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구글·딥시크 등 대응 차원
인공지능(AI) 기술을 선두에서 이끌어 온 미국의 오픈AI가 조만간 개방형 AI 모델을 내놓을 계획이다. 오픈AI는 2022년 말 폐쇄형 AI 모델인 챗GPT를 선보이며 AI 붐을 일으켰다. 폐쇄형 모델은 AI 모델의 소스 코드(설계도)와 데이터 등 핵심 정보를 모두 자체적으로 만들고,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딥시크와 메타 등이 내놓은 개방형 AI 모델이 급부상하면서 폐쇄형 모델만으로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오픈AI가 개방형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은 수익성과 직접 연관돼 있다는 분석이다. 개방형 모델은 외부에 소스 코드 등 주요 정보를 공개하면서, 이에 대한 사용 대가를 받을 수 있다. 오픈AI는 지난 31일 “400억달러(약 59조원)의 투자 모금을 마무리해 사상 최대 규모의 민간 기술 자금 조달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고 밝혔다. 이번 투자 자금 유치로 신규 자본을 포함해 3000억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스페이스X(약 3500억달러)에 이어 비상장 기업으로는 세계에서 둘째로 높은 가치를 인정받았다. 하지만 투자자들에게 수익을 돌려줘야 하는 압박이 커지면서 수익화를 위해 폐쇄형 모델에 대한 고집을 버린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픽=백형선
◇수익 극대화에 초점
투자 마무리를 발표한 날 샘 올트먼 오픈AI CEO는 “몇 달 안에 추론 기능을 갖춘 첫 번째 ‘오픈웨이트(open-weight)’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픈웨이트 모델로 사용자를 끌어들여 생태계를 만들고, 부가 서비스를 통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오픈웨이트의 ‘웨이트’는 한국어로 ‘가중치’라고 한다. 모델이 뇌라면, 가중치는 뇌가 어떤 자극(입력)에 대해 어떻게 반응할지 결정하는 요소다. 챗GPT가 AI 모델의 코드, 구조, 데이터, 가중치, 정확한 파라미터 숫자 등 아무것도 공개하지 않은 폐쇄형 모델인 반면, 오픈웨이트 모델은 구조와 가중치를 공개하는 반(半)개방형이다. 오픈소스 모델은 코드와 데이터도 공개하고 상업적 이용에도 제한을 두지 않는 완전 개방형이다. 메타의 라마와 딥시크는 가중치와 일부 코드를 공개하였지만, 훈련에 사용된 데이터와 전체 소스 코드는 공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오픈웨이트 모델에 가깝다.
라마의 사용자 수가 짧은 기간에 급증하고 딥시크 돌풍이 불면서 올트먼 CEO도 개방형 모델을 수용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올트먼CEO는 지난 1월 “우리는 다른 오픈소스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다. 우리가 역사의 잘못된 편에 서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폐쇄형 모델의 선두 주자인 오픈AI가 자사 전략의 한계를 인정하며 기술 전환을 예고한 것이다.
그래픽=백형선
◇AI 생태계 경쟁 돌입
라마와 딥시크 등 오픈웨이트 모델은 개발자들에게 더 저렴한 비용으로 모델을 훈련하고 특정 용도에 맞게 수정할 수 있는 유연성을 제공하면서 인기를 끌었다. 폐쇄형 모델인 챗GPT는 사용자가 추가로 학습을 시키면서 모델을 바꿀 수가 없다. AI 모델을 학생에 비유하자면, 오픈웨이트 모델은 특정 시험에서 만점을 맞기 위해 사교육도 받는 학생이고, 폐쇄형 모델은 여러 시험에서 만족할 만한 점수를 맞도록 공부를 끝내서 사교육은 받지 않는 학생이다.
업계 관계자는 “오픈AI는 오픈 웨이트 모델을 통해 더 많은 개발자와 기업이 오픈AI의 기술을 활용하도록 유도함으로써, AI 생태계에서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고 했다. 폐쇄형 모델은 사용자에게 과금하지만, 오픈 웨이트 모델은 대부분 무료다. 공짜에 수정도 가능하기 때문에 사용자를 단시간에 늘릴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사용자에게 수정, 보안과 같은 기능은 유료로 제공하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다. 특히 자사 맞춤형 AI 모델을 사용하려는 기업이 주요 타깃이다.
폐쇄형 모델만 내놓던 오픈AI가 개방형 모델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AI 업계 판도는 지각변동을 맞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스타트업이나 비(非)기술 기업들은 챗GPT가 성능은 좋지만 너무 비싸고 맞춤형을 만들 수 없다는 이유로 오픈웨이트 모델을 이용하는 경우가 있었다”며 “앞으로 오픈AI가 개방형에 진출한다면 생태계 확장을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일어날 것”이라고 했다.
☞오픈웨이트
인공지능(AI)의 ‘가중치(weight)’를 공개한 모델. 가중치는 AI가 어떤 정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할지 결정해주는 숫자값이다. 가중치를 알면 AI 모델이 데이터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 수 있다. 메타의 라마2와 딥시크의 v2가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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