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억명 넘는 사용자 몰린 中 AI, 국내서 확산…무료·고성능 뒤에 감춰진 프라이버시 '논란'
(지디넷코리아=조이환 기자)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글로벌 사용자를 기반으로 오픈AI의 '챗GPT'를 제쳤다. 무료로 미국산 AI에 근접하는 고성능 모델을 제공하며 아시아 시장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것이다. 다만 한국을 포함한 여러 국가에서는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가 함께 커지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딥시크는 지난 2월 신규 방문자 수 5억2천470만 건을 기록하며 '챗GPT'를 추월했다. 총 방문자 수는 7억9천260만 건이며 고유 사용자 수도 1억3천650만 명에 달한다. 트래픽 기준으로는 전 세계 AI 도구 중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인 플랫폼이지만 전체 규모에서는 여전히 '챗GPT'와 '캔바'에 이어 3위다.
딥시크는 '챗GPT'에 비해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내세운다. 특히 유료 버전의 사용률이 무료 버전에 비해 현저히 적은 '챗GPT'와 달리 딥시크는 오픈AI 'GPT-4' 수준의 성능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답변의 정확성뿐 아니라 추론 과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기능은 기존의 무료 생성형 AI에서 보기 어려웠던 요소다.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가 글로벌 사용자를 기반으로 오픈AI의 '챗GPT'를 제쳤다. (사진=챗GPT 이미지 생성기)
국내에서도 딥시크는 '공짜 GPT-4'라는 취급과 함께 대학생들과 취준생 사이에서 빠르게 퍼지고 있는 상황이다. '챗GPT'의 유료 버전을 사용하고 싶지만 월 20달러(한화 약 2만8천원)이 부담되는 대학생 특성상, 완전 무료 버전을 자소서 첨삭, 논문 요약, 시험 대비 문제 생성 등에 활용하는 것이다.
서울 소재의 한 대학생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국산이라 살짝 불안하긴 한데 공짜인데 이 정도면 그냥 쓰게 된다"며 "요약이나 문장 다듬는데는 오히려 '챗GPT' 무료버전 보다 나은 느낌"이라고 말했다.
개발자, 프리랜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도 딥시크가 '세컨드 AI'로 자리 잡는 분위기다. '챗GPT'나 '클로드'의 유료 요금제를 쓰더라도 한도가 빠르게 소진되는 경우가 많아 반복적이거나 부차적인 작업을 딥시크에 맡기는 식이다.
서울의 한 스타트업 개발자는 "'챗GPT' 토큰이 금방 닳는 편이라 원래는 '클로드'도 구독하다가 이제는 서브용으로 딥시크를 돌린다"며 "민감한 정보만 안 넣고 쓰면 문제는 없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딥시크의 데이터 처리 방식에는 여전히 논란이 따른다. 수집된 정보가 중국 내 서버에 저장되고 현지 법령상 정부 요청 시 사용자 데이터를 제공해야 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외부 감시 체계가 미비한 상황에서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실제로 사용자 동의 없이 바이트댄스 등 제3자와 데이터를 공유한 정황도 드러나 글로벌 규제 당국이 관련 조사를 벌이고 있다.
딥시크는 사용자에게 데이터 삭제나 활용 제한을 요청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지만 실제 삭제가 제대로 이뤄지는지는 불분명하다. 인터페이스 내 삭제 옵션이 제한적이고 개인정보 처리방침 문구 역시 일부 번역 누락이나 모호한 표현이 포함돼 있어 실효성 논란이 이어진다. 중국 서버에 올라간 데이터는 사실상 돌이킬 수 없다는 업계 경고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대응해 정부는 딥시크 앱에 대한 차단 조치를 이미 시행했다. 공공기관과 주요 기업들로 한정됐지만 내부 사용도 금지한 상태다. 하지만 웹 버전은 여전히 개인과 기업이 접속할 수 있어 정책 효과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다.
(사진=딥시크)
이에 더해 보안 전문가들은 딥시크처럼 오픈소스로 제공되는 AI 모델이라고 해도 보안 리스크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오픈소스 모델은 누구나 로컬 환경에 설치해 중국 서버와 연결 없이 사용할 수 있지만 이 과정에서 악성코드가 삽입되거나 시스템 취약점을 노린 침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고다.
김승주 고려대학교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최근 자신의 SNS에서 "딥시크를 PC나 클라우드에 설치해서 쓰면 운영 주체가 중국이 아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말이 돈다"며 "이는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라고 밝혔다.
다만 실제 사용자 행동은 이 같은 보안 경고와는 다르게 움직이고 있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의 지난해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92% 이상이 개인정보 보호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서비스 이용 시 동의서를 제대로 읽는 성인은 절반 수준에 그쳤다. 내용이 길고 어렵다는 이유가 가장 컸다. 정보 비대칭이 고착화된 환경에서는 딥시크처럼 데이터 흐름 설명이 부족한 AI 도구가 무비판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국내 AI 업계 관계자는 "사용자 대부분은 프라이버시 문제를 이론적으로는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실제 서비스 이용 땐 편의성과 비용을 우선하는 경향이 크다"며 "딥시크처럼 무료로 제공되는 서비스에선 동의서 같은 보안 절차가 귀찮은 절차로 인식되기 쉬운 만큼, 정부나 서비스 제공자가 먼저 이해하기 쉬운 방식으로 투명성과 책임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이환 기자(ianyhcho@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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