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영업구역 광역화해야…부동산PF 해소 중점"
79개 저축은행 중 76곳 찬성…전무·감사엔 김인구·이용만
오화경 저축은행중앙회장.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저축은행중앙회장 연임에 성공한 오화경 회장이 금융당국의 저축은행 인수합병(M&A) 규제 완화와 관련해 "조금 더 자유로웠으면 한다"며 "당국의 발표보다 조금 더 완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 회장은 31일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 선출을 위한 저축은행업권 정기총회 후 기자들과 만나 M&A와 관련된 질문에 "자본력이 있는 분들이 들어올 수 있고, 나가고 싶은 분들은 팔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는 것이 서민금융 공급이나 저축은행 역할을 조금 더 활성화할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일 금융당국은 '저축은행 역할 제고방안'을 발표하며, 저축은행 M&A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했다. 현행 구조조정 저축은행 대상은 적기시정조치(유예 포함)를 받거나, 검사 결과 재무상태가 적기시정조치 기준에 해당할 것이 명백한 경우지만, 최근 2년간 분기별 경영실태평가에서 자산건전성 4등급 이하에 해당하는 저축은행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다만 실질적으로 부실화가 진행되거나, 부실 징후가 나타나는 저축은행만이 M&A 대상으로 한정됐다는 것이 오 회장의 평가다.
오 회장은 "현재는 부실이 있어야만 수도권 저축은행을 팔 수 있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 1년마다 대주주 적격성을 평가하고 있는 만큼, 조금 더 (규제를) 완화하는 쪽으로 더 적극적으로 생각해 줬으면 한다"고 했다.
79개 저축은행 중 약 30개 저축은행이 개인 오너거나 가족 지분 회사라는 점을 들며, 지금의 상속세 구조하에서는 계속 영위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을 들며 M&A 규제 완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오 회장은 "대주주의 상속, 증여 문제도 있다"며 "현재 상태에선 가업을 상속하기 쉽지 않다"고 했다.
오 회장은 지방 영업구역을 광역화하는 방안도 금융당국에 요청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저축은행 영업 구역은 수도권 2개(서울, 인천·경기), 비수도권 4개(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강원, 광주·전라·제주, 대전·세종·충청) 등 6구역으로 나뉜다.
오 회장은 "자산 기준으로 보면 수도권 비중이 84%, 수익 기준은 88% 정도"라며 "인구, 산업 여러 가지 면에서 쉽지 않아 지방을 광역화해 묶는 것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했다.
예보보험료율(예보료율) 인하도 오 회장이 풀어야 할 숙제다. 예보료는 금융기관이 영업정지나 파산 등 고객예금을 지급하지 못할 때를 대비해 쌓아두는 것으로, 저축은행의 예보료율은 0.4%다. 은행(0.08%), 보험사(0.15%), 종합금융회사(0.15%), 새마을금고 0.13%, 신협 0.12% 등보다 높다.
오 회장은 "지역의 경쟁 기관인 새마을금고, 신협 등과 비교해 보면 저축은행의 예보료율이 훨씬 더 높다"며 "이 경우 조달 원가가 높아, 경쟁하기가 더 어렵다. 더 없이 사는 서민들 입장에선 대출이자에 가산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간이 걸리더라도 경쟁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이 저축은행의 요청 중 하나"라며 "안 내겠다는 것이 아닌, 높은 것을 문제가 있다고 말하는 것"이라고 했다.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할 사안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해소라고 말했다.
오 회장은 "연말까지 안정적으로 관리해서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고, 저축은행의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며 "서민금융 공급 확대와 포트폴리오 다양화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당국과 소통할 큰 과제는 △자산 건전화 △저축은행 역할 확대 △M&A 규제 완화 등 △차세대 시스템 개발 등을 꼽았다. 오 회장은 "더 낮은 자세로 관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전 11시 저축은행중앙회는 은행회관에서 정기총회를 열고 차기 저축은행중앙회장 선출을 위한 선거를 실시했다. 오 회장은 회장후보추천위원회의 단독 후보로 추천됐으며, 투표 결과 79개 저축은행 중 76개 저축은행이 찬성표를 던졌다. 반대는 3표다.
오 회장은 36년 만에 '연임 회장'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989년 명동근 5·6대 저축은행중앙회장 이후 연임 회장의 명맥이 끊겼었다. 아울러 2연속 민간 출신이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됐다. 그간 대부분 관료 출신이 회장직을 맡았는데, 2연속 민간 출신이 회장을 맡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하나저축은행 대표 출신의 오 회장은 지난 2022년 제19대 회장으로 선출된 바 있다.
중앙회 전무이사와 감사에는 각 김인구 전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장, 이용만 한성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가 선출됐다. 신임 회장, 전무이사 및 감사는 이날부터 3년 임기를 시작한다.
doyeop@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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