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위원 109명 중 한국 위원 1명뿐
'바흐 핫라인' 끊겨…스포츠 외교력 빨간불
팍팍해져만 가는 살림살이에 ‘천조국’ 위세를 앞세운 트럼프 대통령의 무차별적인 관세 폭탄이 덮치고 있다. 이곳저곳에서 힘들다는 소리가 메아리치듯 들려오지만, 대행 체제의 대한민국이 이를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
스포츠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이기흥 전 대한체육회장이 잇따른 정부 기관의 조사와 선거 개입, 불출마 압박 속에 제44대 체육회장 선거에서 낙선해 IOC 위원직을 내려놓으면서 우리나라 IOC 위원은 1명으로 줄었다. 공교롭게 동계올림픽이 1년도 안 남았고, 2036 하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시점이다.
일각에선 이기흥 전 회장이 NOC 회장 자격으로 IOC 위원이 된 만큼 유승민 체육회장이 머지않아 IOC 위원이 될 것으로 낙관하지만 이는 IOC 사정을 잘 모르고 하는 소리다.
수영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출신의 커스티 코번트리(41·짐바브웨)가 세계 스포츠계를 이끌어갈 IOC 새 위원장으로 선출되자 이변이란 평가가 나왔다. 보수적인 IOC 분위기에도 여성, 그리고 아프리카 대륙 출신 최초 IOC 위원장이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IOC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이런 해석에 동의하지 않는다. 코번트리의 든든한 지원군이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바흐 위원장이 ‘상왕’으로 군림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기도 한다.
바흐 위원장은 코번트리 신임 위원장을 뽑은 제144차 IOC 총회에 이기흥 전 회장을 특별초청해 스포츠를 넘어 세계 평화에 기여한 공로로 감사패를 줬다. 눈여겨볼 부분은 IOC 위원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이 전 회장에게 감사패를 전달하는 이유를 무려 15분이나 할애하며 업적을 상세하게 설명했다는 점이다.
한차례 임기 연임을 해 12년 동안 위원장을 역임하면서 바흐가 IOC 감사패를 전달한 건 처음 있는 일이었다. 국내에서의 박한 평가와는 달리 이 전 회장에 대한 IOC 내 신임도나 영향력이 컸다는 방증이다.
정부는 동계올림픽 유치에 나선 평창이 2003년 첫 도전에서 실패하자 사마란치 위원장에 이어 국제 스포츠계 영향력 2위의 실력자였던 김운용 IOC 부위원장(2017년 작고)을 희생양으로 삼았다. 정부 사정 기관을 이용해 비위 혐의를 씌워 물러나게 한 것이다.
IOC 내 인맥을 스스로 끊어낸 정부의 자충수 때문에 김운용 부위원장 사퇴 이후 평창은 2014년 두 번째 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한 뒤 세 번째 도전 끝에 2018년 유치에 간신히 성공했다.
글쓴이는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유치를 준비하던 2000년대 초반과 2036년 올림픽을 유치를 준비하는 지금이 ‘동계냐? 하계냐?’의 차이만 있을 뿐 너무나 흡사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올림픽 유치라는 막중한 임무를 안은 유승민 대한체육회장이 전북대표단, 문체부 관계자들과 함께 오는 8일 스위스 로잔으로 바흐 위원장을 방문한다. 6월이면 위원장에서 물러나는 바흐를 굳이 찾는 이유는 뭘까. IOC 선수위원을 지낸 유승민 회장도 IOC 분위기를 읽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 글쓴이의 지나친 상상일까?
이 전 회장이 IOC 위원에서 물러나지 않았다면 2036년 하계 올림픽 유치에 더 긍정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글쓴이의 노파심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다.
김승철 박사
전) 성균관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전) 한국체육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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