국가에 포함됐다. 한국이 받은 관세 고지서는 25%다.
정부의 '경제외교'가 시급한 배경이다. 이에 따라 최 부총리는 탄핵심판 결과와 상관없이 이달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G20(주요20개국)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출장길에 오른다. 정부는 미국 등 주요국 재무장관과의 면담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최 부총리는 미국 트럼프 신정부의 스콧 베센트(Scott Bessent) 재무장관과 지난 2월 화상면담을 했지만 대면면담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한편 한덕수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지난 2일 치안관계장관회의에서 "국민적 관심과 긴장이 더욱 고조되고 정국 혼란과 사회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며 "그 어떠한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우리는 법치주의 원칙에 따라 그 결과를 차분하고 냉정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그 어떤 불법적이거나 폭력적인 행위도 결단코 용납하지 않겠다"며 "시설파괴·폭행·방화 등 공권력에 도전하고 공동체를 파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현행범 체포 원칙'과 '무관용 원칙'으로 반드시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했다.
세종=박광범 기자 soco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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