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HN 마포, 권수연 기자) 2020년 6월 26일.
이 날은 경주시청 소속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 선수인 고(故) 최숙현이 세상을 등진 날이다. 사유는 팀 감독과 팀 닥터, 선배들의 가혹행위였다.
당시 상습적 폭력과 폭언에 시달렸던 최숙현은 어머니에게 "가해자들의 죄를 밝혀달라"는 문자를 끝으로 세상을 떠났다.
앞서 인터뷰 1편을 통해 스포츠윤리센터의 존재 의의와 발전 방향성을 설명한 박지영 이사장은 다시 한번 이 사건을 언급했다.
박 이사장은 고 최숙현의 안타까운 사건을 가리켜 "스포츠윤리센터가 생겨나고 자리잡은 결정적인 사건"이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해 6월은 고 최숙현의 4주기였다. 박 이사장은 경북 성주군에 있는 선수의 납골당을 찾아가 고인을 추모했다.
스포츠윤리센터가 출범한 해만 봐도 짐작할 수 있다. 최숙현이 세상을 떠난 해에 공식 출범했다. 그 이전에는 체육계 폭력·성폭력이나 여러 불공정 사안이 발생해도 대한체육회, 각 종목 연맹 내에서 자체적으로 처리하는 경우가 많았다.
체육인이 겪는 인권침해와 비리 사건을 독립적으로 조사하고, 징계 요구 및 수사의뢰를 통해 체육계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박 이사장은 "기존에 '자체 자정'만으로 해결이 어려웠던 부분을 보완해, '공정하고 안전한 스포츠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스포츠윤리센터의 기본 기능은 체육계 비윤리적 행위의 신고, 상담 접수다. 사건이 접수되면 조사관이 배정되고 본격적인 조사에 돌입한다. 여기에서 해당 단체나 체육인의 혐의, 비리가 사실로 드러나면 징계를 요구하거나 수사 의뢰를 결정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여기서 그치는 것만은 아니다. 선수와 지도자의 고충을 듣고, 때에 따라서는 신고를 유도하기도 한다. 피해자에게는 일부 변호사비와 상담비용 등이 지원되기도 한다.
박 이사장은 그러면서도 "피해자가 신고를 겁내서 중간에 신고를 취소하거나, 제3자의 고발이 이뤄져도 조사하는 과정에서 조금만 복잡한 진술이 필요해지면 거부하는 경우가 있어 아직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처럼 일반 운동선수조차 가혹행위에 대해 쉽지 않은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장애인 체육계로 가면 이와 같은 상황은 더욱 심연에 빠진다. 특히 의사소통이 어려운 장애인 체육인들의 경우는 신고 그 자체가 쉽지 않다. 예를 들면 농아인 선수들이 조사 과정에서 수어 통역 문제로 어려움을 겪거나, 가해자 측 통역으로 인해 말 맞추기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이 지적된다.
스포츠윤리센터는 장애인 체육 관계자와 MOU를 추진해, 조사관이 수어 기초를 배우고 통역 시스템을 개선하려고 하지만, 이 역시 예산과 인력 한계가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스포츠윤리센터가 할 수 있는 조사 범위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 기본적으로 법적으로 수사하고, 강력한 제재 및 법적 처벌을 내릴 수 있는 기관이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에 재정과 인력 제한으로 인해 사건을 잡아도 충분히 조사하지 못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
박 이사장은 임기 동안 센터의 존립 의의 및 기반을 다지고자 한다. 단순히 피해, 가해 선수를 잡아내서 처벌하고 주의를 주고 끝내는 것이 아니다. 단기적 처벌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상기한 고 최숙현 사례 및 장애인 신고 난항 등 센터가 확보한 사례를 모아 결정례집·사례집으로 알리고, 체육계 단체와 언론을 통해 "사건사고 및 실제 사례 등을 주기적으로 환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박 이사장은 "관행이라고 주장하면 면죄부가 됐던 시절은 지났다. 스포츠윤리센터가 적극적으로 조사 사례·결과를 공개해 '잘못하면 징계를 피할 수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