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구글맵이 아닌 '자율주행' 학습에 사용
플랫폼법 도입 시 기업간 규제 차별 우려…"한국 정부도 신중론"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에 위치한 구글 본사 전경. 2019.5.16. ⓒ 로이터=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미국 도널트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구글을 둘러싼 규제 완화와 데이터 요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에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요구하며 플랫폼 관련 규제법안에도 공개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2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미국 무역대표부(USTR)이 발표한 '연례 무역장벽 보고서'(NTE)에 한국의 고정밀 지도 반출 제한 조치를 '디지털 무역 장벽'으로 또다시 지목했다.
서울역에서 인천국제공항까지 길을 안내하는 구글맵(왼쪽)과 네이버지도 화면 ⓒ 뉴스1
구글은 올해 2월 한국 정부에 고정밀 지도의 해외 반출을 허가해달라고 신청서를 냈다. 지도 반출 여부는 '지도 국외 반출 협의체' 회의를 통해 결정된다. 늦어도 7~8월 중에 협의체의 최종 결론이 나올 예정이다.
구글은 고정밀 데이터가 없어서 구글맵의 기능이 제한적이라고 주장하지만 업계에서는 정부 허가 없이 사용 가능한 1대 2만5000 축척의 지도로도 충분하다고 설명한다. 실제 애플은 같은 축척의 지도 데이터로 국내에서 도보·차량 길안내 기능을 제공한다.
구글이 고정밀 지도 데이터를 요구하는 진짜 이유는 자율주행, 디지털 트윈 등 미래 기술 산업 선점이다. 데이터는 자율주행 상용화를 추진 중인 구글의 자회사 '웨이모'의 학습에 사용될 수 있다.
한국 정부는 구글에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두고 국가 보안시설 위치를 블러 처리한다면 지도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했지만 구글은 해외에 데이터센터를 두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보안시설 블러 처리를 위해 보안시설의 정확한 좌표를 제공하라는 요구까지 해 논란이다.
고정밀 지도 데이터는 한국 정부가 1966년부터 1조 원이 넘는 세금을 투입해 구축해 온 결과물이다. 국세청의 법인세 부과에 불복 소송까지 제기한 구글에 조건 없이 데이터를 넘겨주는 건 반발에 부딪힐 수 있다.
만약 구글에 지도 데이터를 넘겨주게 되면 안보상의 이유로 거절한 중국, 러시아도 같은 요구를 할 수 있다.
IT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한국 정부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는 상황에서 데이터를 넘겨줄 수는 없다"며 "국내 산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USTR은 한국 정부와 정치권이 추진하고 있는 플랫폼 규제 법안도 문제 삼았다. 지배적 사업자인 플랫폼 기업의 독점을 방지하기 위해 자사 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최혜 대우 요구 등을 금지하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미국은 이 법이 구글, 메타 등 미국 플랫폼 기업을 겨냥하는 것은 물론 중국 플랫폼 기업은 규제 대상에서 빠지는 것을 문제삼고 있다. 플랫폼법 제정 시 잠재 규제 대상은 네이버(035420), 카카오(035720), 구글 등이다.
플랫폼법 추진의 경우 미국의 통상 보복 우려, 국내 플랫폼 기업의 경쟁력 저하, 국내외 플랫폼 기업 차별 등의 이유로 국내에서도 신중론으로 돌아선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플랫폼 규제는 자율규제 형태로 가는 게 맞다"며 "미국이 구글을 앞세워 자국의 이익을 강요하는 상황에서 지금은 국내 IT 산업을 보호해야 하는 시기"라고 말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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