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반응속도' 높이고 '경주 운영 능력' 키워야미사경정장에서 17기 신인 이현준이 턴마크를 가장 먼저 돌고 있다.(사진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MHN스포츠 엄민용 선임기자)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쓰이는 말 중에 '2년 차 징크스'가 있다. 데뷔 첫 해에 좋은 성적을 거둔 후 이듬해에 초라한 성적을 남길 때 이 말을 쓴다. 올해 경정 17기가 딱 그런 경우다.
경정 17기는 지난해 6월 경정훈련원을 졸업하고 7월부터 실전 경주에 출전했다. 미사경정장 적응과 실전 경기감각을 끌어올리기 위해 4회차 동안 신인들로만 경주를 편성해 경기를 펼쳤고, 이후에는 선배들과 혼합 편성돼 경기를 치렀다. 지난해 17기는 총 29승을 기록해 갓 걸음마를 뗀 신인치고는 나쁘지 않은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올해 12회차를 기준으로 17기 신인 10명이 151경주에서 거둔 1위 횟수는 고작 5차례에 불과하다. 아직 신인으로 선배들에 비해 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기량 차이도 나는 것이 당연하지만, 역대 기수의 2년 차 기록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성적이다. 유난히 고전을 거듭하는 원인이 궁금할 정도다.조미화(사진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임건(사진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가장 큰 원인으로는 '상대적으로 느린 출발 반응속도'가 꼽힌다. 현재 17기의 평균 출발 반응시간은 0.276초로 아주 나쁜 정도는 아니다. 그러나 상위권 선수들의 평균 출발 반응시간이 0.17∼0.21초인 것과 비교한다면 초반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확실해 보인다. 다만 조미화(B1)는 0.22초, 이현준(B2)은 0.23초, 임건(B1)은 0.24초를 기록하고 있고, 특히 황동규(B2)는 0.16초로 오히려 상위권 선수를 능가하는 빠른 출발 반응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는 성적에도 그대로 반영돼 황동규의 경우 올해 1착과 2착 각 1회 및 3착 2회를 기록했고, 조미화는 1착 2회, 이현준은 1·2·3착 각 1회를 거둬 17기 중에서는 가장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앞으로 경주 운영 능력을 끌어올린다면 더 좋은 활약이 기대된다.황동규(사진 국민체육진흥공단 제공)
다음 원인으로는 '경주 운영 능력의 미숙'이 지적된다. 정식 선수가 된 지 고작 9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인들에게 뛰어난 경기력을 기대하는 것은 다소 무리인 측면이 있다. 하지만 첫 번째 1턴 마크의 선회각과 2턴 마크에서의 선회각이 다른데, 이 부분을 확실하게 파악하지 못해 좋은 모터를 배정받거나 유리한 코스를 배정받았음에도 역전의 빌미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병주하는 상황(모터보트가 앞뒤가 아닌 나란히 달리는 형태)에서의 상황 대처 능력도 아직은 많이 부족한 모습이다.
이와 관련, 예상지 '경정코리아'의 이서범 경주분석위원은 "현재 경정은 어선규, 심상철, 김완석, 김종민, 김응선 등 최소 11기 이상의 선수들이 다승 순위 상위권을 차지하는 등 어느 해보다 선배 기수들의 활약이 남다른 상황이기에 신인들이 설 자리가 비좁은 것은 사실이다"라며 "하지만 조미화, 이현준, 임건, 황동규 등은 출발 반응속도가 상위권 선수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좋은 만큼 인코스를 배정받거나 좋은 모터를 배정받은 경주라면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