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지속형 주사제 첫 건보 등재
GSK, 간격 늘리는 임상시험
연 1회 투여 주사제도 개발 중
이달부터 국내에서도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치료를 위한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건강보험 시장에 진입한다. 그동안 먹는 약 중심이던 HIV 치료의 패러다임이 주사제로 재편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31일 의료계에 따르면 두 달에 한 번 병원을 찾아 맞는 HIV 치료제 ‘보카브리아+레캄비스’가 4월 1일자로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등재된다. 2022년 식품의약품안전처 시판 허가를 받은 지 3년 만이다.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의 보카브리아와 미국 존슨앤드존슨(J&J)의 레캄비스를 결합한 이 약의 국내 보험 등재 절차는 GSK가 맡고 있다. 이 제품은 국내 첫 장기 지속형 HIV 치료용 주사제다.
HIV에 감염돼 생기는 에이즈 환자는 1981년 미국에서 처음 보고됐다. 발견 초기 치료제가 없었던 HIV와 에이즈는 한동안 ‘걸리면 죽는 병’으로 악명이 높았다. 신약 기술이 발전하면서 HIV는 ‘불치병’에서 ‘만성질환’으로 바뀌었다. 감염 초기 약을 먹고 관리하면 평균 수명을 살 수 있는 질환이 됐다.
장기 지속형 주사제는 HIV 환자 삶의 질을 또 한 번 개선하는 계기가 될 것이란 평가다. 매일 약을 복용하는 불편을 덜어주는 데다 주사 투여 간격이 점차 길어지고 있어서다. GSK는 HIV 치료제 개발 자회사 비브헬스케어를 통해 두 달마다 맞는 보카브리아 주사 간격을 4개월에 한 번으로 늘려 HIV 예방용으로 허가받기 위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HIV 감염 위험이 높은 동성애자 그룹 등에 미리 투여해 에이즈 등으로 악화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후발주자는 ‘항바이러스제 명가’인 길리어드사이언스다. 2022년 미국에서 연 2회 투여하는 주사제 ‘선렌카’를 출시했다. 유한양행 자회사인 유한화학이 이 약의 원료 공급을 맡고 있다. 길리어드는 선렌카를 연 1회 투여하는 예방용으로도 개발하고 있다. 연 2회 투여 임상에선 예방 효과를 확인했다. 미국 태국 등에서 시행한 임상시험에서 HIV 감염률을 96% 줄여줬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HIV 환자는 매일 약을 먹는다는 게 알려지면 HIV 감염 사실까지 노출될까 봐 약을 잘 챙겨 먹지 않는 게 큰 문제였다”며 “장기 지속형 주사제가 도입되면 이런 제약이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패러다임을 바꾼 신약 개발이 늘면서 HIV 치료제 시장은 성장세다. 2023년 47조원이던 세계 HIV 치료제 시장은 2032년 65조원으로 커질 것이란 평가다. 지난해 기준 국내 시장은 1200억원이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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